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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이야기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피해에 관하여


방사능 공포를 덜어 준 고리원자력발전소 탐방

 

  지난 3월 초대형 지진과 쓰나미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위기에 빠진데 이어 4월 초 우리나라에 비가 내렸다. ‘방사능공포 쓰나미’가 한반도를 덮쳤다. 정부 조직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즉각 나섰다. 빗물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빗물을 하루에 2리터씩 30년 동안 마셔도 방사능 피폭량이 고작 X레이 촬영 한번 하는 정도의 극미량이라는 것이다.

  서울대와 카이스트 등의 많은 원자력 전문가들도 나섰다.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방사능 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과학’도 잘 먹혀들지 않았다. 3년 전 ‘광란의 미국산쇠고기 광우병 파동’ 때처럼 말이다.

  우산이 동났다. 심지어 교육당국(경기도 교육청)마저 일선 교장에게 휴교나 단축수업을 허용했다. 결국 도내 126개 유치원과 초․중․고교들이 문을 닫았고, 40여 곳은 단축수업을 했다. 다른 곳에서도 일부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등교시키지 않았다.

  (사)선사연 회원 30여명은 지난 5월 19일 부산시 기장군과 울산에 있는 고리원자력발전소를 탐방했다. 회원들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그러나 결과는 너무 싱거웠다. 원자력발전소 근처에 있는 횟집인데도 생선의 방사능오염에 대한 걱정은커녕 맛있게 점심을 즐기는 모습들이었다.  원전의 안전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는 정영익 고리원자력본부장에게 발전소 바로 앞 바다에서 잡은 생선을 먹어도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회원들의 관심을 ‘방사능 공포’ 쪽으로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내 질문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

  이어서 원자력발전소 안팎을 돌아보는 순서였다. 종합 브리핑과 함께 원전 핵심 시설인 중앙통제실과 터빈실을 견학했다. 현장 기술진은 원전에 대해 자상하게 설명하고 질문에도 성실하게 답변했다. 우리 일행의 표정에서는 방사능 걱정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학창 시절 수학여행 때의 들뜬 모습 같았다. 고리원전 측의 과학에 근거한 친절한 설명을 잘 납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방사능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깊어진 것도 이유일 것이다. 현장을 보니 오히려 더 안심된다는 이들도 많았다. 과연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었다.

  우리나라는 지금 고리원전 1호기를 포함, 모두 21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다. 원전이 우리나라 전체 전력의 34%를 공급한다. 현재 7기를 더 건설 중이다. 이제는 해외 수출까지 하게 됐다. 원전 안전도를 가늠하는 원전이용률(일정기간 최대출력으로 발전을 계속하는 정도)도 매우 높다.

  2009년도 원전 이용률이 미국 89%, 프랑스 71%, 일본 65%였고 세계 평균은 76%에 불과했다. 반면, 우리 원전이용률은 2009년에 91.7%였고 11년째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고장정지율(1년 동안 정상 운전 중 발전이 갑자기 정지한 건수)도 매우 낮다. 전체 원전 20기의 2009년도 고장정지율이 0.3%에 불과했다. 우리의 원전운영능력과 안전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증거들이다.

  또 우리 원전은 가압경수로 방식(4기는 가압중수로형)으로 사고가 난 후쿠시마의 비등경수로 원전에 비해 안전운전과 방사성 물질 확산 방지 측면에서 훨씬 우위에 있다고 한다. 즉, 원자로 냉각재와 증기계통이 격리돼 있어 구조적으로 더 안전하고 유사시에도 방사성 물질의 외부 누출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가동 중인 전 세계 원자로 441기 가운데 71%인 313기가 가압수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건설비가 많이 들지만 안전도가 높기 때문이다.

  원전이 공급하는 전력은 가장 값이 싸면서도 품질은 최고다. 국내의 전력생산 단가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원전의 6배가 넘고, 가스발전은 3배, 석탄도 1.2배나 원전보다 비싸다. 값싸고 질 좋은 원전전력은 제조업 경쟁력의 큰 버팀목이다. 우리는 계속 경제발전을 해야 한다. 그래서 획기적인 대체에너지가 나오기까지는 원전을 포기하기도 어렵다.

  고리원전 기술진의 과학에 근거한 설명은 매우 진지했다. 안전에 대한 믿음을 더욱 깊게 했다. 방사능 공포도 덜어주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원전은 1기를 건설하는데 무려 5백만 개의 부품이 들어간다고 한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정교하기 그지없는 시설이다. 그만큼 고도의 안전을 필요로 한다. 여차하면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안전이다. 원전 종사자들의 무한한 책임감과 성실성이 우리 원전의 안전을 지켜주기 바란다. 그렇게 믿고 싶다. 이것이 원전과 과학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욱 깊게 해주는 지름길일 것이다.

  원자력발전의 100% 안전운영과 원자력보다 더 값싸고 질 좋은 새로운 에너지 개발에 대한 우리 국민의 소망은 일본 원전사고를 계기로 더욱 더 간절해지고 있다.

 

 

 

김강정 ( kims7007@paran.com )

    (전) MBC보도국장, 논설주간, 경영본부장, iMBC사장, 목포MBC사장
    (전) 경원대 교수, 우석대 초빙교수, 방송광고공사 / 수협은행 사외이사

    (현) 삼성화재, 동아원(주) 사외이사
    (현)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