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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것들

'쌀밥에 고깃국'의 꿈

‘쌀밥에 고깃국’의 꿈

 

  “1964년에는 모두가 기와집에서 이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사는 부유한 생활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북한 김일성이 반세기 전인 1962.10.22 최고인민회의에서 한 말이다. 이밥은 쌀밥의 다른 말이다. 춘궁기의 배고픔이 극심했던 시절, 5월 전후에 피던 이팝나무 꽃, 흰 꽃이 무더기로 핀 것이 마치 하얀 쌀밥 같다고 하여 이밥에서 이팝나무로 됐다고 한다.

  당시는 남북한이 모두 가난과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을 때다. 남한에서도 1961년 5.16 군사혁명 구호 중의 하나가 “절망과 기아선상(飢餓線上)에서 허덕이는 민생고(民生苦)를 시급히 해결하고 국가자주경제 재건에 총력을 경주 한다”였다. ‘쌀밥에 고깃국’은 북한 주민들의 오랜 꿈일 뿐만 아니라 남한주민들의 꿈이기도 했다.

  
남북한이 같은 꿈을 꾸었지만, 북한은 아직도 3대째 같은 약속 되풀이

  김일성의 약속이후 만 30년이 지난 1992년 8월 북한 중앙인민위원회는 “전 인민이 쌀밥과 고깃국을 먹고 비단 옷에 기와집에 살도록 하는 목표를 수년 내에 실현시키도록 제기했다”고 북한 정부기관지 민주조선이 보도했다. 당시 남한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국제적 위상이 한층 더 높아질 때다.

  다시 18년이 지난 2010년 1월초 김정일은 "수령님(김일성)은 인민들이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살게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우리는 이 유훈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최단 기간 안에 인민생활 문제를 풀어 인민들을 남부럽지 않게 잘 살도록 수령님의 유훈을 반드시 관철하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2010년 11월초 북한의 3대 세습자인 김정은은 "3년 내에 인민경제를 1960~1970년대 수준으로 회복시켜 쌀밥에 고깃국을 먹고, 기와집에서 비단옷을 입고 사는 생활수준을 달성해야한다"고 했다.

  이처럼 북한에서는 지난 반세기 동안 3대째 권력을 세습하면서 반복하여 ‘쌀밥에 고깃국’ 을 약속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하나로 남아 있고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 북한은 통계를 밝히고 있지 않고 있으나 탈북자들의 증언이나 해외언론들은 그간 백만 명 이상의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하고 있다.

  그동안 남한이나 북한 모두 경제발전을 위하여 피나는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켜온 대한민국과 이른바 주체사상의 1인 독재와 사회주의경제체제를 고집해온 북한과의 격차는 너무도 크다.

  1995년 이래 국제사회는 많은 양의 식량을 북한에 보냈다. 한국은 323만 톤을 지원했다. 특히 2000~2007년간은 연평균 38만 7천 톤에 달했다. 미국 중국을 훨씬 능가하는 규모다. 이밖에도 한국은 경제교류와 현금 등으로 막대한 지원을 했다. 그러나 17년이 지난 지금도 북한은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

  2011년 8월 9일 유엔아동기금(UNICEF)은 “북한 당국의 식량 배급이 중단될 것으로 전망돼, 약 6백10만 명의 주민들이 위험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식량배급은 지역이나 지위에 따라 차별이 있다. 당 군 보위부 등 체제보위세력 이외의 일반 주민들의 식량부족은 극심할 것이다. 얼마나 많은 북한 동포들이 또다시 굶주림에 고통 받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추석명절에 고향을 찾던 차량물결을 보고 나니 더욱 가슴이 아프다.

  태양과 같이 위대한 지도자란 사람들이 3대에 걸쳐 50년 동안 쌀밥 먹게 해준다고 약속만 반복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경제를 1960,70년대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목표라는 김정은의 말은 지금이 50년 전만도 못하다는 것인데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2012년은 ‘강성대국의 원년’이 아니라 ‘개혁 개방의 원년’이 되어야
  북한이 당면한 식량부족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남한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북한은 더 이상 도발행위 등을 통한 방법으로 남한의 도움을 얻어내려 하지 말아야 한다. 도와주려해도 명분이 있어야한다. 인도주의를 내세우며 지원을 주장하는 국민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북한의 비인도적인 도발행위에 분노하고 있다. 북한이 근본적으로 쌀밥에 고깃국의 꿈을 이루는 길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중국이나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이 했던 것처럼 개방체제로 나가는 것뿐이다.

  북한은 김일성 출생 100년인 내년을 "강성대국의 원년"으로 정한 상태다. 이제는 군사력을 앞세운 강성보다는 제발 배고픈 주민들이 ‘쌀밥에 고깃국’먹을 수 있도록 개혁과 개방의 원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조휘갑

    (전) 경제기획원통계청 과장/국장, Economist the World Bank
    (전) 공정거래위원회 정책국장, 사무처장, 상임위원
    (전)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원장
    (현) 고려대학교 정보경영공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
    (현)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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