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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추석 - 어머님과 송편

추석 한가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머님과 송편이다.

 

어린 시절 가족들이 둘러 앉아서 송편을 빚고, 전을 부치고, 고기를 삶고...

모든 가족들이 힘을 합하여 추석의 차롓상 준비를 하였지만 

그 복잡한 과정을

기획하고 준비하고 추진하고 마무리하는 주체는 단연코 어머님이셨다.

 

차롓상에 올릴 음식의 목록을 작성하고

시장에서 차례 음식에 필요한 요리재료와 과일들을 사 오는 일,

씻고 다듬고

요리하고

송편을 빚고, 쪄 내고

식혜를 담고

수정과를 만들고

전을 부치고

차례상을 차리고

차례를 지내고 난 후 모든 식구들과 손님들의 밥상과 술상을 차리시고

모두가 배불리 먹고 난 후 쏟아져 나온 그릇들... 끝도 없는 설겆이...

 

수많은 준비사항 중에서 가장 시간과 정성과 품이 많이 들어가는 차례음식은

역시 송편이다.

쌀을 씻어 불리고 방앗간에 이고 가서

줄서서 쌀을 빻고

색색으로 송편을 만들기 위하여 쑥을 넣은 쌀가루도 만든다

송편 속에 넣을 참깨, 콩, 콩가루 등을 별도로 볶고, 삶고, 갈아서 만들고

누나들과 둘러 앉아 송편을 정성스레 빚어서

가까운 숲에서 따 온 소나무 잎을 깨끗이 씻어

찜솥에 송편을 넣고 소나무 잎을 덮고 뚜껑을 닫아 푹 쪄 낸다.

서로 송편이 달라붙지 않도록 참기름을 송편마다 발라서 식히고

차롓상에 가득담아 올린다.

 

전을 부칠 때 색깔이 노랗고 맛있게 보이게 하려고 치잣물을 별도로 준비하여

전 반죽에 조금 넣어서 섞어 주고 갖가지 전을 부치셨다.

동그랑땡, 동태살 전, 연근전, 고구마전, 버섯.고기.쪽파모음전, 두부전...

 

어머님에게 추석 전 후, 2박 3일은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가장 정신없이 바쁘고 힘든 시기였다.

 

조상을 위하고 가족을 위하고 가까운 친척을 보살피는 일이기에

보람을 느끼시며 70세를 넘기실 때까지 즐겁게 기꺼이 추석과 설명절 차례상을 준비하시곤 하였다.

 

그랬던 어머님께서

아내에게 그 모든 것을 넘겨 주신 지가 벌써 10년이 넘었다.

 

추석 이맘때가 되면 어머님과 아내와 추석 준비가 서로 오버랩되면서 옛 추억이 떠오르게 된다.

그래서 우리 남정네들은 50이 넘은 지금도 속없이 추석이 즐겁고 은근히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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