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세무서 골목에
오래된 한옥집들이 들어서 있고
재개발을 기다리며 수리도 하지 않고 낡을 대로 낡은 집들이 빼곡한 골목길을
지나가면서
어느 날 갑자기 깔끔하게 새 단장을 한
떡집간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불경기에 고급스런 한국 전통떡집을 갑자기 차린 것도 이상하고
그것도 위치가 사람들이 별로 지나 다니지도 않는 골목길에 차린 것도 예사롭지 않다.
게다가 떡집 안을 들여다 보니 손님도 없고 떡을 실제로 팔거나 만들지도 않는 이상한 집이었다.
원래 그 위치에 장사가 잘 않되던 식당이 있었다.
지나가면서 보면 손님이 별로 없었고 1년도 안되어서 간판을 내렸다.
원체 불경기인데 저렇게 손님이 없으면 유지하기 어렵겠다 싶었는데 역시 폐업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곳에 전통찻집이 들어섰다.
실내 장식을 모두 바꾸어서 전통찻집 분위기가 물씬 나도록 인테리어를 하고
손님을 받기 시작했는데 지나가면서 보니 손님이 거의 없다.
이 허접스런 골목안에 무슨 전통찻집이란 말인가
주인은 도대체 시장조사을 하고 이 고품격의 찻집을 차린 것인가?
의문이 쌓였다.
그리고는 20여일이 흘러 지나가다 보니
졸지에 기존 찻집의 인테리어를 모두 들어내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이제 정신차리고 폐업정리를 하나 보다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인테리어 재공사를 대대적으로 하여 더욱 전통찻집 분위기를 한껏 연출하여 더 고급 전통찻집으로
둔갑해 버렸다. 도대체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한 달 사이에 벌어지고 있다.
그러더니
엊그제 갑자기 전통찻집의 간판이 내려가고 '모란당' 전통떡집으로 둔갑을 해 버렸다.
모든 것이 한달 사이에 벌어진 변화들이다.
찻집도 떡집도 알고보니 상품을 팔지도 않는 셋트장 용도 가게임을 알게 되었다.
일본의 한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건물이자 세트라고 들었다.
이 가게의 주인은 오히려 운이 좋았다.
금년 말까지 드라마 촬영을 위해 자기 가게를 세트장으로 꾸며서 임대를 하게 된 셈이고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이 시설을 활용하여 영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이 이 모든 인테리어 비용은 일본 측에서 지불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드라마 촬영이 있는 날이면 배우들과 스탭들이 바글바글 골목에 가득하고
떡집옆에 위치한 내 단골 점심식당은 그들의 아지트가 되어 대박을 터트리고
난, 그들에게 식당을 양보한 채 다른 새로운 식당를 찾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종로 뒷골목에 일본이 찾아와서 드라마를 촬영해 가야하는 사연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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