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내린다.
제법 쌀쌀한 냉기가 온몸에 젖어든다.
가랑비에 젖은 몸을 잠시 녹이기 위해서 찾아간 청진옥 해장국집
걷는 것이 몸에 가장 좋다는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요즘 아내와 난 자주 걷고 있다.
버스를 타고 안국동에서 내려 걸어서 올라간 삼청공원의 말바위,
삼청공원 말바위 정상에서 시작된 가랑비는 쉬임없이 내리고 있다.
나와 아내는 우산도 없이 빗속을 묵묵히 걸어서 종로 1가 추억의 청진옥 해장국집까지 갔다.
뜨끈한 청진옥 해장국이 이렇게 비내리는 가을 점심으로는 제격이다 싶었다.
토요일 점심이라
거리는 한가하였고 다른 식당은 손님의 발길이 드물었지만
이름난 청진옥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옛 추억의 맛을 간직한 선지 해장국을 먹고자 찾아온 손님들은
지긋하신 노인들과 중년 그리고 아기를 데려온 젊은 부부까지 다양하다.
용호도 좋아할 것이라고 해서 선지 해장국을 포장해달라고 하여 샀다.
뜨끈한 선지해장국으로 비맞은 몸을 달래고
길을 걸어 공평동으로 걸어가는 도중 도로에 떨어진 최신형 휴대전화기를 주웠다.
휴대폰 고리에 순금의 인형이 두개나 걸려있고
빨간 하트모양의 플라스틱 손잡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여자가 주인인 휴대전화기다.
누가 급히 걸어가면서 흘린 모양이다.
조금 있자니 전화가 온다. 전화기를 길에 떨구고 당황하여 찾고 있는 주인이었다.
안국역 앞에서 만나 휴대전화기를 건네주니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는
너무 고맙다고 꾸벅 인사를 하면서 만원을 우리에게 주고 두 분이 맛있는 것 사드세요 감사합니다.
하며 돌아간다.
비오는 가을의 토요일 오후가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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