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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것들

대학개혁이 절박하다

대학개혁이 절박하다

 

  집을 지으려면 건축사, 미장공, 벽돌공, 배관공, 막노동자 등이 골고루 필요하다.  건축사는 사무직이고 임금도 높아서 선호하는 직업이다. 그러나 모두 건축사가 되어서는 집을 지을 수 없다. 사회가 돌아가는 이치도 마찬가지다. 고급 인력만으로는 되는 일이 없다. 고급 인력과 기능 인력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모두가 건축사가 되려고 대학에 돌진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 결과  건축사는 흘러넘치는데 기능 인력은 부족하다.

  
2011년 OECD교육지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25세부터 34세까지 인구 중에서 대학졸업이상 인구비율(고등교육이수율)이 63% (약 456만 명)이다. 이 연령계층의 OECD국가들의 평균 고등교육이수율은 37%다.  우리가 OECD국가들의 평균보다 25%p가 더 높다. 약 180만 명이 대학교육을 더 받은 셈이다. 각국의 고등교육이수율은 대학교육비부담이 거의 없는 핀란드가 39%, 독일 26%, 스웨덴 42%다. 그리고  미국 41%, 영국45%, 프랑스 39%다. (자료; 2011년 OECD교육지표 중 주요국 세대별 고등교육이수현황, 2009년 기준).

  
우리나라는 1990년대 중반이후 대학 설립 요건이 완화되면서 불과 10년 남짓에 대학과 대학생수가 무려 2배나 급증했다. 시군마다 대학 없는 곳이 거의 없다. 1990년 초반 33.2%에 불과하던 대학진학률이 2000년에는 68.8%로 두 배를 넘어섰고, 2005년에는 82.1%까지 치솟았다. 이제는 누구나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적성이 어떠하건 대학 진학이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이 배우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사회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많은 고학력자가 배출되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대학만 나왔을 뿐 실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졸업자까지 양산되면 더욱 심각해진다. 문제점들을 짚어보자.

  
첫째 과잉학력으로 대졸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을 나오고도 정규직이건 비정규직이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실업자가 해마다 15만 명 이상이다.  왜 그럴까. 인력수급에 대한 고려 없이 대학교육으로 눈높이를 키워놓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만성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매년 외국인 근로자 약 10만 명을 채용하고도 늘 10여 만 개의 빈 일자리가 있다. 과거에는 이른바 ‘3D 업종’이나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졌다. 이제는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분야도 수입 인력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작년 1년 동안 입국한 외국인 전문 인력만 9만 명이다. 외국인 근로자 200만 명 시대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 25세~34세 젊은 층의 대학졸업자는 OECD국가들의 평균(37%)에 비하면 180만 명이 더 많고 영국(45%)보다도 130만 명이 더 많다. 대략 이들이 실업자내지 불완전 취업자로 누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선진국들도 경제가 발전하면서 3D 업종 기피 현상이 나타나 외국인 근로자로 대체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과거 서독에 광부나 간호사로 일자리를 찾아 나선 것도 그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특이한 문제는 대졸자의 수가 선진국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지나치게 많을 뿐 더러 산업계에서 원하는 전공분야인력과 대학에서 배출하는 인력의 괴리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누구나 대학을 졸업하면 좋은 일자리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래서 대학에 간다. 대졸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대학을 나와 군복무까지 마치고 좋은 일자리 찾다보면 금방 서른 살이다. 이제 와서 공장에 취직해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20세 전후의 근로자들과 똑같은 일을 하는 것이 결코 내키지 않는다. 부모들도 원치 안는다. 이러한 취업상황을 진작 알았던들 일반고교보다는 실업계고교를 선택할 수도 있었고, 대학진학보다는 취업에 나섰을 텐데 지금은 너무 늦었다. 취직도 안 되는 대학은 왜 이리 많이 세웠는가. 교육정책을 탓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둘째는 대학졸업하기까지 뒷바라지하느라고 중산층이 무너지고 저소득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대학 들어가기가 어려웠을 때는 논 팔고 소 팔아 학비를 댔다. 그래도 일단 대학을 나오면 좋은 일자리를 얻어서 집안의 기둥노릇을 했다. 그때는 대졸 학력의 희소가치가 있었다. 그 시대를 살았던 현재 55세~64세 인구 중 대졸이상의 고등교육이수율은 불과 13%였다. 현재는 약 5배나 많은 63%수준이다. 노후대책도 생각 않고 온 힘을 다하여 대학을 졸업시켰는데 실업자가 되면 그간 뒷바라지에 피폐해진 집안은 어찌 되겠는가. 많은 자원을 투입해서 양성한 수십만 대졸자가 실업자로 전락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불행이지만, 가정이나 사회적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다.

  
우리나라 대졸청년실업은 경제성장률이 높아진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성장보다 고용에 중점을 둔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요즘 몇몇 대기업에서 고졸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본질적 문제가 해결되어야한다. 고질화된 대졸자의 수급불균형을 바로잡고 대학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 있도록 대학 수, 입학정원, 전공학과, 교육방식 등 대학교육 전반에 대한 대대적이고도 근본적인 개혁이 있어야 한다. 대학개혁에는 실업계고교를 획기적으로 지원하고, 고졸 취업자의 추가교육 기회와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 과잉 학력으로 누적되는 수십만의 실업자와 교육뒷바라지에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수십만의 가정문제는 중대하고 절박한 국가적 과제다

  
올해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대학개혁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공약을 내걸기를 바란다.

 

 

조휘갑 

    (전) 경제기획원•통계청 과장/국장, The World Bank Economist
    (전) 공정거래위원회 정책국장, 사무처장, 상임위원
    (전)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원장
    (현)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초빙교수
    (현)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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