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운은 담배 연기에 대하여 다양한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다.
어린 시절, 집안 어르신들이 담배를 피우셨던 기억을 하고는 있지만
그 담배 냄새에 대하여 남아 있는 특별한 기억은 없다.
따라서 내 기억에 남아 있는 담배 냄새의 시원은 아마도 고등학교 시절부터일 것이다.
고교시절,
학교 근처에는 전매청 연초장이 있었다.
열어 놓은 창문으로 담배 냄새와 담배에 배합이 되는 몇가지 화학첨가제의 냄새가
교실 안으로 흘러들어오곤 하였는데 그 냄새는 시큼하였었다.
그다지 유쾌한 냄새는 아니었지만 견디지 못할 정도로 싫지는 않았다.
그 당시 학교의 입지와 연초공장의 위치 상 그 냄새를 피할 수는 없었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금연을 강조하고 있는 기독교 계통의 학교였지만
학생 중에서도 틈틈이 선생님의 감시의 눈을 피해서 몰래 담배를 피우는 친구도 더러 있었고
스승님들 중에 흡연가들이 있기에 주변에 담배 냄새가 항상 맴도는 환경이었다.
특히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는 대단한 골초이셨다.
수업시간에 담임선생님의 몸에서는 꾸수하고 찐한 니코틴과 타르냄새에 절은 옷과
그 냄새를 중화 및 완화시키고자 옷에 뿌린 향수냄새가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켜서 세상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냄새가 내 코를 자극하였었다.
그 냄새는 참 오묘해서 뭐라고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억지로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중독성 오오향(中毒性 汚五香)이라고나 할까?
쓴 냄새, 구린 냄새, 매운 냄새, 단 냄새(향수때문에 나는 냄새), 구수한 냄새가 서로 뒤섞여서
내 뿜는 강력한 향기다.
1년 내내 난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발산되는 그 중독성오향을 피할 수가 없었다.
대학 1학년 때 친구따라 담배를 배워 피우기 시작하였다.
담뱃불을 붙이고 몇 모금 깊이 빨아 연기를 삼키면 그 순간 머리가 텅 빈 것과 같이
멍해지고 어질어질해지면서 기분이 좋았던 몇 번의 기억때문에
그 이후 담배를 끊지 못하고 33년 긴 세월 담배를 즐기며 지내왔다.
군 복무 시절,
고된 훈련을 마치고 땀을 식히며 담배 한 개피를 피워 물고
휴식을 취하면 향기로운 담배냄새가 모든 피로를 씻어 주곤 하였다.
그 시절의 담배 연기 냄새가 가장 향기로웠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같은 담배라 하더라도
내가 피우는 담배 연기의 냄새와 다른 사람이 피우는 담배 연기의 냄새는 서로 달랐다.
남이 피우는 담배의 연기 냄새가 좀 더 향긋하였다.
그 이유는 상대방이 담배를 피우며 내 뿜는 담배 연기는 이미 상대의 폐 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면서 1차 여과가 되면서 타르와 니코틴의 함량이 감소되었으며 폐 속의 습기를 머금어서
원래 냄새보다 많이 부드러워졌기 때문이다.
내가 피우는 담배 냄새도 내 코와 목으로 넘어갈 때와 느끼는 냄새와
들이마셨다가 코와 입으로 다시 내 뿜을 때 맡으며 느끼는 냄새가 서로 달랐다.
들이마실 때 냄새가 좀 더 강하고 내뿜을 때 냄새가 연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때는 향긋하고, 어떤 때는 매캐하고, 어떤 때는 씁쓸하고, 어떨 땐 구수했다.
그 냄새의 느낌이 서로 달랐다.
특히 주위 환경에 따라서 담배 연기 냄새는 더욱 달랐다.
비가 주룩주룩 내릴 때의 담배 연기 냄새가 마치 커피향과 같고
가을 시골 툇마루에서 태우는 담배 냄새는 마치 낙엽을 태우는 냄새와도 같으며
소줏잔을 비우고 왁짜지끌한 선술집에서 깊이 들이마시고 내뿜던 담배연기의 냄새는
알콜의 강도를 좀 더 약하게 만들어 주는 완화작용을 해 주면서 각종 안주와 주변 냄새를 중화시키어
전체적인 분위기를 업시키는 음주보조제의 역할을 해 준다.
승용차를 타고 여행을 하면서 차창을 열고 시원한 들판의 바람을 쏘이면서 피우는 담배향과
바닷가에서 피우는 담배 향기, 그리고 깊은 숲속에서 피우는 담배 냄새가 서로 다르다.
담배 피우는 냄새는 애연가들에게는 위안이요 즐거움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여 주는 만병통치약이다.
그래서 그 냄새의 유혹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고 틈틈이 담배를 입에 물게 되는 것이다.
호운이 건강을 생각하여 금연을 시작한 지 이제 2년이 다 되어 간다.
금연을 하고 난 후의 담배 연기와 냄새는 사뭇 달라졌다.
담배의 품질이 변한 것도 아닌데 어인 일인지 담배 연기 냄새가 호운에게는 혐오향이 되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옆에서 숨 쉴 때 입과 코에서 나는 담배 냄새와
옷에 밴 담배 냄새는 무척 괴로움을 주는 혐호향이다.
길을 걸으면 앞서 가는 사람이 피우는 담배 연기의 냄새 역시 고통을 준다.
매캐하고 구린 냄새가 내 쪽으로 날라 오면 괴롭다.
심할 경우에는 얼른 다른 곳으로 피하고 싶어질 정도이다.
술집에 가면 아직도 실내에서 흡연을 하는 무개념의 흡연가들이 꽤 많다.
금연이라고 써 붙여 놓았다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이나 식당종업원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실내에서 담배를 태우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할 수가 있다.
금연이라는 표시가 되어있지 않은 술집에서는 당연하게 흡연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좌 우에서 여러 명이 한꺼번에 담배를 피워대면 대단한 공해가 아닐 수 없다.
과거에 가지고 있던 향긋한 담배 연기 냄새가 아니라 오염된 매연개스처럼 느껴진다.
맑은 공기, 쾌적한 환경 속에서 술을 마시고 싶다.
담배 냄새는 어느새 내겐 공해물질인 매연개스처럼 생각되어져서 그러한 환경에 오래 머물 수가
없다. 더구나 밀폐된 노래방이나 공간에서 흡연으로 발생하는 담배 연기의 냄새는 몹시 괴롭다.
담배를 피울 때 가지고 있던 담배 냄새의 기억과
금연을 하고 난 이후에 최근에 가지게 된 담배 냄새는 180도 바뀌게 되었다.
습관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되었다.
과거 내가 담배를 피우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주었던 피해를 생각하면 낯이 뜨겁다.
이제는 금연가들이 좀 더 많아지는 추세이고 쾌적한 환경을 바라는 사회가 되어 점점 담배 연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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