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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것들

토박이말을 살려 쓴 이름들 - 1

1. 더좋은집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도계동에 있는 높무리집(아파트)이름입니다.

    '원창건설'에서 지었다고 하는데 아직도 집 짓는 일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옆에 '밝은집'도 있었답니다.
 
2. 돌실나이
   고쳐 지은 우리옷(생활한복) 가게 이름입니다. 전남 곡성 돌실(석곡)에서 만든 것으로 으뜸

   삼베 하면 '돌실'이고 돌실에서 낳았다 하면 알아주었다고 합니다. 돌실+낳이>돌실나이
 
3. 수레와 바퀴
  '수레(차)를 고쳐 주는 가게 이름입니다. 바퀴도 손봐 준다는 것 아시겠지요? '00카센타'라는

   이름이 많이 쓰이는데 남다른 생각을 하고 지은 이름이 아닐까 싶습니다.
 
4. 금난새
   '난새'='하늘을 나는 새'라는 뜻이랍니다. 이 분의 아버지 금수현 선생님은 아이들 이름을

   토박이말로 지어 한글로 신고하신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음악 시간에 쓰는 '높은음자리표,

   낮은음자리표, 도돌이표, 으뜸화음, 버금화음, 딸림화음', '가장조' 같은 갈말을 토박이말로

   바꾸신 분입니다. 

   금난새 선생님에 따르면 '금난새'라는 이름이 한글로 신고된 첫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하면 더 뜻깊은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5. 누비자
   창원시에서 만들어 두루 타고 다니는 자전거의 이름이랍니다. 이 말대로 요즘 창원 사람들은

   이 누비자를 타고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닙니다. 이보다 앞서 수레 이름으로 '누비라'가 있었다는

   것도 잘 아시죠?
   그렇게 좋은 이름을 가진 수레가 오래오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6. 숲속 자람터 어린이집
   창원시 내서읍에 자리잡고 있는 어린이집입니다. 오늘 창원 MBC 라디오를 듣고 알았습니다.

   어린 새싹들에게 모내기, 벼베기, 벼훑기를 해 보게 함으로써 먹거리의 종요로움을 몸소 깨치도록

   한다고 합니다. 훑개로 벼이삭을 하나하나 훑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좋은 이름을
   가진 어린이집에서 
좋은 가르침을 받아 좋은 어른으로 자랄 거란 생각이 듭니다.
 
7. 누리마루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에 있으며, 2005년 11월, 제3차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정상회담

   이 열린 곳입니다. 누리(세상, 세계)+마루(꼭대기)로 여러 나라에서 으뜸으로 높은 사람들이 

   모임을 한 곳이라는 뜻으로 참 잘 지은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8. 온누리/이세돌
   하고 있는 일과 참 잘 어울리게 지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사람 가운데
   일간스포츠 기자이신 '온누리'님, 그리고 일삼아 바둑을 두는 '이세돌'님이 있습니다. 
   

9. 소섬바라기
   북제주군 우도면 연평중학교 뒷편 생선조림(小)집 이름입니다. 해바라기는 국화과의 한해살이풀

   이지만, 해+바라기'의 구조로 돼 있습니다. 해바라기의 동음이의어는 "추울 때 양지바른 곳에 나와

   햇볕을 쬐는 일"을    말하는데, 여기에 착안해 "소섬+바라기"로 지었습니다. '소섬'이란 '우도'로

   알려진 성산일출봉 옆의 섬인데,    우리말로 풀이하면 소섬입니다. 소섬(우도)에 놀러 가면

  '소섬바라기'에 가서 식사하시죠?

10. 들뫼바다
     들, 뫼, 바다에서 나온 먹거리만 만들어 주는 밥집이랍니다. 2004해 한글학회에서 아름다운 

     우리말 게 이름으로 뽑기도 했답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4-5 아크로폴리스빌딩 1층에

     있으며 번 돈을 쪼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도 한다고 합니다. 가까이 있는 분들 많이 가셔서

     몸에 좋은 밥도 드시고 남을 돕는 데도 보탬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가게 이름처럼 좋은 마음을

     가지신 분이 해 주시는 밥 참 맛있겠지요?
 
11. 나무별의 슬기주머니
     부산시 해운대구 좌동 1479-1 웅신시네아트 A동 4층에 있는 미술학원이랍니다. 2009 부산 동아대

     학교 국어문화원에서 준 아름다운 가게 이름에 뽑히기도 했답니다. 이야기에 나오는 '나무별'에 

     남다른 재주를 가진 사람을 빗대어 이르는 '슬기주머니'를 더한 말로, 여기서 그림을 배우는

     아이들은 남다른 솜씨를 뽐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예쁜 이름을 누가 지으셨는지 참 궁금합니다. 
     
