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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것들

토박이말을 살려 쓴 이름들 - 2

16. 어울림누리
 
   아무개 학교에서 체육관을 지었는데 좋은 이름을 찾는다는 기별을 받고 

    저도 이름을 하나 생각해서 보냈습니다.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마당이라는 뜻으로

   '어울마당'이라고 지어 봤습니다.
    그런데 체육관 이름은 학교 이름을 앞에 넣고 '00체육관'이라고 붙였습니다.

    저는 아쉬웠지만 많은 사람들이 토박이말 이름을 낯설어 하니 어쩔 수가 없었지요.
    그런데 알고 보니 멋진 이름을 지어 부르는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고양시에서 세운

    '어울림누리'입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 779-4에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는 누리(세상)'라서 가보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큰 이름뿐만 아니라 그 속에 있는 작은 곳들의 이름도
    별무리경기장, 얼음마루, 꽃우물수영장, 몸과마음닦음, 어울림극장,별모래극장, 별따기배움터

    같이 예쁘게 지었습니다. 어떤 분들이 이런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지만 그 분들을 높이 추어올려  

    드리고 싶습니다. 
   

 

17. 참밥

     집에 들어오는 데 문앞에 붙은 알림종이 하나. 버릇처럼 툭 떼어서 종이 모으는 곳에 넣으려다

     스치듯이 보이는 이름은 '찬밥'. 앵? 다시 보니 '참밥'이었습니다. 어디 밥집이 새로 생겼나

     생각하고 읽어 보니  몸에 좋은 먹거리를 파는 가게랍니다.

     걱정없이 '참밥'을 먹을 수 있게 토박이 먹거리를 판다고 합니다. 어떠세요?

     저는 참 좋은 이름이다 싶습니다. 누리그물에 찾아 보니 다른 곳에는 없고 창원에서 처음 여는

     가게인데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 몸을 만든다'는 말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좋은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믿을 수 있는 참먹거리를 주는 좋은 가게로 돈도 많이 벌기를

     바랍니다.

 

 

18.  그리고 만들고 

     제가 사는 높무리집은 나들문이 두 곳에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집과 가까운 문으로 나고

      들다 보니 다른 문으로 갈 일이 많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쪽 가게에 갈 일도 가게 이름을 볼 일도

      없었지요. 어제 고쳐 달라고 맡긴 옷을 찾으러 갔다가 놀라운 이름을 봤습니다.

      “그리고 만들고”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는 가게,

      무슨 가게일까요? 얼른 알아차릴 수가 있는지요? 저는 얼른 알아보고 이런 이름을 가진 가게가  

      가까이 있었다는 데 놀랐습니다. 좀 일찍 알았더라면 우리 아이들을 이곳에 보냈을 텐데 라는

      생각도 들었고 다음에 그림을 배우고 싶다면 꼭 보내고 싶은 곳입니다.

      창원시 성주동 유니온빌리지 앞쪽 나들문 가까이 있는 그림배움집입니다.


 

 

 

 19. 해나루/해따지

 

       고장마다 제 고장에서 나오는 온갖 먹거리들에 좋은 이름을 붙여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힘을 쓰고 있다는 것을 잘 알 것입니다. 어떤 이름을 붙이느냐에 따라서 많이 팔리기도 하고

       적게 팔리기도 하겠지요. 많은 곳에서 다른 나라 말이나 한자말을 가지고 이름을 붙이는데 얼른

       눈에 들어오는 이름이 있어서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충남 당진군에서 낳은 쌀의 이름을 ‘해나루’라고 지었습니다. ‘해가 뜨고 지는 나루’라는 뜻으로

       예부터 나루였던 ‘당진’을 뜻하기도 하고 해넘이가 아름다운 곳도 있다는 걸 자랑도 하는 뜻도

       담았다고 합니다. 참 잘 지은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경남 거창군 고제면에서 나오는 먹거리들은 ‘해따지’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다고 합니다.

