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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것들

한글의 세계화

한글의 세계화를 향하여

 

  곧 한글날이다. 한글은 세계의 어느 문자보다도 우수하고 편리한 문자다. 세상이 모바일(휴대용 컴퓨터) 시대로 바뀌었다. 공학적으로 매우 뛰어난 한글이야말로 모바일과 가장 잘 융합할 수 있는 문자이다. 한글의 세계화가 실현 가능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 족이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한 것은 작은 시작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모바일에 문자를 입력하려면 의례 로마자를 사용한다. PC는 글자판이 커 로마자를 쓰지 않는 나라들도 자기 문자를 올려 쓰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러나 휴대전화의 글자판은 글자 단추가 10개 밖에 안 된다. 여기에 올려 놓을 수 있는 문자시스템은 한글과 로마자뿐이다. 중국어처럼 글자가 많은 언어는 발음을 로마자로 표기하여(轉寫하여) 입력한 후 다시 자기 글자로 되돌려 놓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이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 그래서 이들 나라에서는 문자메시지를 우리처럼 많이 활용하지 않는다.


  # 한글의 문자메시지 기능은 세계 최고
  한글의 문자메시지 기능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 로마자도 못 따라 온다. 우리나라에 와 있는 외국인들, 심지어는 미국사람들 까지도 문자메시지를 한글로 표기하거나, 아예 언어 자체를 우리말로 쓰는 사례들이 이를 입증한다. 예를 들면 ‘See you tomorrow’ 라고 써 보내는 대신 ‘씨 유 투모로’ 라고 한글로 써서 보내든가 아예 ‘내일 보자’ 라고 우리말을 쓴다는 것이다.


  그러던 것이 최근 26개 단추를 쓰는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형세가 좀 달라졌다. 스마트폰에 표준으로 탑재 된 쿼티(Qwerty) 자판 덕에 로마자 입력이 그만큼 수월해진 탓이다. 그러나 모바일에 탑재 된 쿼티 자판은 글자가 너무 작고 촘촘하여 로마자의 입력을 여전히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더구나 자국어를 로마자로 전사(轉寫)하였다가 다시 회복시켜야 하는 중국인을 비롯한 비 로마자 문화권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크게 불편하다. 한글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 10개의 기본자음과 천지인 세자의 모음을 이용하여 쿼티자판보다 훨씬 더 편한 자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글이 로마자보다 훨씬 더 편리한 전사 문자로 활용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한글은 발음과 철자법이 다른 영어의 약점도 쉽게 해결
  한글이 갖는 강점은 또 있다. 발음과 철자법이 다른 영어의 약점을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오랜 만에 ‘심포지엄’ 이라는 영어 단어를 쓰려고 할 때 그 스펠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Simposyum? Sympozium? 다 틀렸다. 할 수없이 컴퓨터 검색기능이나 사전을 찾아보게 된다. 그러나 한글은 이런 번거로움을 쉽게 없애준다. 한글로 ‘씸포지움’ 혹은 ‘심퍼지엄’ 이라고 그 발음을 대충 입력하면 정확한 스펠, symposium 을 출력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한글로 표기 된 발음과 컴퓨터 인지능력을 결합 해 옳은 철자법을 찾아주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어떻게 한글을 배울 수 있을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훈민정음 창제 원리를 이용해 한글을 가르치는 동영상 컴퓨터 게임을 만들어 준다면 한 두 시간 안에 스스로 배울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30만에 가까운 국제결혼 가정이 있다. 그 중 상당수는 기본적인 의사소통에도 곤란을 겪을 때가 많다고 한다. 이들이 자기네 언어 발음을 한글로 입력하고 상대방의 언어로 출력하여 볼 수 있는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면 의사소통은 물론 상호간의 언어 습득도 훨씬 더 빨라질 것이다. 이들뿐 아니라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60만 외국인 근로자들, 그리고 해외 나가있는 우리의 동포들에게도 편리한 의사소통 방법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한글은 세계의 모든 시각장애인들에게 모바일 언어가 될 수 있어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한글이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상은 바로 외국의 시각장애인들이다. 미국 등 로마자 문화권에서도 자기 나라 언어로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 시각장애인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들 대부분이 알파벳은 물론 단어 철자법을 외우거나, 이를 모바일 쿼터 자판에 입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시각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과 별반 다름 없이 한글로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다. 한글의 편리성과 우월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는 미국 등 다른 언어권 시각장애인들도 한글을 이용해 우리나라에서처럼 손쉽게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그들 언어의 발음을 한글로 입력하면 자동적으로 영어로 출력되는 기능을 탑재한 모바일을 보급하면 되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시각장애인들이 이런 모바일이 있다는 것을 알면 주저하지 않고 사용할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이 어렵지 않게 정확한 스펠링을 써 가며 모바일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을 보면 비장애인들은 더 갖고 싶어하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한글의 세계화일 것이다.

선사연 회원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1년여 전(2010.2.11) “한글이 얼마나 훌륭한 글자인가?” 라는 제목의 선사연칼럼을 쓴 바 있습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KT 의 연구지원을 받아 KAIST에 한글공학연구소를 설립하여 그 책임을 맡아왔습니다. 연구 목적은 더 많은 사람들이 한글의 혜택을 볼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10월 5일에 연구소설립 1주년을 기념하여 "한글 공학연구소 개원 1주년 연구발표회"(하단 참조) 를 갖게 되었습니다. 

  
여기서는 다른 연구성과와 함께  “흆 (HUPS:’ Hangul-based Universal Phonetic System )라는 만국어 입력 시스템을 소개합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10개의 자음단추와 5개의 모음단추로 이루어진 문자판을 쓰기 때문에 글자 입력이 편리할 뿐 아니라 한글로 영어 단어를 입력하여 알파벳으로 전환시켜주는 기능을 가졌습니다. 예를 들어 ‘스튜던트’ 라고 입력한 후 [한/A] 단추를 누르면 student 로 바뀝니다.<아래 그림 참조>

  
앞으로 곧 갤럭시 스마트폰에도 등록할 예정입니다. 더 나아가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등 세계 각국 언어에 대해서도 같은 기능을 만들어 한글의 세계화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연구는 선사연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깊이 감사 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정진하여 선사연 회원 여러분들의 기대에 부응토록 하겠습니다.

신부용 ( shinbuyong@kaist.ac.kr )

    필자는 서울공대 토목공학과를 나와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 교통공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유치과학자로 귀국하여 한국과학기술원(KIST)에서 교통연구부를 창설하고 이를
    교통개발연구원으로 발전시켜 부원장과 원장직을 역임하며 기틀을 잡았습니다.
    퇴임후에는 (주)교통환경연구원을 설립하여 운영하였으며, 지금은 KAIST에서 교통공학을
    강의하는 한편 한글공학분야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우리나라 교통정책, 지방자치단체의 교통정책, 도로위의 과학, 신도시 이렇게 만들자 등
    여럿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