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장가 가는 날
김 지 하
부질없구려
해맑은 볕살 속에 잦은 비는 뿌려
호랑이 장가 가는 날
다 소용없구려
한 세상이 다
종이 우산 폈다 접는 일
화원 땅 끝 뱃머리
똑딱배 기다려 주막 드는 일
영암 독천 용당으로 목포길 뚫렸으니
해남에 내 돌아온 날
서울로 바로
누님 떠나가 버렸으니
가까이 서로 의지해 살자던
아득한 기약도 이젠 흩어져 버렸으니
쓸쓸하구려
화원 땅 끝 뱃머리 꽃까끔 위에 서서
우려른 하늘에 잦은 비 뿌려
호랑이 장가 가는 날
누님
누님
누님
부름은 마음속에서만 울다 그치고
빗방울은 얼굴 위에 눈물로 그저 흐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