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족이야기

할아버지 제사

5월 11일

할아버지 제사는 마침 일요일이라서

토요일 아내와 같이 장을 보고

일요일 오전에 제사음식을 장만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장남인 나와 맏며느리인 아내가 할아버지 제사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아 지내온 것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집안의 제사를 물려받아 지내게 되면서 비로소 한 집안의 장남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리고 집안의 역사와 대물림이 무엇인지 왜 제사가 필요하며 가문의 흐름을

실감을 하게 된 것이다.

어릴 적에 제사나 명절 때만 되면 이가(李家)집에서 시집을 오신 어머니가

황가(黃家)네 조상을 위해 열심히 제사상, 차례상을 준비하시고 손님 대접을 하시며

지극한 정성을 보이시는 것을 보고 어린 마음에 참 어머님은 대단하신 분이다 하고 생각을 하였다.

 

과연,

때가 되어 장남인 나와 맏며느리인 아내가

집안의 제사를 맡아 지내기 시작하면서부터 맏며느리인 정가(鄭家)집의 아내는, 

황가(黃家)네의 확고한 일원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고 조상을 모시는 일에 열과 성을 다하며

한 집안의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실감을 하고 있다.

 

주변의 친척들도 자연스레 아내를 단순하게 황가네 집안의 한 며느리로 생각하는 것에서

발전하여 집안의 한 기둥으로 인정을 하면서 믿음을 가지고 바라보는 계기가 된다.

그래서 맏며느리를 존중을 하게 되고 또한 존중하는 만큼 기대를 가지게 된다.

 

아내는 제사상 차림을 위해서 나름대로 예절에 어긋나지 않도록 제사상 차림의

노하우를 익혀왔고 시어머님인 어머니로부터 전수 받은 과거 전통적 관습과

현대적 사고를 혼합하여 새로운 황가네 제사상 차림의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가고 있다.

아내가 한문을 잘 쓰므로 붓펜으로 지방을 쓰는 일까지 1인 5역을 하고 있다.

시장보기, 음식준비하기, 제사 상 차리기, 지방 쓰기, 손님 맞이 및 뒷정리....

나는 제사 지내는 일을 제외하면 모든 과정에서 보조일 수 밖에 없다.

장보러 가서 짐 날라주기, 밤 까지, 잔 심부름, 설겆이 돕기 등...

 

집집마다 지역마다 상차림이 조금씩 다르고

제사 지내는 절차도 서로 조금씩 틀리다.

크게 예절에 벗어나지 않는다면 그 차이가 문제가 될 것은 없을 것 같다.

조상을 마음 속으로 존경하고 잘 모신다는 마음자세가 살아 있다면 그로써 조상의 예는 갖춘 셈이다.

 

 

제사상은 돌아가신 조상과 현실의 자손들이 만나는 교감의 식탁이다.

제사를 지내는 동안 조상은 이승으로 달려 오시어서 자손들의 정성을 드시고 자손들의 효심과 우애를

확인 하신 후 큰 축복을 내려주시고 다시 돌아 가신다.

 

 

조상이 드시고 남은 음식으로 자손들은 모여 앉아 배불리 먹고 마신다.

제사날엔 후손들은 영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가득 채울 수 있어 축복받는 좋은 날이다.

그러한 면에서 한 집안의 발전을 기원하는 어머니는 자연 제사에 정성을 쏟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가족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물떡찜 - 이열치열  (0) 2008.05.23
특활부장 아내  (0) 2008.05.19
어버이날 새벽단상  (0) 2008.05.08
고향소식 - 2  (0) 2008.05.06
고향소식 1  (0) 2008.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