       ‘해’와 ‘따다’에서 가져온 ‘따지’를 더한 말이라고 합니다. ‘해를 따 담은 먹거리’니 걱정말고

       먹으라는 숨은 뜻을 알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20. 참바다 횟집

    살고 있는 동네 횟집 이름들을 찾아보니 좋은 이름들이 많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참바다 횟집’입니다. 여러 가지 뜻을 담을 수 있겠지만

     ‘맑고 깨끗한 바다 가운데 바다’라는 뜻의 ‘참바다’란 뜻을 담았을 듯합니다.

     그 밖에도 ‘회사랑 횟집’, ‘푸짐한 횟집’, ‘바다 회나라’, ‘산고기 횟집’, ‘바다속으로 횟집’ 같은

     좋은 이름들이 있었습니다.  

 

 21. 온터
      진주에 갈 일이 있어 갔었습니다. 남가람을 따라 난 길을 달리는 데 못 보던 가게가 보였습니다.
      이름은 '온터'라는 말만 보였습니다. 수레를 세울 수 없어서 그냥 지나쳤고 집에 와서 찾아보니
      '문화예술그룹'이라고 합니다. '그룹'이라는 말보다 '동아리'라고 했으면 좋겠다 싶지만 제가

      지은 이름이 아니니 어쩔 수 없습니다. '온터'라는 이름을 가진 '어린이집', '봉사동아리',

      '부동산', '출판사', '조경회사'도 있네요. 
     

22. 피우미

 

  

    지난해 하나가 된 창원시는 창원을 나타내는 것들을 마련해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창원을 나타내는 사람으로 ‘피우미’라는 걸 만들었답니다. 시꽃인 벚꽃의 모습을

    닮았으며 새롭게 하나가 된 창원시에서 많은 사람들의 바람을 ‘꽃피우는 길라잡이’ 구실을

    한다는 뜻을 담았다고 합니다. 이제부터 ‘창원’하면 ‘피우미’를 떠올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3. 먹돌/ 밝은빛 누리에

    함께 만들어 가자고 했는데 자꾸 저만 글을 남기게 되어 조금 아쉽지만 제가 이어 갑니다.

    지난 이레 제주섬에 갔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과 다른 것을 알게 되는 재미가 좋았습니다.

    가장 눈에 들어온 말은 '현무암'과 같은 뜻을 가진  '먹돌'이었습니다. 까막돌도 아니고

    검정돌도 아닌 '먹돌'이란 말이 돌 빛깔을 참 잘 드러내는 말이라 느껴졌습니다.

    여느 이름과 다른 가게 이름도 많았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눈에 띈 이름은

    '밝은빛 누리에'라는 집이었습니다. 제주시 애월읍 광평리 97에 있는데 차도 팔고 밥도 파는

    듯했습니다.

 

                                                                                                  

24. 하나로 국밥 

 

  

   제주섬  제주시 건입동 1310-2에 있는 국밥집 이름입니다.

   '국밥'이라는 것이 '국'과 '밥'을 '하나로' 만든 것이지 않습니까? 

   국밥집에 가면 '국'과 '밥'을 '따로'주는  '따로국밥'도 있지요. 그래서 딱 와 닿는 이름이라고 생각  

   합니다. 이 집에도 들어가 먹어 보지는 못했는데 누리집에 찾아 보니 '제주 맛집'으로 널리 이름이

   알려진 집이더라구요. 좋은 이름에 맛까지 좋다면 장사는 물어 보지 않아도 잘 되는 거겠죠?

 

                                                                                                  

25. 빛과 소리

    아이들이 다니는 배움터에 한마당 잔치가 있다고 해서 갔을 때 본 것입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잔치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밤에 잔치가 있었기 때문(밤에 어버이

    와 함께 하는 별밤 운동회는 이곳에서는 알려진 잔치임)에 미루지 못하고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하더라구요. 밤에 있을 잔치 채비를 해 놓고 비를 맞지 않도록 가려 놓은 불빛과 소리통이 보이고

    그 옆에 수레가 하나 있었는데 '빛과 소리'라는 이름이 보였습니다. 여기저기 잔치를 하는데 꼭

    있어야 되는 불빛과 소리를 맡아 주는 가게 이름으로 '빛과 소리'보다 더 좋은 이름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 누리그물에 찾아보니 창원시 대방동에 음악과 미술을

    가르치는 학원 이름에 '빛과 소리 배움터'라는 곳도 있네요.

