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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야기

서경석 선배님의 편지

[From. 서 경석] 173. 당신의 낙하산은 누가 준비해 주나요?‏
보낸 사람:  서경석
보낸 날짜: 2009년 9월 23일 수요일 오전 12:35:43
받는 사람:

황득수님

 

저는 지난 9월 14일 동티모르에 도착하여 9월 18일 금요일 오후 3시 30분에 오르따(Horta)

대통령님에게 신임장을 전달했습니다.
이제 대사로서의 신고는 다 마쳤습니다.
저는 외교관으로서 국익을 위한 책무를 다하겠습니다.
나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 너그럽고,일을 하면서는 원칙을 준수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강원도만한 작은 나라, 인구 110만 명 정도, 커피열매를 따는 산속의 농부들이

버는 돈은 일일 50센트, 1불이 채 되지 않는 가난한 나라입니다. 따듯한 가슴으로 저를 통해

대한민국의 정성을 아낌없이 전하겠습니다.

주 동티모르 대한민국 대사 서경석
Seo, Kyoung-suk
Ambassador, The Republic of Korea.
Avenida de Portugal, Motael, Dili
Democratic Republic of Timor-leste

 

 

찰스플럼은

미 전투기 조종사로 베트남전에 참전을 했습니다.
75번 출격을 하였을 때, 그의 전투기는 적의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격추를 당했습니다.  플럼은 낙하산으로 탈출을 하였으나 그는 포로가 되어 월맹의 공산군 감옥에서 6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 힘든 시련을 이기고 살아남았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여러 가지 교훈을 도출하여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플럼과 그의 아내가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어느 날
다른 테이블에 있던 한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건넸습니다. 

“당신은 베트남전에서 미 항공모함 키티호크(Kitty Hawk)함에서 전투기를 조종하던 파일럿 플럼이군요. 당신은 적의 포격을 받고 추락하였었지요?”

“아니. 세상에 당신이 어떻게 그걸 알지요?”
플럼이 묻자 그 남자가 말했습니다.

“내가 당신의 낙하산을 접었습니다.”
플럼은 놀라움과 감사함으로 숨이 콱 막힐 지경이었다.

그 남자는 플럼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며 말했습니다.
“나는 당신의 격추 소식을 듣고 내가 접은 그 낙하산이 잘 펴졌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플럼은 말했습니다.
“예, 맞습니다. 그 낙하산이 잘 펴졌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오늘 여기에 없었겠지요.”

그 날 밤에 플럼은 쉽게 잠들지 못했습니다.
플럼은 키티호크 호에서 해군 제복을 입은 모습, 하얀 모자, 등에 걸쳐진 해군 병사 옷의 장식, 나팔바지 등 병사들이 입고 있는 모습을 계속 떠 올리며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플럼은 그 수병이
항공모함의 제일 아래 층 바닥, 사방이 꽉 막힌 갇혀진 곳에서 긴 나무 테이블 옆에 서서 낙하산 줄을 정리하는 수병들의 모습을 그려보았습니다.
그 수병들이 알지도 못하는 조종사들의 “운명의 순간”을 그의 손에 쥐고, 한 겹 한겹 낙하산 천을 접으며 오랜 시간을 보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플럼은 깨달았습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누군가가 내가 짊어지고 뛸 낙하산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자기는 전투기 조종사이고 너는 단지 해군의 수병이라는 이유로 ”Good Morning"이라는 인사 한번 제대로 하지 않았던 옛날이 부끄러웠습니다.

내가 격추를 당했을 때,
나를 살린 내 낙하산을 누군가가 준비해주었듯이
지금도 누군가가 나를 위한 낙하산을 접고 있다.

그렇다.
나도 남을 위한 낙하산을 준비해 두어야 한다.
누군가가 내가 접은 낙하산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를 위해 나는 오늘 낙하산을 정성들여 접어야 한다.


                65사단장 허 일회 장군님 편지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