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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운이야기

치아 이야기

작년에 작고하신

아버님은 83세에 난생 처음으로

치과에 가셔서 충치 치료를 받으셨다.

 

80여세까지 충치나 손상된 치아가 없으셨기에 오복 중에 치아만큼은

누구에게도 부럽지 않은 건강을 자랑하신 분이다.

어릴 때 아버님은 굵은 소금으로 양치질을 하셨다.

그리고 치약이 많이 보급이 된 후에는 양치질을 치약으로 하셨는데

오래오래 구석구석  닦으시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어린 시절 난

형식적으로 대충대충 치카치카 이빨을 닦고 제대로 이빨 닦는 요령도 모르고

그저 치약 묻혀서 치솔로 이빨에 대고 좌우로 문지르면 되는 것으로 알고 양치질을 건성으로 했다.

어머님은 원래부터 이가 부실하셔서

일찍부터 치과에 종종 다니신 것을 보았다.

 

초등학교때 내가 충치가 생겨서 아파하기 시작하자

어머님은 내가 당신을 닮아서 치아가 잘 썩고 부실한 것으로 생각하시고 미안해 하셨다.

중고등학교에 와서는 나름대로 열심히 이를 잘 닦았지만

확실히 남들보다 약한지 빨리 상하고 치과에 갈 일이 자주 생겼다.

 

때우고 씌우고 하다가 이젠 뽑아버리는 단계에 이르렀다.

 

내 치아가 아버님을 닮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꼬

하시며 항상 어머님은 안타까와 하셨다.

 

최근 많이 흔들리고 상한 이빨을 세 개나 뽑아버렸다.

 

내 어금니는 주인을 잘 못 만나서 수고하다가 53년의 봉사기간의 임기를 모두 마치고

뽑혀서 버려지고 말았다.

좀더 잘 관리 해 주었더라면 서로가 힘들어 하지 않고 헤어짐 없이 더 오래 공생을 하였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밀려온다.

 

53년간 내가 그들을 너무 혹사시켰는지도 모르겠다. 

앞니는 이상이 없이 그나마 잘 버티고 있는데 어금니들은 그 동안 내가 너무 고생을 시킨 것 같다.

서둘러 서로 이별을 해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런데

앓던 이 뽑은 듯이 시원하다 하는 말이 실감이 난다.

흔들려서 불편과 고통을 주던 이빨을 제거하고 나니 고통이 사라지고 기분이 좋다.

물론 음식을 씹는 힘도 약하고 부족한 상황이지만 아픈 것 보다 낫다.

 

너무 고생을 하면 인간도 일찍 늙고 결국 일찍 죽듯이

이빨도 역시 너무 혹사당하고 관리를 잘 해 주지 못하니 그만 일찍 폐기처분되는 수난을 맞이했다.

세상은 역시 공평하다. 뿌린대로 거두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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