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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것들

똑똑한 국민이 똑똑한 국회 만든다.

똑똑한 국민이 똑똑한 국회 만든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제19대 국회의원을 뽑는 4.11 총선이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닥쳤고 여덟 달 더 지나면 제18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4년, 5년을 더 기다려야 하니 정치지망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필사적으로 뛰는 것을 나무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선뜻 이해되지 않는 구석이 너무 많은 게 정치판이다. 무상 급식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주요 쟁점에서 늘 보수파의 반대편에 섰던 이가 어처구니없게도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하는가 하면 진보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인사가 통합민주당에서 버젓이 뛰고 있는 것을 보면 정작 정치판에서는 정치적 신념과 소신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모양이다. 오직 ‘어느 쪽이 금배지 달 확률이 더 높은가?’를 따져 보는 주판알 튕기기만 있을 뿐!

  
이런 사람들이 공천을 따면 유권자들을 어떻게 기만할지는 보지 않고도 알조다. 되는 것, 안 되는 것 있는 대로 긁어모아 ‘눈가림용’ 공약을 내놓고 표를 달라고 호소할 것이다. 혹시라도 당선되면 어떻게 행동할지도 눈에 선하다. 국민과 국가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기에게 공천을 준 ‘보스’의 눈치나 보며 충성 경쟁을 벌이는 한편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이권 챙기기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공약에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으니 지키려고 애쓸 리도 없다. 이런 사람들이 설치는 국회라면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의 국회상(像)이 딱 그렇다. 그 동안 국회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사례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피치 못할 상황도 없지 않았겠지만 이런 ‘깜냥’도 안 되는 의원들이 활개 치는 통에 빚어진 황당한 사건들이 대부분이다. 세계의 조롱거리가 된 ‘해머 국회’로도 모자라 최루탄까지 터뜨리더니 전당대회에서 같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리려던 사실이 뒤늦게 들통 나 급기야 현직 국회의장이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사법 처리되는 치욕의 기록까지 남겼다. 쇄신하겠다는 사람들이 저축은행 특별법 같은 전형적인 표(票)플리즘 법안이나 만들겠다고 아우성이고 의원들이 걸핏하면 성추행이나 폭력, 뇌물 수수, 인사 청탁 시비 등에 휘말리곤 한다.

  
청와대라고 더 나을 것도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4주년 특별기자회견에서 “내 주위에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나올 때마다 정말 가슴이 꽉 막힌다. 화가 날 때도 있고 가슴을 치고 밤잠을 설친다”고 토로하고 “제 심정도 그런데 국민 마음은 어떻겠느냐?”며 친인척과 측근 비리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했다. 대통령이 임기 말에 대(對)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이제 관행으로 굳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60년을 훌쩍 넘겼지만 오점을 남기지 않고 명예롭게 물러나 온 국민의 존경을 받으며 은퇴생활을 즐긴 대통령이 한 명도 없으니 부끄럽고 참담할 따름이다.

  
그러나 우리 정치가 이 지경까지 추락한 것을 정치판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는 게 사안의 본질임을 깨달아야 한다. 더 큰 책임은 바로 우리에게 있다는 얘기다. 못난 국민이 못난 국회를 키우는 법이다. 국민이 깨우치지 않고는 올바른 정치가 나올 수 없다. 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못 박고 있다. 국민의 주권 행사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게 투표다. 선거에서 똑똑한 사람, 훌륭한 사람, 정직한 사람을 뽑아서 청와대와 국회에 들여보내면 그만이다. 국민이 대오각성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가 후진 정치를 벗어날 길은 요원할 뿐이다.

  
총선일이 다가올수록 유권자들을 유혹하려는 온갖 술수가 난무할 것이다. 하지만 땅 치고 후회하는 일을 앞으로 4년 동안 또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두 눈 부릅뜨고 누가 진짜 국민의 대변자인지 가려내야 한다. 각종 비리와 의혹에 연루됐거나 정쟁에 앞장선 사람들은 물론이고 이 당 저 당 오가는 ‘철새 정치인’과 이 말 했다 저 말 하는 ‘말바꾸기’ 선수, 없는 말 지어내 남을 중상하고 이간질하는 거짓말쟁이, 국민과 국가보다 당리당략을 앞세우는 정상배, 정책 대결은 외면하고 지역 감정 부추겨 사람들 눈을 가리는 분열주의자 등은 가차 없이 잘라내야 한다.

  
국회의원 욕하고 대통령 탓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욕하고 탓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모두가 우리의 귀중한 투표권을 어떻게 행사하느냐에 달렸다.

 

 

 

 

이도선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워싱턴특파원(지사장)
    (전) 연합뉴스 논설실장
    (현) 연합뉴스 동북아센터 상무이사
    (현)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 편집위원,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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