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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것들

까치호랑이

 

 

 

 

 

(DAUM 지식)

 

소나무 가지에 앉아있는 까치와 그밑에서 이를 바라보녀 웃고 있는 호랑이를 소재로 그린그림이 바로 호작도(虎鵲圖) 또는 까치호랑이 그림이라고 한다. 여느 호랑이 그림과는 달리 까치와 소나무 호랑이가 항상 함께 등장하고 있어 하나의 유형화된 현상을 보이고 있다. 까치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길조이며 인간의 길흉화복을 좌우하는 전능의 신으로 여겨지는 서낭신의 사자로서 우리와 아주 친숙한 새이고 호랑이는 서낭신의 신지를 받들어 시행하는 심부름꾼이다.

 

또 까치호랑이 그림은 다른 측면으로도 해석이 되는데, 다소 뚱한 표정으로 웅크리고 앉아 있는 호랑이는 부패한 관리로, 소나무에 앉아있는 까치는 일반 백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권위적이고 부패한 위정자들들을 비꼬며 조롱하는 까치와 바보스럽고 우스꽝스러운 호랑이의 모습이 풍자적인 구실을 하는것이다.


 

 

 

(김중위의 곧은 소리 - 대전일보)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예로는 까치 호랑이 얘기다. 까치와 호랑이는 사실은 아무 상관이 없는 관계다. 그런데도 우리네 조상들은 까치와 호랑이를 주제로 그리도 많은 그림을 그렸다. 민화에 관한 얘기다.

민화는 한마디로 말하면 이름 없는 민초(民草)들이 그린 그림이다. 과객(過客)으로 지방 나들이를 하다가 어느 낯선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얻어먹은 것이 고마워 자기 멋대로 아무렇게나 그린 낙관도 없는 그림이다. 벼슬을 하라고 잉어 그림도 그려 주고 오래 살라고 고양이 그림도 그렸다.

그러나 새해가 되면 반드시 복을 많이 받으라는 뜻으로 까치 호랑이 그림을 그려 주었다. 그리고 이 그림에는 으레 까치가 앉을 소나무 한 그루를 곁들인다. 소나무는 정월(正月)을 상징하기 때문이란다. 그러하기에 까치 호랑이 그림을 세화(歲畵)라고도 한다.

미술전문가들의 설명으로는 중국의 세화에서는 신년희보(新年喜報) 즉 “새해에도 경사스러운 소식만 있기 바랍니다”라는 뜻으로 까치 표범을 그린다고 한다. 까치는 희(喜)소식을 알리는 길조(吉兆)요 표범의 표(豹)는 보(報)로 발음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서의 표범이 왜 우리나라에 건너와서는 호랑이로 바뀌었느냐를 시비 걸 일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까치 호랑이 그림은 단순히 신년희보의 뜻으로만 그려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까치는 백성으로 호랑이는 무능하고 부패한 관리로 상징화하여 은유적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까치가 나무 위에 올라 앉아 호랑이를 내려다보면서 백성의 외침을 알려주면 호랑이는 다소곳이 바보스럽게 그 소리를 듣고 있는 모습의 그림이 바로 까치 호랑이 그림이라는 사실도 우리에게는 여간 교훈적이지 않다.

필자는 이 글에서 까치 호랑이 그림을 신년희보라는 뜻으로 독자들에게 한 장 그려 드리고 또 한 장은 북곽과 같은 위정자(僞政者)들에게 국민의 소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라는 뜻으로 드린다. 낙관도 없이 말이다.

<초대 환경부장관·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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