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임대업을 산업으로 키우자
임대주택과 자가주택은 단기적으로는 상호 대체관계, 중장기적으로는 보완관계를 가지면서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고 휠터링(주거 상향이동)을 촉진시켜, 모든 계층에게 주거향상을 도모한다. 외국사례를 참고해 볼 때 대도시라면 전체 주택에서 임대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게는 40%, 많게는 70%정도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 여기서 임대주택은 ‘일시적 임대용’이 아닌 건물의 수명이 다할 때 까지 ‘임대주거서비스‘를 제공하는 ’영구임대주택‘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영구임대주택이 모두 19만호로 전체주택의 1.2%에 불과하다. 임대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해 건설된 5년 또는 10년짜리 장기임대주택은 모두가 ’임대 후 분양주택‘이지 임대주택이 아니다. 이 글은 민간중심의 중산층용 영구임대주택을 주제로 한다.
주택가격이 안정되고 가구의 상향이동이 활발해질수록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그러나 한 사람이 한두 채씩 투자용으로 보유한 집을 일시적으로 세를 주는 영세하고 전근대적인 임대주택공급방법으로는 늘어나는 수요에 대처하기 어렵다. 임차인에게 불리하고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대량생산공급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임대주택이 ‘서민용’이라는 왜곡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중산층은 물론 고소득층도 임대주택을 필요로 한다. 편의성, 접근성, 이동의 편리성 외에도 자가 소유에 따른 경제적, 비경제적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 주택임대업의 산업화를 위한 제도정비, 강화 시급
집값이 안정되면 투자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에 자가주택 수요는 줄고 임대주택수요는 는다. 순수한 주거서비스 측면에서 본다면 생애주기별로 가구형성기와 이동기에는 임대주택을, 안정기에는 자가주택을 선호하고, 정년퇴직과 동시에 다시 임대주택으로 이주하는 것이 합리적인 주거결정이다. 합리적 주거결정이 이뤄지려면 최소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주택재고가 충분해야하고, 둘째는 자가 대비 임대주택 간에 비용과 편익 양면에서 어느 정도 균형이 유지되어야 한다.
서울인 경우 주택보급률이 100%에 육박했고, 주택가격도 계속 안정될 것으로 전망되는 바, 임대주택수요는 급증할 것이다. 그러나 임대주택을 ‘열등재’로 인식하고 특히, 현재의 소극적인 임대제도를 고수하는 한 대량공급은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주택임대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 개선해야 한다. 우선 임대업을 전문화, 기업화, 산업화하기위해 법과 제도를 포함한 인프라구축이 요망된다. 아울러 전세를 점차 월세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집값 오름세에 대한 두려움이나, 집 없는 설움 때문에 무리해서 집장만하는 행위 또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대신 실질소득과 가구변화 그리고 주거환경개선 등 수요요인 변화에 보다 합리적으로 대응해 자가 또는 임대주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월세제도가 바람직하지만 과도기에는 전세제도와의 절충을 통해 전세비율을 줄여가고, 한두 채를 빌려주는 영세 임대인에 대해서는 임대전문기업을 육성해 지분참여를 유도해야한다. 한편 주택임대업을 전문화, 기업화, 규모화 하는 임대사업자나 기관 투자자에 대해서는 초기 투자리스크를 줄일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기업화와 전문화는 규모경제를 가져와 건설비용뿐만 아니라 유지관리비용도 절감해 임대료를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 임대주택사업에 민간자본 적극 참여하도록 환경조성 해줘야
임대사업투자를 유인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 방법의 하나로 REIT(Real Estate Investment Trust 부동산투자신탁)를 검토해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중산층용 대형 임대주택단지의 95%가 REIT에 의해 개발, 운용되고 있다. 소액 투자자들의 참여가 용이하고 리스크를 분담하는 등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는 임대업의 영세성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90년대 말 REIT제도 도입 시 이를 염두에 두었음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주택시장은 획기적으로 변하고 있다. 정책파라다임의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투기 및 신도시 의존적 자가주택 대량건설정책’은 시효가 끝났다. 도시재생과 함께 중산층용 임대주택개발이 최우선순위로 자리매김할 때다. 제도적인 제약과 높은 개발비용 때문에 당장은 쉽지 않더라도, 이것이 주택시장을 선진화하고 특히, 임차가구의 주거불안을 해소하며 내집 마련의 압박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길이다. 더욱이 주택임대업을 산업으로 육성시킨다면 새로운 일자리와 부가가치 창출에도 일조하여 국민경제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중산층용 임대주택개발은 ‘거주의 연쇄이동’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중하위계층의 주거문제해결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자 한다.
(전) 한국주택학회 초대회장(현, 명예회장)
(전) 국토연구원 부원장, 강원발전 연구원장
(현) (재)주거복지연대 이사장
(전) 강원도립대학 총장
(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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