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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것들

오늘은 주민투표하는 날

오늘은 무상급식을 놓고 서울 주민의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일이다.

투표에 대한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서 서로 자기들의 주장이 옳은 양, 과열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서울 시민들 중에는 아직도 이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자신의 의사결정을 확고하게 내리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참 이상한 제목으로 글이 올라와 있어 옮겨 놓았다.

 

 

참 이상한 투표

오늘은 참 이상한 투표일이다. 학생들 먹는 것을 놓고 투표가 실시되는 것도 매우 이례적이지만 찬반이 아닌 투표(혹은 거부)하는 행위 자체에 온통 초점에 모아져 있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기본적 참정권인 투표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주민투표는 주민소환제와 더불어 지자체를 견제하기 위해 유권자가 사용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투표율 올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고, 다른 한편에선 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민에겐 어느 것도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초등학교 4학년짜리 둘째 아들이 엊그제 “사람들은 왜 무상급식에 반대하느냐”고 물었다. “밥을 공짜로 주면 좋지 않느냐”는 이야기였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과 논리를 영국의 폭동사태까지 예로 들면서 자세하게 설명해 줬지만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은 여전했다. 정치적 논리와 상황까지 아이에게 설명하는 것은 무리였다. 아내는 “이런 상황을 만든 자체가 짜증이 난다”며 정치권을 싸잡아 욕했다. 투표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묻지도 말라는 투다.

 이번 투표에 대한 여야의 입장을 보면 가관이다. 먼저 여당 출신 시장은 당과 상의도 없이 주민투표를 꺼내들더니 덜컥 발의해 버렸다. 또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더니 투표 결과에 시장직까지 거는 배수진을 쳤다. 정책에 대한 주민투표가 하루아침에 주민소환투표가 돼 버린 셈이다. 당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됐다. 자중지란도 이런 자중지란이 없다. 그러고도 여당이라고 국민들에게 지지를 부탁하고 있다.

 야권도 마찬가지다. 야당은 기본적으로 투표에 의해 정권 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투표를 하지 말란다. 투표 불참도 하나의 의사표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안 하는 것은 몰라도 남까지 하지 말라는 것은 민주주의 정당에서 내세울 일은 아닌 것 같다. 투표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야권도 거부하기가 민망했던지 ‘나쁜 투표’란다. 투표에도 나쁘고 좋은 것이 있는지 헷갈린다. 선거관리위원회도 샌드위치다. 선관위가 투표율 제고 운동을 하지 말라고 나서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런 웃지 못할 상황은 제도에서 비롯된다. 주민투표는 지자체의 주요 정책사항이나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행정행위에 대해 주민들이 직접 투표로 결정하는 제도다. 지난 2003년 12월 관련법이 제정된 후 이듬해인 2004년 7월30일 정식 도입됐다. 이와 비슷한 주민소환제는 유권자들이 부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선출직 공무원을 투표로써 파면시키는 제도다. 단체장에게 주어진 막강한 권력에 비해 견제기능이 취약하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2007년 7월 도입됐다. 지자체 간 합병 등 찬반을 묻는 투표는 몇 번 성립된 경우가 있지만, 주민소환은 지금까지 지방의원 2명을 소환하는 데 그쳤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태환 제주도지사(제주해군기지 관련)와 김황식 하남시장(화장장 건립)의 소환투표는 투표율이 33.3%에 미달돼 투표함을 열지도 못했다.

 이 같은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밖에 길이 없다. 오늘 무상급식 관련 투표도 유권자 33.3% 이상이 투표를 하지 않으면 개표하지 못한다. 야권은 33.3%를 막아 투표함을 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여기고, 여권은 투표함을 까보기 위해 안간힘이다. 모든 투표는 투표자의 의사 확인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만일 33.2%가 투표했더라도 그 결과를 수치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투표율이 33.3%가 안 되더라도 투표함을 열고 그 결과에 귀속될 수 있도록 법개정을 검토해 봐야 한다. 대신 남발을 방지하기 위해 현행 청구권자의 5~20%로 돼 있는 발의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오늘과 같은 이상한 투표일을 막을 수 있다. 그나저나 여러분은 오늘 어떻게 하셨습니까.


(서태원 기자-건설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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