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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당당한 아이로 키워라

 오늘 운동을 갔는데 다른 때에 비해서 사람이 적었다. 특히 주부회원들이 눈에 띄게 줄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초등학교 다니는 자녀들이 학교를 안 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가 학교에 안 간 것이 부모가 운동을 안 올 이유가 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른 때도 학원이다 뭐다해서 바쁘니 그런 시간이라도 함께 있어줘야 한다는 생각에 그다지 이의를 제기할 마음은 없다.

하지만 아이들 당당하고 책임감있는 아이로 키우려면 조금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필자가 늘 강조하는 바이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말보다는 부모의 행동을 보고 배운다. 부모가 자신의 일을 당당하고 멋지게 해 나갈 때 아이들 또한 그렇게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집에 있다고 해서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고 함께 있어준다면 아이들에게는 과연 좋기만 할까?


요즘 아이들이 제일 부족한 것이 생각할 시간이다. 평소에는 학교에 다녀와서 가방만 바꿔서 학원하고 릴레이식 공부를 하다가 집에 오면 TV아니면 오락을 한다. 그보다 모범생이라면 숙제하고 씻고 자는 것이 일과의 전부이다.


가끔은 혼자있는 시간을 만들어 줘야한다. 시간이 많이 나면 스스로 뭔가를 찾아하게 된다. 밥도 찾아 먹고, 간단한 음식도 만들어 보고, 가족들을 위해 무엇인가 할 일도 생각해보고, 그리고 친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너무 아무것도 안 해서 두려워도 보고...그랬을 때 아이들은 성인처럼 사고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혼자 있으면 원인모를 두려움이 밀려온다. 아이뿐 아니라 성인도 때로는 겪는 현상이다. 그것을 이겨내야 한다.


그리고 부모가 늘 함께 있어 주는 아이는 혼자서 놀 줄도 모르게 되고 친구를 사귈 줄도 모르게 된다. 그런데 처음에는 함께 있어주는 부모를 고맙게 생각하겠지만 나중에는 그런 관심 자체를 부담스러워 한다. 우리 작은 딸이 초등학교 다닐 때 그 친구 중에 한 명이 자기 엄마도 일 좀 했으면 좋겠다고 자기 엄마를 필자 일하는 곳에 좀 데려가 달라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함께 있어주면 무조건 좋을 것이라는 착각에서 좀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이들을 망치는 것은 부족함이 아니라 과함이다. 중국의 마지막 황제 푸이(만주어: 아이신교로 푸이)는 단추를 잠그는 것조차도 다 챙겨 받았기 때문에 단추를 잠글 줄 몰랐다고 한다. 아이가 불편함이 없도록 다 챙겨주는 것은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로 키우는 지름길이다. 자신이 잘 할 수 없는 일을 만났을 때 자신감이 떨어지는 경험은 누구나 했을 것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는 나가서 어떤 일도 자신감있게 하지 못한다.


요즈음 서른의 아이, 마흔의 아이 같은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난다. 어쩌다가 어른보다 나은 아이를 만나면 참 기분이 좋다. 그런 당당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 부모의 역할이 크다. 그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에게는 참 쉬운 일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어려운 일일 수 있는 일이다. 아이들의 일을 물어오기 전에는 가능한 한 모르는 척 하는 것이다. 학원이나 과외도 본인이 요구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 그래서 본인이 결정하게 해야 한다. 그랬을 때 의외로 아이들도 자신이 선택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지려고 할 것이다.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요리든 운동이든 최대한 많이 배우고 경험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아이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그리고 밖에 나갔을 때 어디서도 자신감을 갖게 하는 주요 요인이 된다. 그렇게 했을 때 나가서 친구들이나 선생님께도 인기있는 아이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하지말라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가끔 답답하고 뭔가 잘못되어 가는 느낌이 들어도 아이들이 경험하고 스스로 하지 말아야겠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 더구나 부모에게 자꾸 하지말라는 말을 들으면 스스로 제어하는 힘이 약해지게 된다. 의지박약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럴 때 답답함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더 좋은 것을 하도록 유도하는 일이다.


아이를 가장 잘 키우는 것은 당당하게 키우는 것이다.


 

(아이엠리치 서명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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