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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것들

도덕적 해이로 인한 국민피해 줄여야

                               도덕적 해이로 인한 국민피해 줄여야

 

 

 

 

  일 년에 100번 이상 병.의원을 찾는 소위 ‘의료쇼핑환자’가 연간 52만 명에 이른다. 일 년간 1,806차례의 진료를 받은 사람이 있는가하면 20,984일치의 약을 지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개인적으로 부담하는 의료비는 거의 무시할 수준이다. 연 100회 이상 병원을 찾아도 본인 부담은 평균 74만 원에 불과 하다. 최근 한 일간지가 보도한 내용이다. 이들이 병원을 자주 찾는 이유는 건강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싼 진료비와 약값, 그리고 동네 병원은 물론, 종합 병원 조차도 환자유치에 열을 올리기 때문일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이 같은 의료쇼핑 때문에 지불되는 추가 보험료만도 최소한 연간 8천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소위 ‘나이롱 환자‘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 자동차 보험에도 같은 문제가 상존한다. 최근 필자는 저속상태에서 차선 변경을 하다 경미한 접촉사고를 낸 적이 있다. 상대 차는 ‘미니’라는 외제차였고 피해는 고무 범퍼가 약간 긁힌 것이 전부였다. 시속 10km이하에서 발생해 상대방이 다칠 이도 없었다. 그런데 보험회사로부터 정산통보를 받고 놀랐다. 자동차 수리비는 10만 원 이하인데, 방사선 촬영비, 진찰비, 물리치료비 그리고 특히 렌트카에 들어간 비용이 상상을 초월했다. 고급차 벤츠를 거의 일주일간이나 빌려 탔다니 렌트비가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

  
가벼운 사고에도 온갖 진료비와 치료비까지 청구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지만 도덕적 해이를 ‘방관’하는 보험회사가 더 원망스러웠다. 왜 값비싼 차를, 그것도 일주일 동안이나 렌트하도록 인정해주었는지? 고무 범퍼 하나 수리하는 데 왜 일주일 씩 이나 걸리는지? 운행에 전혀 문제가 없는 데도 불구하고 차주는 왜 굳이 고급차를 임대해야 했는지? 보험회사 등 관련업계가 이러한 도덕적 해이 행위들을 왜 방관하는 것일까? 그 답은 간단하다. 사고가 나면 먹이사슬이 작동하고, 보험회사를 포함한 모든 관련 업계가 경제적 이익을 보기 때문이다.

  
정비업체나 렌트카 업체가 이를 기회로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고객 즉 주인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보험회사(대리인)의 행태에는 아쉬운 점이 너무 많다. 보험회사입장에서는 이 같이 만연된 도덕적 해이 행위를 견제할 이유가 없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추가 비용이나 손실이 발생하면 일차적으로는 할증료를 올려 받으면 되고, 중장기적으로 보험가입자 모두에게 조금씩 분담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를 방치하다 보면 보험료는 천정부지로 오를 것이고 특히 서민가계는 물론, 국민경제에도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요즘 저축은행 사태가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사태의 이면에는 도덕적 해이문제가 깔려 있다. 대주주와 임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부실을 가져오고 그에 따른 피해는 일차적으로 고객에게 가겠지만 결국은 국민의 몫이 될 것이 뻔하다. 지난 번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상기해 보면 국민의 몫이 얼마나 큰 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비용은 고사하고 해결과정에서 투입된 공적자금만 6조원이 넘는 것으로 기억된다.

  
도덕적 해이 문제가 사회 각 영역에서 발생하는 근본적 이유는 세 가지라고 생각된다. 우선 경제 주체들이 지나치게 자기 개인적인 이익에만 집착하고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기 때문이고, 다음은 정부의 감독 부실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거짓’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것도 이유가 된다.

  
최근 저축은행 사태에는 정부의 감독 부실에 책임이 크다고 본다. 평소에 모니터링을 철저히 해 도덕적 해이 행위를 지적하고 계도했다면 일이 이렇게 까지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의료나 자동차와 관련된 도덕적 해이는 보험사에 대한 감독권을 제대로 행사한다면 충분히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도덕적 해이 현상이 만연되면 다수 국민들이 엄청난 피해를 감수하게 됨은 물론, 궁극적으로 선진국 진입에 발목을 잡힐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 문화가 거짓에 대해 관대한 것도 문제다. 특히 정치권부터가 그렇다. 선진국에서는 신용과 신뢰가 곧 생명이란 말이 있다. 한 번 신용이나 신뢰를 잃으면 재기하기 어렵다. 우리가 선진 복지국가를 지향한다면 우선 신뢰수준을 높혀야 한다. 신뢰사회가 되면 도덕적 해이 문제는 해소된다. 거짓문제가 양심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처벌을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이러한 도덕적 해이 현상조차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데 복지재정을 대폭 확대하자는 정치인들의 주장에 우려가 된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선제대응 체제를 갖추지 못하면 자칫 엄청난 혈세의 낭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는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정직하고 공정하게 사고하고 행동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손해 보기 때문이다. 동시에 신뢰가 무너지며, 선진복지사회 실현 또한 요원한 이상에 불과할 것이다.

 

 

 

김정호 

    (전) 한국주택학회 초대회장(현, 명예회장)
    (전) 국토연구원 부원장, 강원발전 연구원장

    () (재)주거복지연대 이사장
    () 강원도립대학 총장
    ()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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