12. 그림과 테두리
    무슨 가게 이름일까요? 바로 알 수 있겠지요? 그렇습니다. 그림이나 글에 테두리를 해주는 곳

     흔히 '액자'라고 하지만 이 가게 이름에는 '액자'라는 말이 없어도 무슨 일을 하는 집인지 바로

     알 수가 있네요. 경남 진주시 신안동 755-7에 있는 가게입니다. 온나라를 다 뒤져도 이 이름을

     걸고 있는 가게는 이곳뿐입니다. 그림이나 글에 테두리를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찾아 가셔서

     좋은 가게 이름을 지으셨다고 많이 추어 올려 주세요~
 
13. 논두렁밭두렁
     "우리집 제일 높은 곳 조그만 다락방 넓고 큰 방도 있지만 난 그곳이 좋아요~"라는 노랫말을 가진

     '다락방'이라는 노래를 부른 노래패 이름이 '눈두렁밭두렁'이었습니다. 이런 이름이 있었다는 걸

     아는 사람도 많이 없을 것입니다.
     요즘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의 이름과 견주어 보면 참 많이 다르지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라디오 풀그림을 이끄는 사람이 '어니언스'라는 노래패가 있었는데 한 때 다른 나라말로 된

     이름을 쓰지 못하게 할 때 '양파들'이라고 했었던 적이 있었다면서 엄청 웃기다는 말을 하는 걸

     들었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이름이란 것이 뜻만을 담는 것이

     아닌 소리결도 생각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어니언스'는 좋은데 '양파들'은 웃기다

     고 여기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찾아보니 '논두렁밭두렁'이라는  이름을 가진 가게들이 많습니다. '밥집', '술집', '어린이집',

     '쌀'이름이 있네요. 

       
14. 한구자리 채울
     경남 하동에 사는 여러 겨레 사람들의 나눔 장사 동아리(마을기업)로 "한 자리에 모여 서로

     도우며 든든한 울타리를 만들어 채워가자"는 뜻을 가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하동공설시장

     있으며 지난 1월 17일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대통밥․하동골동반

      (비빔밥)․산나물 반찬을 주는 밥집과 여러 가지 차를 파는 찻집으로 꾸려지며, 장날이나 다른 

     행사 때는 여러 겨레 먹거리, 볼거리, 재밋거리도 보여 줄 것이라고 합니다. 뿐만아니라,
     도시사람들이 고향의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누리그물장터(인터넷 쇼핑몰)를 마련해서 

     봄(나물․매실․녹차), 여름(메밀면․소면), 가을(감․밤․고추), 겨울(된장․고추장), 철따라 나는

     먹거리도 판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해서 번 돈으로  결혼이미여성의 일자리 잡기 도움을

     비롯 홀로 사시는 어르신, 한어버이집(한부모가정) 같은 곳에 
     반찬과 밥을 주는 일도 할 거라고 하네요.
     하동 가시는 걸음 있으면 '한구자리 채울'을 찾아 주시면 좋아하겠죠? 
 
15. 미음이 이응이, 소리모아 사랑
    몇 날이 지났습니다.

     지난 엿날(토요일) 아침마당에 나온 아이의 이름이 '최미음, 최이응'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이름 풀이는 이랬습니다. '미음'이는 글자모양처럼 반듯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응'이는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지었답니다. 참 좋은 풀이와

     이름이다 싶었는데 바로 글을 쓰지 못해서 이제야 올립니다. 
     같이 나온 '노래 모임'이름은 '소리모아 사랑'이었습니다. 똑똑하게 생각나지는 않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래 소리를 모아 사랑을 나누는 일을 하고 싶다는 뜻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참 잘 지은 이름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그러고 보니 '아침마당'이란 풀그림 이름도

     토박이말입니다. 여러 가지로 저를 웃음 짓게 만들었던 이름들입니다.
 
16. 춤추는 머리나라/빗과 가위소리
     몇 날 앞에 점심을 먹고 마실을 나갔었습니다. 한 바퀴 돌다 보니 창원대 앞 가게들이 늘어 서

     있는 곳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름들이 있었지만 남다른 이름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

     다. 같이 갔던 사람들한테 어떠냐고 물었더니 여느 가게 이름과는 다르다고 했습니다.

     '춤추는 머리나라'라는 이름이었습니다. 머리를 자르는 사람이
     신나게 춤을 추듯 머리를 잘라 준다? 아니면 머리를 멋지게 만들어 줘서 손님들이 춤을 추게 되는

     가게? 혼자 뜻을 생각해 보았지요. 들어가서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저로서는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가게 이름을 보고 머리를 잘라주는 가게 이름으로 뭘 하면 좋을까 생각을

     하다가 머리를 자를 때 꼭 있어야 할 '빗'과 '가위'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누리그물

     '빗 가위'를 찾아 보니 뜻밖에 '빛과 가위소리'라는 가게가 서울에 있었습니다.
     이름을 지을 때 사람들은 이렇게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것, 또 그렇게 지은 이름이 쉽고 기억하기

     좋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머리하는 날'이란 가게 이름도 본 적이 있네요~
     여러분들이 보신 머리 가게 이름 가운데 남다른 이름 어떤 게 기억나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