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즈이야기

미국식 경기부양책 - 신뢰를 얻지 못했다?

 

 

미국의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10일 '금융안정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다우지수는 급락하여 8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금융안정계획에 대한 월가의 반응은 차가웠다. 미국정부사상 최대규모인 2조달러 투입계획에도 불구하고 부실자산과 모기지인수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지적들이 쏟아졌다. 당장 실행조차 어려워 보인다는 의견들이 들리면서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을 내다 팔아버린 것이다. 오바마의 조커가 정작 시장에선 무시당한 꼴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는 식의 미국식 경기부양책이 과연 이번에도 먹힐까 하는 의문이 들게 된다. 과거 세계경제의 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이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던 어두운 그림자들을 저금리와 유동성공급으로 잘 막아왔다면 지금의 상황은 그에 따른 막대한 폐해나 다름없다.

이에 대한 해결과정에서 갈수록 커져만 가는 문제가 한 가지 있다. 바로 미국투자자들의 의심이다. 미국의 국채를 대량 사들인 전세계 달러화 보유자들은 미국이 의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조장하여 엄청난 양의 실질부채를 줄이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2조 달러라는 금융구제안의 규모만 보더라도 의심을 사기엔 충분하다. 결국 이런 의심과 걱정 끝에 그동안 탈없이 암묵적인 균형을 유지하던 글로벌 달러 리사이클링이 끊어진다면 세계경제의 유례없는 대혼란이 예상된다.

게다가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인한 회사채의 부실도 예견되고 있다. 경기가 악화되면서 기업들의 부도율이 급증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회사채에 투자한 헤지펀드가 큰 손실을 보게 되며, 결국 헤지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상업은행의 도산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작년에는 리먼브러더스와 같은 투자은행들이 문제였지만 올해에는 시티그룹같은 상업은행들이 생존의 위기에 봉착할 듯 싶다. 한마디로 2차 금융위기로 불이 옮겨 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다. 상당히 긴 시간동안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을 것 같다.

현재만 놓고 본다면 오바마정부의 재정정책에 기댄 심리적 상승무드마저 끝나는 분위기다. 또 새롭게 등장할만한 대형호재는 당분간 예상조차 되질 않는다. 캄캄한 밤안개 자체다.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상반기 투자전략에는 반드시 안전장치를 달아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살얼음판과 같은 주식시장을 걸어 목적지에 도달할 것인지, 얼음판이 보다 깊고 단단해지는 것을 확인한 후 걸어갈 것인지 판단해야 하는 시점이다. 자칫 중간쯤 지날 때에 얼음판이 깨지기라도 한다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 시간이 더 걸릴지라도 얼음이 바위처럼 딱딱해지길 기다리는 편이 나을 것이다.

5달러로 1억달러를 벌어 월스트리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개인투자자로 알려진 추세매매의 아버지, 제시 리버모어는 쉬는 것도 투자라고 하지 않았던가. 세계화의 물결 속에 펼쳐지던 미국중심의 세계경제구조가 심하게 뒤틀리며 요동치고 있다. 또 다른 판이 열리고 새로운 기회가 엿보일 때까지 투자는 잠시 꺼두는 게 좋겠다. 


양보석 자산관리 교육․컨설팅 오르멜라 대표 / ‘고슴도치 성공전략’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