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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이야기

미 중간선거 결과와 후유증 - 김창준 전 미국 하원의원

[칼럼] 미 중간선거 결과와 후유증

지난 11월2일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공화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하원에서는 다수당의 지위를 회복했고, 상원에서도 민주당의 의사진행방해 (필러버스터) 방지 의석 수를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그렇다면 공화당이 도대체 뭘 잘한 것일까. 사실 이번 중간선거는 공화당의 승리라기 보다는 민주당의 패배였다. 민주당 소속인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컸기 때문에 그 반사작용으로 공화당이 대승한 것이다. 당연히 앞으로 2년간 공화당이 국민에게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면 2012년 대선에서 의석 수는 또다시 뒤집어질 수 있다.

백악관의 주인과 의회 다수당이 각기 다르게 된 중간선거 결과는 앞으로 몇 가지 후유증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 첫 번째는 각종 법안을 둘러싼 민주당과 공화당의 치열한 대립이다. 가령 하원의 다수당이 된 공화당은 이제 의원들이 잘 결속하기만 하면 일사천리로 모든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안은 다시 의회로 회부돼 상원과 하원의 각각 3분의2의 표결로 이를 기각할 수 있는데,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상원의 경우 더욱 그렇다. 이렇게 볼 때 대통령의 빈번한 거부권 행사가 이번 중간선거 결과의 후유증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두번째 후유증은 오바마의 첫 번째 경기부양책이 그다지 성공하지 못한 사실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자그만치 7천8백70억 달러를 주로 제너럴 모터스와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업계와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들을 구제하는 데 사용했다. 하지만 이듬해 구제금융을 통해 지원 받은 자금으로 재기한 월가의 금융회사들이 다시 보너스 잔치를 벌이는 모습은 미국인들을 실망하고 분노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올해로 만료되는 부시 전 대통령의 감세정책을 계속하되 연 소득이 가구당 25만 달러를 넘는 부자들에 대한 세금은 올려서 그 돈으로 두 번째 경기부양책을 내놓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많은 사람들을 격분하게 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에 천문학적 규모의 부양책에 이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건강보험 개혁안을 통과시키고, 이제 또다시 제2의 경기부양책을 운운하는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 많은 미국인들은 이 많은 재정적자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를 걱정하고 있다.

보수 성향의 티 파티 모임이 힘을 얻게 된 건 바로 이런 기류 때문이다. 덕분에 제 2의 부양책은 이제 무산된 것 같아 보인다. 건강보험개혁안에 대해서도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 중지 법안이 나올지 모른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고, 결국 오바마의 승리로 끝나겠지만 그 과정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격돌이 불가피해지면서 오바마의 인기가 더 추락할 수도 있다. 이 것이 바로 두 번째 후유증이다.

세 번째 후유증은 세금과 적자해소에 대한 견해차로 클린턴 행정부 당시의 이른바 정부 폐쇄로 인한 정부마비 상태가 재현될 가능성이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대안도 없이 무조건 반대만 한다며 강력한 공세를 퍼부을 것이다.

그러니 적자를 줄이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세금을 줄여 그 돈으로 투자를 늘이고 정부의 지출, 특히 사회복지 프로그램들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공화당의 주장과 정부의 지출은 주로 국방비를 삭감해 줄이고 부자들의 세금을 올려 재정적자를 줄이자는 민주당의 상반된 견해는 정면충돌을 불가피하게 만들 전망이다.

이같은 정면충돌을 막기 위해 공화당의 온건파와 민주당의 중도파가 절충안을 내놓을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하지만 절충안이 받아들여질 지는 불투명한 만큼 예산 통과가 지연돼 정부가 문을 닫게 되는 최악의 혼란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이 것이 세 번째 후유증이다.

네 번째는 대북정책이다. 공화당은 평화는 힘으로 얻어야 한다 (Peace thru Strength) 고 믿는 반면 민주당은 평화는 대화로 얻어야 한다 (Peace thru Engagement)는 입장이다. 공화당은 6자회담에만 매달리고 있는 민주당의 미지근한 대북정책에 불만을 품고 북한을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자는 주장을 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과 연평도 폭격사건으로 자극받은 공화당 내에서는 이제 북한에 대해 뭔가 극적인 조치를 취할 때가 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에서 이와 관련한 사안을 다루려 해도 거부권을 가진 중국의 반대로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는 상황을 상상할 수 있다. 이 것이 바로 네 번째 후유증이다.

2012년은 격돌의 해다. 미국과 한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또 중국에서는 리더쉽이 바뀌는 해이기도 하다. 2012년에 미국, 한국, 중국, 북한의 정국이 어떻게 펼쳐질지 숨을 죽이고 바라봐야 할 것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