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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함께

서로 다른 감나무

 

 한신코아빌라의 한 감나무에는 감이 주렁주렁 많이 달리고 벌써 노랗게 잘 익었다.

 지나가는 주민들은 "와 참 많이도 열려서 잘 익었네" 하면서 찬사를 보내곤 한다.

 

 

한신코아빌라의 또 다른 감나무에는 감이 상대적으로 적게 달리고 아직 덜 익었다.

주민들은 지나가면서 "이 감나무에는 감이 적게 열렸고 아직 퍼렇게 익지도 않았네...." 한다. 

 

 

한신코아빌라 8동의 뒷뜰에 열린 단감이 서로 많이 다르다.

햇빛도 비슷하게 받고 같은 해에 심어서 같이 자란 감나무들은 크기와 연령이 비슷한데

매년 단감이 열려서 익어가는 모습은 크게 다르다.

두 감나무는 서쪽의 지는 햇빛을 받아가면서 익어가고 있고 두 나무 사이는 약 10미터 정도

떨어져서 자라고 있어 생장조건이 매우 유사한데 그 열매의 수확은 판이하게 다르다.

일부러 한 나무에만 거름을 더 주고 관리를 잘 해준 것도 아니다. 

 

한신코아빌라에는 감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다.

이 계절이 되면 주렁주렁 달려서 익어가는 단감을 보면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되고

감나무마다 열린 감의 갯수가 서로 다르고 익어가는 속도가 다름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 인간과 저리 닮을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 같은 집에서 함께 자란 자식이 서로 많이 다르듯이

같은 해 심어 나란히 자라난 감나무가 서로 많이 다른 것과 닮았다.

 

같은 동네에 나란히 문을 열어 놓고 같은 종류의 요리(아구찜)를 파는 음식점인데

어느 한 집은 파리가 날리고 다른 한 식당은 문전성시를 이루어 대비를 이루는 것과 같이

우리 동네 감나무들은 서로 많이 다르다.

어차피 인간도 식물도 그리고 지구상의 모든 삼라만상도 

저마다 각기 다른 것을 우리는 절대적으로 깨닫고 인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때론 우리는

서로가 항상 같은 생각과 같은 목표와 같은 방향을 추구해야 하는 단일집단이 되어야 한다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서로 다름은 틀린 것이라고 주장을 하면서

나와 다른 개체를 거부하고 소외시키고 심지어는 없애려고 하는 무뢰를 범하여 왔다. 

 

과거 어렵던 시절, 한 학급에 70~80명의 학생들이 함께 공부했던 시절, 

담임선생님 한 분의 가르침에 따라서 학생들은 저마다의 개인차와 개성과 특기를 억누른 채

나라와 학교의 강요된 학습의 틀 속에서 동일하게 교육을 받아 자라난 시절이 있었다.

 

좀 더 일찍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학생들의 능력과 개성과 특기에 맞도록 맞춤식 교육을 하였더라면

더 훌륭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었을텐데....  

 

 

  

 

같은 위치에 놓아 둔 화분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 크게 틀려진다.

사진기의 조리개를 자동으로 놓고 사진을 찍으면 바깥이 밝아서 창문 내부에 있는 화분은 어둡게 나온다. 

 

밝은 바깥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보면 창문 내부의 화분을 밝게 볼 수가 없다. 

왜냐하면 창문 바깥의 환한 조명에 익숙해진 우리의 시각이 어두운 것을 잘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소중한 화초를 잘 관찰하려면 특별한 훈련이 필요하다. 

 

 

 

 

즉 어두운 곳에 놓여 있는 화초를 잘 관찰하려면 나의 눈의 조리개를 활짝 열어야 잘 볼 수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눈은 밝은 바깥에 익숙해지기 보다는 어두운 곳에 익숙해져야 실내의 화초를

잘 볼 수가 있다. 

디지탈 카메라에 이러한 기능이 있다.

카메라를 어두운 곳의 물체에 미리 촛첨을 맞추어서 조리개를 조절해 놓은 상태로 

카메라를 이동하여 내가 관찰하고자 하는 피사체(실내의 화초)로 옮겨 촬영을 하면

위 사진과 같이 조리개가 많이 열려 있어서 화초가 밝게 찍힌다.

 

화초가 어두운 곳에 있어서 내가 볼 수 없음을 원망하고 탓하지 말고

내가 더 어두운 물체에 적응을 하면 덜 어두운 곳의 화초도 밝게 바라볼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내 마음의 조리개를 활짝 열면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보이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정한 이치이다.

 

서로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가 보다 넓게, 보다 많이, 보다 밝게 볼 수 있다면 보다 더 행복한 사회가 될 것 같다. 

 

2008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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