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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야기

분홍 보자기와 종로 00 떡집

 

 

 

 

분홍 보자기


광화문의 뒷골목을 걸어가다가 가게 앞에 나와 있는
분홍보자기를 보았습니다.
명절 때 과일바구니나 한과상자 등을 감싸던
얇은 나일론 분홍 보자기였습니다.
넙적한 것을 분홍보자기로 곱게 싸서는 땅바닥에 두었더군요.
버린것 치고는 너무 모습이 고왔고, 파는 것치고는
땅바닥에 그냥 둔 것이 이상했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아, 그것은 식당서 배달왔던
그릇들과 큰 쟁반이었습니다.
사무실에서 점심을 시켜서 먹게 되면 신문지로 덮어서
복도나 계단 한 구석에 내밀어두던
바로 그 처치곤란 네모난 쟁반이었습니다.
혼자서 장사를 하는 작은 가게 주인은 점심을 시켜서 먹어야 할 것이고
먹은 빈 그릇을 가게 안에 두면 냄새가 나서 안되니
부득이 밖에 둘 수 밖에 없습니다.
쟁반 위를 신문지를 덮으면 바람에 날라가기도 하고,
검은 비닐로 감싸도 그 초라한 모습이 보기 좋지가 않지요.
그런데 그 골치덩어리 쟁반을 얇은 분홍보자기가 감싸안고 있으니
새색시처럼 수줍어보이기도 하려니와
애틋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여러 사람의 수고로 만든 음식을 감사히 맛나게 먹은 후,
그 빈 그릇은 홀대하던 우리네 인심을 다시 생각케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리 보자기로 싸놓으니
가게 앞에 있어도 보기 흉하지 않아 좋았습니다.
신문지로 두어번 휘감고 보자기를 덮어 묶으려면 손은 한번 더 가지만
길 가는 여러 사람을 배려하는 그 센스가 참 아름다웠습니다.

 

 

(사색의 향기님이 보내준 편지)

 

 

 

위 글을 읽으니 지난 추석명절이 떠오릅니다.

추석명절을 앞둔 종로 떡집들은 분주하였습니다.

많은 주문을 받은 탓인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한 @@떡집의 아주머니들이 부지런히 떡을 포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니 떡들은 어떤 공장에서 대량으로 구입을 하여 포장만 유명한 @@떡집 떡상자에

포장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가게가 좁다보니 떡을 바깥에 내려놓고 사람들이 많이 오고가는 가게 앞 길 가에서

상자에 빠르게 포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소중한 전통 먹거리 선물로 지인에게 전해질 맛있는 떡을

먼지가 많이 날아 다니는 길 가에서 그것도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는 곳에서 하필 떡을 포장할 것이

무엇입니까?

 

더욱 놀라운 것은 포장을 하고 있는 아주머니의 손에는 위생용 비닐장갑도 착용되어 있지 않았고

맨손으로 주물럭 주물럭 만져가면서 포장을 하고 있어서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그 흔한 침튀김 방지용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고서 말이지요.

그렇게 포장하기를 하루이틀, 한두 번이 아닌 것 같아 보였습니다.

아무리 바쁘고 아무리 가게가 좁아도 그렇지 길가에서 사람들이 다 보고 있는데

먹을 떡인데... 맨손으로 성의없이 떡 상자에 주섬주섬 담고 있는 광경은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이 대목에 많이 팔아서 돈을 벌겠다는 욕심이 가득한 가게 주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마침 해외 관광객도 많이 지나다니는 곳에서 버젓이 맨손으로 비위생적으로 포장을 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과연 대한민국의 전통 고급 음식의 하나인 떡에 대하여 어떤 느낌을 받을까요?

그리고 그 떡을 즐겨 사 먹겠습니까?

 

이번 추석 선물은 떡은 아니다 싶었지요.

 

고객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신뢰를 얻고 어떻게 하면 버림을 받는지 깊이 생각해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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