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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운이야기

Paichai Chorale

 

                                                                                                           PC 아펜셀러합창단 사진

 

 

1971년, KS중학교 3학년 시절,

평소 노래부르기를 즐기다 보니 우연한 기회에 합창을 할 기회를 얻었다.

음악 선생님께서 학생들의 목소리와 노래를 들어 보시고 합창단원을 선발하셨는데

나도 선발 되어 난생 처음으로 합창을 경험하게 되었다.

'오빠생각'과 다른 노래 한 곡으로 열심히 연습하여 서울시 중학생 합창대회에 출전했던 기억이 있다.

남성 합창인데 좋은 성적은 거두지 못했지만 그때 화음의 아름다움과 합창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PC고등학교에 진학하여 나는 스스로 합창반에 가입하여 활동을 하였다.

합창의 묘미를 맛 본 경험이 합창반으로 자연스레 발걸음을 옮기게 된 동기였다.

당시 LKH 목사님의 지휘로 PC고교합창반이 매우 활발하게 운영되었는데 

제법 수준이 높은 합창반으로  알려져 있었고 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있었다.

 

목사님께서는 신입학생들의 음역을 간단한 발성오디션을 통해서 part를 배정하셨는데

나는 생각지도 않았던 Second Base part에 분류되어 당황했었다. 

나로서는 음역이 낮아서 발성이 힘든 second base part를 소화하느라 합창을 할 때 힘이 들었다.

내 목소리의 음역은 first base인데....

합창반의 전체적인 인원구성이 second base part가 적고, first base part 인원이 많아서 

인원이 부족한 second base part에 내가 배정된 것으로 생각되었다.

 

매일 방과 후 많은 곡을 연습하였고, 각종 기념행사에는 어김없이 우리 합창반이 초청되어서

합창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유관순 기념관, 세종문화회관, KBS공개홀 등... 합창발표회도 많이 가졌었다.

 

합창반 친구들 중에서도 특별히 마음이 맞는 네 친구가 남성 사중창을 하였는데

남성사중창에서는 내가 second tenor part를 하였다.

당시엔 내 목소리가 깨끗하고 맑았으며 고음도 어느 정도 발성이 무난했기 때문이었다.

남성사중창은 특별한 매력이 있다.

하모니를 넣어 찬송가나 gospel song, 흑인영가 또는 포크송, 가곡 등을 부르면

부르는 우리들은 물론 청중들도 음악에 의한 마음의 치유(healing)가 되는 느낌을 갖게 된다.

고교 2학년 시절에 교내 사중창 대회에서 우리팀이 우승을 하였고 그때의 그 기쁨과 감동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내 마음 속에 잊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

 

우리 사중창(중창단 이름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한 후배가 기억하기로는 '달구지')팀은

몇몇 교회의 '문학의 밤' 행사에 초대를 받아서 중창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 중에는 1973년 '동신교회' 문학의 밤 행사의 기억이 아직도 아련하다.

동신교회의 고교학생부 부회장이 우리 동네에 함께 살고 있던 여학생이었는데 얼굴만 겨우 아는 사이었다.

내가 중창을 하고 무대에서 내려오니 나를 알아보고 '고맙다, 수고했다'고 말을 건네어서

그 학생과는 첫 대화를 그렇게 하게 되었던 기억이 난다.

음악, 중창이 나의 인간관계 형성과 발전에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내가 음악을 하면서 대중 앞에 설 수 있었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자신감이 나로 하여금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기를 수 있게 해준 셈이다.

 

감성이 풍부했던 사춘기 시절, 다행이 음악(합창, 기타)을 통해서 정서를 순화하고

자신감과 음악적 감성을 기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물론 그 시절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교회 성가대나 교회 중창단 활동, 대학 중창 대회를 통해서

계속적으로 음악생활을 했었는데...

 

그러나, 아쉽게도 군에 입대하면서 내 음악생활(합창, 중창)은 중단을 맞이하였고,

교회를 다니지 않으면서 지금까지 합창이나 중창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여왔다.

합창이나 중창에 좋지 않다는 술과 담배를 즐기면서 노래와는 더욱 거리가 멀어졌다.

아주 가끔 노래방에 가면 애창곡을 한두 곡 부르는 것이 고작이어서

합창이나 중창을 하기 위한 목청관리도 발성법도 모두 잊어버린지 오래 되었다.

 

특히 2009년도 폐에 탈이 나서 66일간 입원하여 방사선치료를 받으면서

성대와 기관지 폐에 무리를 주었는지 폐활량도 많이 줄었고 호흡이 짧으며

고음이 예전과 같이 매끄럽게 발성이 되지 않는다.

고음에서의 음이탈과 갈라짐이 심하고 탁 트인 깨끗한 소리가 나지 않아서 

사실상 합창이나 중창을 할 자신감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몸과 목의 컨디션이 아주 좋을 때는 그럭저럭 노래를 마칠 수 있지만

피곤하거나 6개월에 한 번 촬영하는 CT나 PET CT 검사를 받고 나면 성대, 기관지 폐의 기능이

많이 저하되어 고음처리가 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렇게 합창과 노래와의 깊은 인연을 끊고 지내오던 중

지난 2월 25일 영원히 포기하였던 남성합창을 용기를 내어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PC고교 졸업생들로 이루어진 'Paichai Chorale 합창단'에 친구의 끈질긴 권유로 입단을 하기로 하였고

첫 연습날을 맞이하여 그동안 묵혀 두었던 목청을 다시 갈고 닦기 시작하게 되었다.

30여년 동안 녹이 슨 목청을 어떻게 다시 회복하여 팀에 누를 끼치지 않는 합창단원으로

재도약해서 제 위치를 찿을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내 부실해진 폐 건강의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되고

감성의 순화와 건강 증진에도 좋다니 재도전하기로 한다.

 

내가 도전하는 part는 second tenor part이며 고음이 잘 나오지 않는 현재의 내 목소리를 올바른 호흡법과

발성연습을 통해서 어느 정도 수준까지 회복하는 것이 올해 목표이다.

나의 바램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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