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리치]동양에서의 예법은 이러하다.
군자는 먹되 배부름을 구하지 않으며, 살되 거처함에 편안함을 구하지 않으며, 모든 일에는 행동을 함에 있어서는 민첩해야하지만 말하는데 있어서는 삼갈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세상에서 이러한 글을 보면 피식 웃음이 나올 만큼 어리석어 보인다. 나이에 상관없이 뭔가 튀어야 하고, 성과를 내서 이름이 날려야 한다. 행동은 민첩하지 않아도 일단 말이라도 그럴듯하게 ‘설’할 줄 알아야 남들이 알아주는 세상이다.
결국 남들이 알아주도록 해야 하는 것인가? 요즘의 자기계발은 그래야 한다 가 답이다. 남들이 알아줘야 몸값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한 자기계발과 노력이 저마다 열띤 강의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공자는 말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군자는 말에는 어눌하고 행동에는 민첩해야 한다.” 소위 말 중심 문화(verbal culture)즉 언어로 표현되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는 문화에 일침을 가한 조언이다.
노자는 더 나아가, “도를 도라고 말로 하면 그것은 참다운 도가 아니다.”라고 말 이전의 마음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 동양문화는 언어로 담아지는 세계의 진실성을 회의하는 깊은 전통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이정도만으로 그쳐야 할 것을 너무나 과도하게 입을 아예 막아버렸다.
언어에 대한 회의가 이성과 논리마저 거부하는 불행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그래서 서양보다 훨씬 앞선 문명을 갖고 있으면서도 물질적인 면과 과학적인 면에서 월등히 뒤처지고 식민지국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서양의 미친 듯이 치솟는 물질문명의 과도함과 동양의 어리숙한 마음자리에만 연연하는 정신문명은 둘 다 한쪽에만 치우치는 우를 가져왔다.
이제 서양은 동양의 정신을 갈구하고 있고 동양은 서양식 문화를 배우느라 바쁘다. 스피치도 마찬가지이며, 수많은 자기계발 역시 그의 일환이다.
여기저기서 여러 종류의 자기계발 교육이 붐을 이루어오고 있다. 이러한 것은 자신을 키우고 점검하는 중요한 전환점을 주기 때문에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 역시 과도할 경우, 우리 것을 잃어버리고 남의 것만 기웃거리는 멋쩍은 결과만 가져올 뿐이다. 어느 한쪽의 치우침. 이는 또 다른 과도한 욕구의 분출이고 욕망이다. 인간의 과도한 욕망은 인간의 동물적 본능이 아니라 문화적 경쟁의 산물이다.
지나치거나 모자라는 것. 이것은 인간의 문화현상이지 결코 자연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자연은 욕심이 없다. 불필요하게 지나치는 것을 꾀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진정으로 알아줄 만한 가치가 있는지, 내 존재에 대한 믿음이 있는지를 뒤돌아봐야한다. 나 자신이 능하지 못함을 점검해야 한다. 이랬을 경우 “군자는 자신의 무능한 말을 병으로 여겨라.”라는 동양의 말이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동양에서 말 그 자체를 경시하거나 없이여김을 하지 않았다. 말을 하되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한다는 단서조항이 더 크게 부각되어 나타났을 뿐이다. 서양식 자기계발만이 전부가 아니다. 세계화시대에 서양식 자기계발과 그 표현만이 정답은 아니다. 안과 밖의 충만함이 있는지, 그래서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서 나의 것이 있는지를 점검할 줄 알아야 한다.
밖을 향한 자기계발에만 주력해서 나중엔 서양에서 들어오는 정신문명에 치일까 우려스럽다.
[아이엠리치(www.ImRICH.co.kr) 이현정 칼럼니스트 / 방송인 스피치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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