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바리스타 폴 바셋의 '맛있는 커피' 즐기는 법
"입에 물고 코로 숨쉬며 음미해야… 커피맛은 온도따라 천차만별
뜨거울 땐 캐러멜 향 나다가 식으면 말린 살구맛·코코넛 맛"
"무조건 삼키지 말고 일단 잠시 입에 물고 있어야 한다. 그 상태에서 코로 숨을 들이마시면서 목으로 넘겨야 맛과 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호주 출신 세계적 바리스타 폴 바셋(Basset·33)은 길게 질문을 할 시간을 좀처럼 주지 않았다. 뭔가를 물어볼라치면 그저 새로 뽑은 커피를 내밀면서 "일단 좀 마셔보고 얘기하라"고 했다. '참 까다롭네'라고 속으로 투덜거리며 시키는 대로 했다. 칠흑처럼 검고 진한 에스프레소의 첫 모금을 넘겼다. 뜻밖에도 쓴맛이 거의 없다. 다크 초콜릿을 삼킬 때 느낌과 비슷했다. 단맛과 신맛이 한꺼번에 응축된 맛. 동그래진 눈으로 바셋을 쳐다봤다. 그는 "잠시 후엔 맛이 또 다르다. 온도가 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 ▲ 폴 바셋씨는 “정해진 매뉴얼이나 공식을 믿지 않고 매일 원액을 뽑고 마셔보고 버리는 과정을 새로 해야만 만족스러운 커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최적의 커피 원두(原豆)란.
"잘 구워진 캐러멜처럼 달콤하고 신선한 향을 내는 것. 개인적으론 볶아낸 지 4~14일 된 원두를 가장 선호한다. 오래된 커피는 시금털털하면서도 쓴 냄새를 풍긴다."
―'갓 볶은 커피'를 강조하는 커피전문점도 많다.
"원두를 방금 볶았다고 다 맛이 좋은 건 아니다. 원두 성격에 따라 볶아놓고 조금 더 숙성시켜야 제대로 된 맛을 낼 때도 있다."
―최적의 에스프레소를 뽑아내는 공식이 있다면.
"눈으로 지켜보고, 맛보고, 다시 뽑는다. 에스프레소를 제대로 뽑으려면 먼저 볶은 원두를 갈아 다져 넣고 기계에서 뽑아져 나오는 커피 원액의 줄기를 관찰해야 한다. 덜 잠근 수도꼭지에서 나오듯 방울방울 떨어지는 게 아닌, 실처럼 곧게 뽑아져 나오는 게 좋다. 개인적으론 기계에 커피를 넣고 6초 정도 지나 굵고 진한 원액이 1~1.5인치(2.5~3.8㎝) 길이로 곧게 떨어져 내리는 에스프레소를 가장 좋아한다."
- ▲ 폴 바셋이 말하는‘실처럼 곧게 떨어져 내리는’에스프레소. 방울방울 떨어지는 커피보다 풍미가 강하다.
"많은 훈련과 경험, 그리고 본능이 필요하다. 커피에 있어 완벽한 공식이나 비법은 없다. 나만 해도 매일 아침 이렇게 에스프레소를 뽑아보면서 커피 굵기와 물 온도를 계속 달리한다. 맘에 안 드는 커피는 모두 버린다. 커피 머신 청소도 중요하다. 기계가 얼마나 깨끗하냐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진다."
―커피 맛을 제대로 느끼는 방법은.
"온도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지는 걸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식을수록 커피 맛은 대개 더 명료해진다. 뜨거울 땐 캐러멜 향이 나다가 조금 식으면 말린 살구 맛이 나고 좀 더 식으면 코코넛 맛이 나는 식이다."
―그런 걸 처음부터 느낄 수가 있나.
"많이 마셔봐야 한다. 초보자라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커피 맛을 즐겨보길 권한다. 대개 아침에 깨어나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에서 가장 온전한 커피 맛을 즐길 수 있다."
―우유를 넣어 만드는 '라떼'는 어떻게 즐겨야 할까.
"차갑고 신선한 우유를 충분히 저어준 후 기계에 넣는다. 65~67도 정도에서 거품을 뽑으면 벨벳처럼 부드러운 최상의 거품과 농축액을 얻을 수 있다."
―설탕은.
"제대로 뽑은 커피라면 그 자체로 담백한 단맛을 내기 때문에 굳이 설탕을 넣을 필요가 없다. 한국에선 시럽 같은 인공감미료를 많이 넣던데 커피 본연의 맛을 방해하는 것이라 권하고 싶지 않다. 한국 커피전문점 커피가 대개 맛이 쓰고 신 편이라 그런 것 같다. 대량생산을 위해 강하게 볶은 원두를 쓰면 그런 맛이 난다. 반면 완벽한 커피에선 단맛과 상큼한 신맛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 ▲ 호주의 유명 바리스타 폴 바셋이 서울 을지로에 있는 자신의 이름을 딴 커피 전문점 '폴 바셋'에서 직접 커피를 뽑고있다.그는 좋은 커피 맛은 그사람의 취향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최한익 님이 보내주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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