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족이야기

어버이날 새벽단상

 

 

 

 

새벽에 눈을 뜨고 보니

창밖이 아직도 컴컴하다. 시계를 보니 4시 15분이다.

어제 신규 business 제안을 해 온 J 사장과

낙원상가 지하에서 족발에 소주 한 잔 마시고 일찍 잠자리에 든 탓일게다.

술  기운에 잠이 깊이 들었었던지 눈을 뜨니 피곤도 가시고 잠이 더 오지는 않을 것 같다.

적당하게 마신 술이 그래서 좋은 점도 있다. 

 

커피 한 잔을 타서 마시려고 보니 식탁에 웬 꽃이 놓여있다.

불을 켰다.

예쁜 카네이션 두 송이와 편지가 눈에 들어 온다.

 

스물세살 막내 용호가

어버이 날이라고 우리가 모두 잠들고 난 뒤 살짝 편지와 함께 올려놓은 것 같다.

편지를 읽어 보았다.

괜시리 새벽부터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자그만 감동이 밀려왔다.

 

잘 할거라 믿어주는 아빠

잘 되라고 잔소리 해 주는 엄마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이야기...

직접 엄마 아빠 가슴에 달아드리기가 쑥쓰러워 그렇다고 하면서 직접 꼭 옷에 꽂고 지내달라는 당부..

돌아오는 일요일 점심이나 저녁을 자기가 쏘겠다고 기다려 달라는 얘기...

 

이 새벽,

난 누가 봐 주지도 않겠지만

난생 처음 왼쪽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출근을 한다.

예전에 아이들이 사다 준 카네이션은 화병에 꽂아 놓고 가슴에 달아 본 적이 없다.

왠지 카네이션은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공연히 꽃을 달고 다니면 남들의 눈에 띄게 되고 쑥스러워지기에 달지 않았었다.

그런데 오늘 새벽에는 자랑스럽게도 떳떳하게 카네이션을 달고

새벽버스를 타고 사무실로 향했다.

내가 조금 쑥쓰럽다라도 막내 용호가 원하는 것을 아빠로서 받아드려야 할 것 같아서...

 

5월 3일 고향 산청에 내려가서 어머님 미리 뵙고 올라왔지만

이 새벽 어머님 생각이 또 난다.

그리고 돌아가신 장모님이 새삼 그립다. 

 

'가족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특활부장 아내  (0) 2008.05.19
할아버지 제사  (0) 2008.05.12
고향소식 - 2  (0) 2008.05.06
고향소식 1  (0) 2008.05.06
고향 소식  (0) 2008.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