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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것들

자살공화국 오명을 벗자!!

 

 

 

 

 

 

 

 

 

 

 


 

"대한민국은 왜 자살을 줄이지 못하나?"
[노컷뉴스] 2012년 09월 20일(목) 오전 09:23  CBS 권영철 선임기자]

대한민국이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2011년 10만 명당 자살률은 31.7명으로 2010년의 31.2명보다 0.5명 더 늘어났다. 이는 OECD 평균인 12.8명의 3배 가까운 것이다.
우리나라의 양극화 현상이 본격화된 지난 2004년 23.7명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한 뒤 8년째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년간 자살로 인한 사망자가 15,905명으로 2010년보다 340명이 늘었는데, 하루 평균 43.6명으로 30분마다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셈이다.

특히 왕성하게 활동해야할 2~30대 젊은 층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20대는 전체 사망의 47.2%, 30대는 36.7%가 자살로 나타났다. 노인의 경우는 더 심각해 81.9명에 이른다. 자살로 인한 사망률이 늘어나고 있지만 국가적인 대책은 사실상 전무한 수준이라고 해도과언이 아닐 정도다.
 
'자살예방법'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해 올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예산은 20억 원으로 일본의 3,000억 원에 비해 1/10도 안 되는 수준이다. 반대로 2011년 우리나라 출산율은 1.24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인데 거꾸로 자살률은 1위인 이상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Why 뉴스]에서는 "대한민국은 왜 자살을 줄이지 못하나?"라는 주제로 자살률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자살률이 8년째 OECD 국가 중 1위라는데 왜 줄어들지 않는 거냐?

= 우문현답이지만 자살률이 줄어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자살이 많기 때문이다.
자살이 많은 가장 큰 이유는 자살을 하나의 문제 해결책으로 보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과 김현정 박사는 "우리나라의 자살 특징은 그것을 문제 해결방안으로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대외협력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병원 정신과 윤대현 교수는 "자살을 사회나 국가적인 문제로 보지 않고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다 보니 자살을 줄이려는 사회적인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우리나라는 왜 자살을 줄이지 못하는 거냐?
= 몇 가지 원인이 있는데 우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자살은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정신과적 문제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자살은 절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는데 '죽을 수도 있겠구나' '나 같아도 그러겠다'는 등의 자살을 이해하는 사회풍조가 있기 때문이다.
또 앞서 지적한 대로 자살을 너무 쉽게 생각하거나 하나의 문제 해결방안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김현정 박사는 "상담을 하다보면 자살을 시도했다거나 생각했다는 사람이 너무 많다."면서"어려운 문제에 봉착하면 그걸 해결하려고 부딪히기 보다는 자살을 쉬운 하나의 해결방안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사회전체적인 자살예방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이다. '자살은 예방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국가나 사회적인 사업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윤대현 교수는 "저지르는 개인에게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하는 게 문제"라며 "아프면 드러내놓고 해결해야 하는데 감추거나 쉬쉬하는 경향이 확산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자살예방협회가 2006년 15세에서 69까지 1,501명을 대상으로 자살 및 생명존중에 대한 태도를 조사한 결과 24.2%는 "자살이 유일한 해결책인 상황이 있다."고 답변했고38.7%는 "개인이 자살할 권리가 있다."고 답변했으며 71.2%는 "불치병 환자의 자살을 이해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 자살을 줄이기가 어렵다는 얘기냐?

= 어렵긴 하겠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자살을 줄이려는 사회적인 노력이 부족했다. 사회적으로 '자살은 예방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자살은 줄일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자살예방사업으로 자살을 줄인 사례가 적지 않다.
서울 노원구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2009년 180명이었던 노원구 자살자를 자살예방 사업을 통해 지난해 128명으로 줄였다. 노원구는 자살예방을 위한 대상별 맞춤형 설문 도구지를 개발하고 지난해 1년 동안 15만 명의 독거 어르신과 기초생활수급자, 실직자, 아동. 청소년 등 6만여 명을 선별해 이 중 약10%인 자살 위험 군을 조기 발견하는 마음건강평가인 '우울증 선별검사'를 시행했다. 전국 처음으로 '서울시 노원구 생명존중과 자살예방에 관한 조례' 를 제정하고 자살예방사업 전담부서인 '생명존중팀'을 꾸리기도 했다.

서울 금천구도 서울시내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은 구청이었는데 적극적인 노력으로 자살률을 줄였다. 금천구는 2009년 서울시내 25개 구청중 자살률 1위였는데 2010년에는 7위로 낮췄다.
32.9명이던 자살률을 29.2명으로 줄였는데 구청에서 적극적으로 자살예방운동을 폈기 때문이다.
구청장의 말을 들어보니 “독거노인의 자살률이 높았는데 통장을 복지도우미로 활용해서 독거노인을 찾아다니면서 만나게 하고 애로사항을 듣고 반찬도 가져다주고 등등의 대면관리를 하니까 자살률이 줄어들더라는 것”이다.

범국가적인 사업으로 추진하면 자살률을 낮출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 자살을 하는 이유가 뭐냐?

= 자살 원인은 주로 개인의 정신적인 성향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조사결과 정신과적 원인보다는 스트레스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2010년 3월부터 2011년 2월까지 전국 8개 대학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자살기도자 1,805명의 자살기도 원인 및 유발요인에 관해 전수조사를 한 결과 자살기도의 직접적인 동기가 정신과적 증상은 33.3%인데 비해 스트레스가 59.1%로 가장 높았고 급격한 정서적 흥분이 7.6%로 나타났다.
정신과적 증상 중에는 우울감이 83.7%로 가장 높았고 스트레스 중에는 대인관계 문제로 인한 것이 63.9%로 신체적 질환(13.0%), 경제적 문제(12.6%)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 자살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확한 원인이 밝혀져야 하지 않나?

= 그렇다. 자살예방을 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만 앞서 설명한 대로 자살의 원인은 개인별로 다양하다. 사회가 복잡하듯이 자살원인도 복잡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압축적인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193시간으로 멕시코에 이어 세계 2위다. 삶의 질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멕시코가 연간 평균 근로시간이 2242시간으로 세계1위지만 가톨릭 국가이다 보니 2010년 기준으로 자살률이 4.6명에 불과하다.

경쟁지상주의도 큰 원인이다. 지난해 카이스트에서 일어난 연쇄자살사건은 경쟁지상주의 성적지상주의도 자살의 중요한 원인이다. 어린 중고등학생들이 성적문제로 고민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이 때문이다.

가족붕괴도 주요 원인이다.
김현정 박사는 "사회가 각박해지고 살기 힘들어지면서 정서적인 교류가 줄어들고 있다."며 "가족 간에도 TV를 보거나 컴퓨터를 하는 등 대화도 안하고 고립되면서 호소하고 들어주기 보다는 참아라.
다 힘들지 뭐. 이러면서 들어줄 여유가 없다는 것이 큰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자살예방협회 하규섭 회장은 최근 발표한 '한국 자살 현황과 자살 예방'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자살률 급등의 원인을 "급격한 사회 변화와 남녀 역할, 부부관계의 변화로 여성자살이 증가하고 있고 고령화와 노인 인구의 증가, 그리고 생명경시 풍조와 삶의 의미나 목적의식을 상실한 내적 가치관의 부재, 경쟁과 성취위주의 과중한 스트레스, 정신질환의 증가, 핵가족화와 이혼의 증가 등 가정 붕괴" 등으로 진단했다.

하규섭 회장은 "자살사망자의 '심리적 부검'을 통해 왜 자살을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