 

                                          

26. 맛있는 그릇가게

 

 

 

 

 

 

    경기도 여주군에는 예쁜 우리말 이름을 가진 가게들이 많이 있습니다.

    세종대왕께서 묻혀계시기에 우리말에 대한 애정이 아무래도 더 강하겠지요.

    여주군의 유명한 강변사찰인 신륵사 입구에는 도자기 갤러리가 몇 곳 있습니다. 그 중에는 어려운

    한자 이름을 가진 가게들도 있고, 토박이말을 이용해 예쁜 이름을 지은 가게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맛있는 그릇가게'는 이름 자체에서 많은 느낌을 주는 예쁜 이름으로 손꼽힙니다.

    그릇이 맛있다니... 하지만 그릇에 음식이 담기는 순간 맛있는 그릇이 되겠죠.

   간판도 아주 예쁩니다. 한글 손글씨(캘리그래피)를 쓰는 정민세님의 작품입니다.

    간판 옆을 장식하고 있는 그릇들도 역시 정민세 작가의 붓터치로 그려진 그림들입니다.

 

26. 한살림

 

     제가 다른 데 마음을 쏟는 동안 '큰그릇'님께서 좋은 이름을 알려주셨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오늘은 좋은 먹거리,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나눠 먹으면서 모든 살이(생명)를 살리고자 하는 '한살림'이란 동아리 이름을 알려드립니다.

     '한'은 '크다, 함께'의 뜻을 담고, '살림'은 '살려낸다'는 뜻으로

     '모든 살이(생명)을 살리고자 한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1986년에 첫걸음을 뗀 뒤 모두 23만이 넘는 집이 모람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파는 먹거리는 다른 곳의 먹거리보다 조금 비싸기는 합니다. 하지만 땅과 하늘 사이

     모든 살이들을 살리는 데 뜻이 있는 분들은 함께 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좋은 뜻으로 좋은 일을 하면서 이름도 좋죠?

 

                                                                                                   

27. 햇살 담는 어린이집/햇살 담는 아이들 어린이집

    엊그제 아침 일터로 가는 길 노란 수레 옆에 길게 붙은 '햇살 담는 아이들 어린이집'이란 이름을

    보고 괜찮다 싶어 얼른 적어 두었었습니다. 좋은 토박이말 이름이라 생각하고 여기에 올릴

    참이었지요. 그러다가 서울에 갈 일이 있어 갔다가 참으로 비슷한 이름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이름은 '햇살 담은 어린이집'이었으니까요. 어린 아이들을 돌보는 곳이라 예쁜

    이름을 지으려고 마음을 많이 썼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어린이집 이름들이 다

    예쁘긴 합니다. '햇살마루, 고운햇살, 햇살나무.....' 예쁜 이름들 더 많이 알려주세요~

 

                                                                                        

28. 신고메고

    2001년 한글학회 진주지회의 '아름다운 우리말 가게 이름'으로 뽑혔던 신발과 가방가게

    이름입니다. 그때 이름 참 잘 지었다고 하는 사람들, 좋은 이름이라고 했던 사람들이 참

    많았었습니다.

    장사도 잘 된다고 했었는데 어느새 가게가 없어져서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릅니다.

    진주에서는 없어졌지만 부산 해운대, 경기도 이천에 같은 이름의 가게가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싶습니다. '신발 신고 가방 메고'라고 해도 괜찮았겠지만 '신고'와 '메고'를 떼어 내서 뒤풀이

    되도록 하면서 가락도 느껴지게 한 참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뒤에 '신고벗고메고입고'라는 말도 만들어 쓰이더군요.

    좋은 이름은 두고 두고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