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주례사(법륜) '사랑 좋아하시네' 편에서 발췌
우리는 대부분 자기 남편이나 아내의 모습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상상합니다.
남편이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아내가 이렇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자식이 나에게 이렇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생각대로 기대합니다.
그런데 상대가 내 생각대로 움직여 줍니까?
실제로 상대는 내 바람과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자기의 기대가 깨지면 깨질수록 갈등의 골은 깊어집니다. 상대가 하는 행동이 다 보기 싫어집니다.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애는 공부를 안 합니다. 내 생각대로 해주지 않으니 상대를 미워하게 됩니다.
내가 그리고 있는 상대의 모습, 이것은 허상입니다.
'내가 이래야 된다'고 생각하는 상대의 모습은 내 생각 속에만 존재합니다. 남편이 10시에 들어오면 10시에
들어오는구나, 술마시고 오면 술 마셨구나, 하고 실제 있는 그대로 보면 되는데, 그것을 자기가 원하는
기준대로 보니까 다 틀어져 보이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미워지는 겁니다.
술 먹는 남편의 모습은 내 입장에서는 싫지만 술집 주인 입장에서는 좋은 일입니다..
술 먹는 행위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지만, 각자 보는 입장에 따라 좋고 나쁠 뿐입니다.
상대방이 문제가 아니라 상대를 보는 자기의 문제인 거예요.
가을이 깊어 가면 낙엽이 떨어집니다. 낙엽이 떨어지는 걸 보면 쓸쓸하죠?
그런데 왜 쓸쓸할까요? 낙엽하고 쓸쓸한 것이 무슨 상관이에요?
낙엽이 나 쓸쓸하게 만들려고 떨어졌나요? 아니잖아요. 그냥 자연의 현상일 뿐이에요.
내가 쓸쓸한 것이 낙엽 탓은 아니잖아요. 내가 쓸쓸한 것은 맞지만 그 원인이 낙엽에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가을에 있는 것도 아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내 쓸쓸함을 낙엽과 가을 탓으로 돌립니다.
사실 쓸쓸함과 가을은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내가 단지 그렇게 생각하는 거에요.
어떤 사람이 동산에 둥근달이 떠오르는 걸 보고 이렇게 시를 읊었어요.
"아, 오늘밤은 달마저도 나를 슬프게 하는구나!"
실제 우리가 동산에 떠오르는 달을 보고 눈물이 날 때가 있어요. 그런데 달이 나를 슬프게 하려고 떠올랐나요?
내 슬픔이 달과 무슨 상관이에요?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그런데 이런 의문은 듭니다.
만약에 달이 안 떠올랐다. 달을 안 봤다면 눈물이 안 날 수 있잖은가?
'내가 달을 안 봤으면 눈물이 안 났을 텐데 달을 보니까 눈물이 난다. 이것이 달과 관계가 있는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는 게 바로 착각입니다.. 달은 내 생각과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내 슬픔의 책임을 달에게
전가하는 겁니다. 어떤 사람은 동산에 떠오르는 달을 보면 이렇게 말합니다.
"아, 오늘은 달마저도 나를 기쁘게 하는구나."
그런데 이 사람이 기쁜 것도 달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달이라는게 누군가를 기쁘게 하려고 떠오르는 게
아니에요. 그러면 진실은 뭐예요?
'내가 동산에 떠오르는 달을 보고 슬픈 생각을 일으켰다.'
이게 진실이에요. 내가 달을 보고 마음을 일으킨 거예요. 그러니까 달에게는 책임이 없어요.
"남편이 술을 먹고 늦게 와서 저를 화나게 했어요."
이렇게 말하는 분이 계신데, 이것은 진실이 아닙니다. 남편이 나를 화나게 한 게 아니에요.
나를 화나게 한 것은 그 누구도 아니에요. 진실은 뭘까요?
남편이 술을 먹고 늦게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내가' 화가 난 거예요.
남편이 바람피웠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화가 난 거예요.
가령 평소에 남편하고 헤어지고 싶었는데, 건수가 없을 때 남편이 바람피웠다는 소식을 들으면 기뻐요,
괴로워요? 그때는 기쁘죠. 따라서 바람피웠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괴롭히는 것은 아니에요.
이처럼 우리는 상대에 대해 자기 마음대로 그림을 그리고, 왜 그렇게 하지 않느냐고 따집니다.
상대의 모습을 내 마음대로 그려 놓고, 왜 그림과 다르냐고 상대를 비난합니다.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마음의 착각이 나 자신과 상대, 모두를 힘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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