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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야기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절실하다

 

  대한민국이 지금 매우 우울하다. 돌이켜보면 우리 기성세대는 오로지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겠다는 일념으로 피땀을 흘렸다. 그 결과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냈다. 또 두 차례의 경제위기도 세계의 찬사를 받으며 슬기롭게 극복했다. 지금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넘보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우울한 까닭은 무엇일까?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국민에게 기대와 희망을 안겨줘야 할 정치권은 오히려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가운데도 정치인들은 쌓여만 가는 나라 빚 걱정은 접어둔 채 표를 얻기 위한 복지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경제는 유럽 발 재정위기 여파로 장기불황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 출산·고령화는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사회가 소득과 삶의 질 양극화로 계층 간, 세대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려와 나눔보다는 자신의 일에만 바쁘고 개인의 욕망을 키우는 데만 급급할 뿐,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공익이 뒷걸음치고, 정의가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암울한 현실에 방황하고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커다란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삶의 수준이 불평등해질수록 사람들은 서로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  주위 사람을 오로지 싸워 이겨야 하는 적으로 여기게 되며, 서로를 믿고 돕기보다는 불신하고 적대감마저 갖게 된다. 우리 사회의 소득불평등정도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계층 간 소득을 비교해보면, 지난 2003년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소득에 비해 4.43배 많았으나 2010년에는 4.81배까지 치솟았다.

  
특히 자산 소유의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에 비해 월등히 크다. 이는 고소득층일수록 부동산위주로 재산형성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적지 않은 이들 가진 사람들의 정당하지 못한 재산형성 과정과 과시적인 소비지출행태가 서민들을 분노하게 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일반인은 연소득의 약 2%를,  부자들은 연소득의 약 6%를 매년 기부하고 있다고 한다. 또 부자들은 나라의 재정을 걱정하면서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할 것을 스스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지도층과 가진 사람들은 공익과 남을 배려하는 자세에서 항상 아쉽게 비쳐져왔다. 오히려 황금만능주의 풍조와 이기주의를 확산시키는데 앞장섬으로써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결국 우리사회가 이와 같이 활력을 잃고 우울증에 빠지게 된 데는 지도층의 책임이 크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지도층과 가진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가 어디로 곤두박질칠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지도층과 가진 사람들의 솔선수범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 없이는 어떤 불행한 사태가 일어날지 실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부정과 반칙이 없는 공정한 경쟁규칙이 작동하는 사회, 그래서 국민 누구나 서로를 인정하면서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건전한 사회경제구조를 만드는데 지도층과 가진 사람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솔선수범해야 한다. 나눔과 배려의 정신, 그리고 기부문화를 확산시켜나가는 노력에도 앞장서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느 때보다도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절실하다.

 

 

이철환

    (전) 재정경제부 종합정책과장, 국고국장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현) 한국조세연구원 초빙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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