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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것들

청년실업 부추기는 교육정책

교육정책이 청년실업 부추긴다

 

  박지성은 축구로 용이 되는 꿈을 이루었다. 우리나라 K리그 프로축구선수는 612명이다. 우리나라 프로선수 연령층의 남자인구만 해도 800만 명이 넘는다. 박지성은 몇 백만 명에 하나 나오고, 이름이 별로 알려지지 않은 프로축구선수라도 몇 만 명에 하나밖에 안 되는 탁월한 재능을 타고 나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축구처럼 외부로 드러나는 재능이라면 걸러내기가 용이하다. 선수 개개인에 대한 평가는 프로구단은 물론 초•중•고교나 대학의 축구부에서도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재능이 부족하면 탈락된다. 당사자는 아쉬워도 어쩔 수없이 축구를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탈락 시스템이 없는 분야는 포기가 어렵다. 지금 우리교육시스템이 그렇다. 적성이나 능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공부로 승부하는 방식이다. 대학에 들어가기에는 성적이 턱없이 부족해도 상관없다. 누구나 대학입학에 올인하고 무분별하게 대학에 진학한다. 이는 진로결정을 중등교육단계에서 하지 않고, 대학졸업 후로 미루는 것과 같다.

  무분별한 대학진학은 교육복지 포퓰리즘이 원인이 되었다. ‘92년 대통령선거에서  정당들은 학생들을 입시지옥에서 풀어주고 학부모의 부담과 심정을 고려하여 “대학정원제를 없애고 학생 수를 늘린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1995년부터는 대학 설립을 쉽게 하여 대학과 대학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1990년까지만 해도 33.2%에 머물던 대학진학률이 2000년에 68.8%, 2005년에는 무려 82.1%로 치솟았고, 이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단연 세계 최고다.

  대학의 문을 넓혀 대학입학을 쉽게 해야 한다는 논리는 곧 교육복지의 증대를 의미한다. 사람들은 교육을 신분 상승의 사다리라고 한다.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도 교육이 만든다고 한다. 용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이 형편상 교육을 못 받는다면 개인적으로 불행한 일이고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이런 사람들은 당연히 더 많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자칫 교육을 많이 받으면 누구나 용이 되는 것으로 비약될 수 있다. 누구에게나 대학교육 혜택을 증대시켜야 한다는 보편적 복지확대논리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일단 대학에 가고보자는 풍조를 확산시키게 된다.

  대학 진학을 부추기는 요인은 또 있다. 무엇보다 저학력자가 대부분인 생산직 임금이 고도성장과 민주화 속도에 걸맞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성장의 과실이 고학력 사무직에 편중된다는 사회적 인식은 누구나 대학 진학을 돌파구로 여기게끔 만들었다. 대졸이상의 고학력이 요구되는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의 20~30%에 불과한데 대학진학률은 80%를 웃돈다. 무슨 공부를 어떻게 했건 일단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직업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지기 마련이다. 대졸 청년실업자가 매년 15만 명 이상 생기고, 한편 중소기업들은 매년 외국인 근로자 약 10만 명을 채용하고도 인력부족을 호소하는 이유다.

  결국 무분별한 교육복지 확대가 청년실업을 부추긴 꼴이다. 진로결정을 중등교육단계에서 하지 않고 대학졸업 후로 미루게 한 교육정책의 결과다. 이는 대학졸업 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실업자에게는 치명적 타격이다. 진로변경하기에도 너무 늦다. 잘못된 교육정책이 인력 수급의 구조적 차질을 초래하고 경기침체와 관계없이 청년 실업을 양산하는 구조적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교육의 보편화에 따른 제반 교육비 부담증가는 중산층을 파괴하고 빈곤층을 양산하는 원인도 되고 있다. 대학운영을 학생등록금에 의존하다보니 등록금을 자꾸 올린다. 많은 대학생이 신용불량자로 내몰리고 있다. 대졸자가 너무 많다보니 기업들은 고졸자에게 적합한 업무인데도 무조건 대졸자를 채용하는 풍토다. 이 또한 대학진학을 부추긴다. 악순환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대학구조조정이 절실하다. 그러나 구조조정은 교육정책만으로는 안 되고 관련 사회정책이 함께 추진되어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저학력이나 생산직도 열심히 일하면 고학력 사무직 못지않게 잘 살 수 있는 정책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학교에 대한 지원은 취업교육 우선의 원칙을 확고히 적용하고, 노동정책과 복지정책은 저학력과 생산직 우대를 그 중심에 두어야 한다. 이는 대학 가지 않아도 잘사는 정책의 기본방향이다. 근래 일부 기업이나 은행의 고졸 채용 확대만으로도 대학진학률이 떨어지는 기미를 보였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은 중학교 때부터 직업교육과 진학교육으로 분류한다. 독일은 대학등록금이 대부분 무료인데도 대학진학률은 40%에도 못 미친다. 나머지 60% 이상은 직업교육을 받고 취업한다. 독일의 청년실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독일은 지금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유럽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있어 가장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오늘도 대선 캠프마다 교육복지를 경쟁적으로 읊어대며 국민을 현혹한다. 그러나 지금은 포퓰리즘에서 벗어나 사안의 핵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통한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절실한 시점이다.

 

 

 

조휘갑 

    (전) 경제기획원•통계청 과장/국장, The World Bank Economist
    (전) 공정거래위원회 정책국장, 사무처장, 상임위원
    (전)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원장
    (현)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초빙교수
    (현)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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