‘세자매’ 동동주 말수가 적은 과묵한 박범신이 자신있게 소개한 맛있는 동동주집 꼭 한 번 찾아가서 그 맛을 보고 싶은데 도봉산 밑에 있다고만 알려주어서 도통 찾아갈 방법이 없었다. 동동주를 직접 개발하였다는 주인장이 서울 신탁은행 근무한 분이라고 해서 혹시나 해서 강영진에게 부탁했다. 강영진이가 여기 저기 수소문 끝에 다음 날 신속하게 주인장 이름과 전화번호 그리고 상호가 ‘세자매집’이라고 알려주었다. 영진이도 아직 가보진 못했는데 은행 출신들 사이엔 벌써 소문이 난 모양이다. 한가한 토요일 아내와 작은 아들을 끌고 도봉산 밑에 있다는 동동주 집을 찾아 나섰다. 전화번호를 깜박 잊고 집에 두고 나와서 ‘세자매’집이라는 이름만 가지고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웬만한 식당은 문을 닫는 시간인 저녁 9시, 껌껌한 골목을 밑에서부터 위로 갈지자로 훑으면서 찾아 올라갔다. 아내와 아이는 나의 무모한 집찾기 방식에 실망을 하여 큰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동동주집을 찾으면 핸드폰으로 연락 하라고 하며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다. 그렇게 헤맨 지 15분, 목욕탕 골목 안쪽 구석에 있는데다가 간판도 너무 작아서 몇 번 골목안을 들여다보곤 도로 돌아 나온 그 곳에 있었다. ‘세 자매집’ 동동주를 내가 굳이 애타게 찾는 것은 이유가 있다 13년 전 우리 옆집에 서산이 고향인 신문사 다니는 이웃이 이사를 왔다. 그 때 내가 이삿짐을 몇 점 날라주고 도와주었더니 저녁 무렵에 고맙다고 자기 고향집에서 어머님이 직접 담근 동동주 맛을 보러 건너오라고 해서 합석을 하였는데 과연 생전에 맛볼 수 없었던 감칠맛 나는 동동주 맛을 본 기억이 있었다. 그 후에 어느 곳에서도 그런 동동주 맛을 보지를 못해서 안타까왔는데 박범신이 이야기한 세자매집 동동주가 하도 입에 착착 달라붙고 술이 깰 때 머리가 하나도 아프지 않다고 하여 내가 범신이에게 물었다. 혹시 그 주인장이 충청도 사람이 아니니? 범신이가 맞다고 했다. 주인장의 장모가 충청도 당진사람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역시 충청도 동동주겠거니 불현듯 13년전 옆집에서 얻어먹은 찹쌀로 빚은 전통 동동주겠지 하며 머리가 번쩍였다. 당진이 고향이신 장모님이 담가주시던 동동주 맛을 언제나 잊지 못하던 세 자매의 아버지이자 서울 신탁은행 출신인 주인장은 그 노하우를 전수 받았을 것이며 같은 은행 출신사람들이 자주 즐겨 찾는다는 집이라면 그 맛이 예사롭지는 않을 거라 판단이 선 것이다. 그래서 그 늦은 밤에 식구들을 꼬득여서 찾아 나선 것이다. 밤 9시가 넘은 시간 이미 손님은 하나도 없고 주인장 부부는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 지 이불을 방에 깔고 있었다. 체면불구하고 밀고 들어가면서 맛있는 동동주 맛보러 왔는데 맛 좀 볼 수 있을까요 하며 무조건 마루로 올라섰다.
은행을 그만두고 2년 간 우여곡절과 시행착오를 반복하여 독자 개발 끝에 완성한 맛있다는 동동주 첫 잔을 마셨다. 과연 주당 범신이 칭찬할 만한 깊고 감칠맛 나는 신선한 동동주였다. 주인장 이야기, 동동주의 핵심 삼요소는 누룩과 물과 발효, 숙성, 저장온도라고 했다. 누룩은 전국 각지 다니면서 골라 낸 ‘당진 어느 방앗간집’의 제품을 사용하고 물은 그 유명한 다락원 약수를 길어다 쓰고 온도는 노하우라고 알려주지 않는다 하루에 약 세 말통을 주조하여 90일을 지하실에서 숙성한다고(지하실에 1000만원 냉장설비를 갖추었다) 두 말통은 석촌호수 옆에서 원할머니 보쌈을 하고 있는 사위에게 보내고(직계에게만 전달이 가능하다고 함) 나머지 1말통은 본인 제자매 식당에서 판다고 한다 보람이 있었다. 내 성격에 한 번 좋은 집 발견하면 친한 친구한테 소개하는 일이 습성화 되어있어 초등학교 동창과 한 번 갔다 왔고 지난 일요일에는 비즈니스 친구를 도봉산으로 오라고 하여 다시 갔다. 역시 술맛을 아는 친구들이라 ‘정말 기가막히는군’ 하며 동동주를 깊이 음미하였다. 어느 덧 내가 세자매집의 단골이 된 것이다. 친구 잘 둔 덕에 좋은 동동주 맛을 볼 수 있으니 이 아니 기쁘며 또 내가 이 기쁨을 친구들에게 알릴 수 있어 더욱 기쁘다.
|
'이웃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 3의 연령기(The third age) (0) | 2007.03.13 |
---|---|
존경 받는 노년이 되기 위해 (0) | 2007.03.13 |
지혜에 관한 글 모음 (0) | 2007.03.13 |
용서 (0) | 2007.03.13 |
당신은 잘 할 수 있습니다. (0) | 2007.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