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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야기

사라지는 배려

 

 

사라지는 배려, 삭막해지는 사회
[노컷뉴스] 2011년 11월 02일(수) [CBS 김연지 기자]

 

 

◈"SSM이 소상인을 배려하지 않아 살 수 없다"…한 자영업자의 절규

19살 때부터 시장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한 박 모(46)씨. 자신을 '장돌뱅이'라고 표현하는 박 씨는 장삿일에 뛰어든지 13년 만에 서울 성북구 정릉시장에 자신의 가게를 차릴 수 있었다.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고 쓸 돈도 아껴가며 모아둔 자금에 1억 5,000만원의 빚을 더해서 차린 상점이었다.
박 씨는 가게 문을 열고 3년 동안은 휴일도 명절도 없이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부지런히 일했다.
아내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과 함께 살 수 있는 내 집을 마련의 꿈도 손에 잡히는 듯 했다.
하지만 박씨는 "이제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빚도 거의 갚아가고 그토록 바라던 내 집을 장만의 꿈을 키워가던 찰나, 2년 전 한 중소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박 씨의 가게 근처로 들어온 것이다.

박 씨는 "중소 SSM이 들어온 뒤 6개월 동안은 1억원정도 손해만 봤다"며 힘들게 입을 열었다. 매출은 절반으로 줄었지만 임대료, 전기세, 인건비 등의 고정지출은 오히려 매달 늘어나기 때문이다.
2년이 지난 지금 매출액은 70%정도 회복됐지만, 한 달에 1200만원정도의 고정지출이 나가기 때문에 지금도 적자인 상황이다.
박 씨는 "이제부터 교육비에 한창 돈이 들어갈 시기인데 모아둔 돈은 거의 다 썼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대기업이 중소상인들을 배려하는 것도 없지만 생존의 문제에 부딪히면서 이제는 상인끼리도 배려가 없고 삭막함만 더해간다"며 긴 한 숨을 내뱉었다.

 

 

◈청년백수 "인턴제도는 가식적인 배려에 지나지 않아"

배려 실종은 소상인들뿐만 아니라 구직자에게도 고통의 짐을 지운다.

대학 다닐 때는 아르바이트, 졸업 후에는 인턴, 계약직만 전전하다가 어느새 서른에 가까운 나이가 된 강 모(여, 29)씨는 입사 철이 되자 또다시 수십여 곳의 기업에 기계처럼 원서만 집어넣고 있다.
강 씨는 "정부는 실업청년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인턴'이라는 제도를 보편화시켰지만 가식적인 배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인턴제도가 당장의 실업률을 낮췄을지는 모르지만 싼 값에 고용효과만 보고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강 씨는 "인턴만 반복하면서 싼값에 시간만 허비만 하다 나이가 차서 정규직으로 가지 못하고 또 인턴만 하는 악순환만 반복되고 있다"며 "청년들을 배려해서 정규직 전환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갖추면 좋겠다"고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불꽃놀이 끝난 후 남겨진 25톤의 쓰레기…배려 실종의 부산물
지난 달 8일 서울 여의도 한강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에 무려 120만명의 인파가 몰렸고그에 따른 교통 혼잡과 쓰레기로 여의도 일대는 몸살을 앓았다.

결국 서로를 생각해 가져온 쓰레기를 다시 가져갔더라면 들지 않아도 됐을 25톤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 일대 주민들은 "자기 쓰레기를 알아서 갖다 버려야 서로가 깨끗하고 좋은데, 쓰레기장으로 되버리니 보기에도 안좋고 환경 미화원들이 치우는데도 어려움이 많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날 축제가 끝나고 영등포구청은 130여명의 청소인력 투입해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청소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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