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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것들

스마트대중교통시스템

세계 최고의 ‘스마트대중교통시스템’을 만들자

 

  내가 사는 곳은 성남시 분당이다. 고속버스로 지방을 다녀오면서 경부고속도로 판교IC를 지날 때마다 ‘여기서 내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여기에 환승장이 있어 시내버스로 갈아 탈 수 있다면 10분 내에 집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환승장에서 외곽순환도로를 운행하는 순환버스가 있다면 안양 군포 하남IC까지는 약15분, 구리시까지는 25분이면 갈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복잡한 서울시내 터미널까지 15Km를 더 가서, 시내버스나 지하철을 몇 번 갈아타야 성남시나 구리시에 있는 집에 갈 수 있다. 이렇게 허비하는 시간만 1시간 반 내지 2시간이 걸린다. 지방에 갈 때도 마찬가지다.

  고속버스는 일단 타면 신경 쓸 것 없이 목적지까지 안락하게 갈수 있다.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면 더욱 기분이 좋다. 요즘은 버스도 얼마나 고급인가. 그런데도 고속버스 대신 굳이 승용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이유를 예를 들어 살펴보자. 고속버스로 내 고향 충남 청양에서 열리는 고추축제를 보러 가려면 경부고속도로 판교IC를 지난다. 청양은 반포터미널에서 2시간 10여분 걸린다. 내가 사는 분당에서 승용차로 가면 2시간 쯤 걸린다. 고속버스나 승용차나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나는 열에 여덟 번 정도는 승용차를 이용한다. 운전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내가 굳이 승용차를 몰고 가는 까닭이 있다.

  첫째, 고속버스를 타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집을 나와 지하철역까지 가서, 지하철을 타고 반포 터미널을 간 다음, 차표 끊고 버스를 타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을 모두 합하면 대략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버스를 타기도 전에 힘이 빠져버린다. 지하철대신 시내버스를 이용해도 비슷하다. 이처럼 많은 시간을 허비한 뒤 고속버스를 타고 15분쯤 달리면 겨우 분당을 지난다. 만약 판교IC 근처에 버스환승장이 있어 거기서 탈 수 있다면 1시간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수지, 신갈, 일산 등 수도권 외곽지역 대부분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마찬가지이다.

  둘째,  버스로는 내가 원하는 시각에 맞춰 고향에 가기가 어렵다.  청양 행 고속버스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6대이고 배차시간이 07:20, 10;20, 12;50, 15;40, 17;50, 19;40다. 배차간격이 2시간 30분이 넘는다.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는 오전 1대 오후2대, 남부터미널에서는 1대가 배차되어 있다. 자칫 타려는 버스를 놓치기라도 하면 낭패를 본다. 약속시간에 맞추어 가려면 1~2시간 앞서가는 버스를 타게 된다. 이 또한 추가적인 시간소비다.

  이렇다보니 버스를 타기보다 직접 승용차를 몰고 나서게 된다. 버스승객은 갈수록 줄어들고, 배차간격이 더 길어지는 악순환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남부터미널에서 청양 행 버스가 하루 세 번 있었는데, 어느새 한번으로 줄었다.

  승객 수가 줄면 버스요금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들이 겨우 대여섯 명의 승객들을 태우고 아까운 기름을 길바닥에 쏟고 다니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요금이 오르고 소비자 부담이 늘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고속버스요금이 비싸고서는 승용차와 경쟁이 안 된다.

  대중교통의 비능률과 낭비를 없애는 방법은 있다. 그것은 지역 간, 시내 시외 간 그리고 고속버스와 시외 및 시내버스 등 각종 대중교통을 서로 연계하고, 대중교통과 승용차(장기주차장설치)까지도 연계하는 대중교통연계환승장을 설치 운영하는 것이다. 고속도로 주변에 환승장이 있다고 치자. 청양을 갈 경우 판교나 안양 근처 환승장에서 빈번하게 있을 천안논산고속도로를 경유하는 고속버스를 타고, 공주IC 근처의 환승장에서 내려, 거기서 청양 행 시외버스로 갈아타면 그만이다.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다.

  대중교통연계환승장은 시 외각이나 고속도로와 지방도로가 만나는 곳 등 교통연계효과가 큰 지점에 설치하면 된다. 대도시나 지방 모두 마찬가지다. 환승장은 무엇보다 버스 접근 시간을 절약해 줄 수 있다. 또 환승장에는 같은 방향의 버스들이 많기 때문에 아무 때나 버스를 탈 수 있을 것이다.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뿐만 아니라 철도와 지하철까지도 연계하는 환승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정부는 2009년 11월 고속도로휴게소에 환승정류소를 설치하여 고속버스 간 환승이 가능하게 하였다. 현재 정안휴게소 선산휴게소 횡성휴게소에 환승정류장이 있으며 금년 10월 31일에는 인삼랜드휴게소에도 설치 예정이다. 이와 같은 부분적인 고속버스 간의 환승(일평균 750여명이용)으로는 대중교통문제 해결에 극히 한계가 있다.

  더 편리하고 더 적은 요금의 대중교통체계를 확립해야한다. 이를 위하여 모든 대중교통을 아우르는 '전국 대중교통연계환승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미 세계 최첨단의 IT기술과 대중교통 운행정보시스템을 갖고 있다. 서울에서 지하철과 시내버스 연계시스템을 구축한 경험도 쌓았다. 이러한 기술과 경험을 모두 접목한다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스마트대중교통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서 대중교통이 가장 편리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

 

 

조휘갑 

    (전) 경제기획원•통계청 과장/국장, The World Bank Economist
    (전) 공정거래위원회 정책국장, 사무처장, 상임위원
    (전)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원장
    (현)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초빙교수
    (현)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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