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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이야기

최근 환율에 대한 이해

미 달러 환율,

왜 오르기만 하였나?

 

그 동안 우리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줄기차게 오르기만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 이유를 알려면 지금 우리 외환시장이 처한 특수한 상황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외환시장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시장이 정상적인 상태인 것을 전제로 한 얘기는 통하지 않습니다. 그 동안 정부 당국에서는 월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기만 하면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말해왔습니다. 이는 뭘 모르고 하는 소리이거나 거짓말이었다고 봅니다.
 


모든 시장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됩니다. 환율도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이 수요와 공급이 꼬일 대로 꼬여 정상적인 상태가 아닙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현재 외환시장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먼저 외환시장의 공급 측면 즉 달러의 공급 측면을 살펴보겠습니다.  

  조선업체가 선물환을 매도하면 지금 당장(1년 뒤가 아니라) 외환 현물시장에 달러가 공급된다는 사실입니다. 반대로 1년 뒤에 조선업체가 실제로 외국 선사로부터 달러를 받을 때는 그 달러가 외국 은행에서 차입해온 외채를 갚느라 바로 외국으로 나가버리기 때문에 국내 외환 현물시장에 달러가 공급되지 않습니다. 

 

경상수지가 흑자가 나도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되지 않아  

 

현재 수출기업들의 선물환 매도 누적금액은 938억 달러입니다. 그럼 앞으로 이 938억 달러만큼은 외국으로부터 우리 수출기업들 손에 들어오게 되더라도 그 달러는 외환 현물시장에 공급이 되지 않습니다. 

 

이 938억 달러는 대략 앞으로 2년 정도의 기간에 걸쳐서 들어올 돈입니다. 그럼 앞으로 2년 동안은 계산상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나도 실제로 외환시장에는 달러가 공급되지 않는 것입니다. 기업이 손익계산서상으로는 흑자가 나도 현금흐름은 마이너스일 수 있는데, 그와 비슷한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결국 수출기업들은 단지 선물환을 매도했을 뿐이고 실제로 수출대금인 달러는 나중에 들어오는 것이지만, 선물환 매도의 구조상 나중에 들어올 달러를 미리 팔아버린 것과 비슷한 결과가 되는 것입니다. 

 

매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약 60억 달러에서 281억 달러 정도입니다. 그 규모에 비추어 보면 938억 달러라는 금액이 매우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 해 동안의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외환시장에 추가로 공급될 수 있는 달러가 60억 달러에서 최대 280억 달러 정도인데 앞으로 2년 동안은 938억 달러의 금액이 공급에서 빠지는 것이니 공급 측면에서 달러가 얼마나 부족할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거꾸로, 지난 몇 년간의 환율하락이 지나친 것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07년 말에 929원까지 떨어졌던 환율하락은 경상수지 흑자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선물환 매도로 인해 나중에 들어올 외화 938억 달러가 외환시장에 미리 초과공급 되었기 때문에 과도한 하락이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상승이든 하락이든 한 쪽 방향으로의 쏠림은 적정한 선에서 멈추지 못하고 항상 과열로 치닫게 되나 봅니다. 

 

공급의 씨가 말라버린 외환시장 

 

요새 언론기사를 보면 수출업체들이 수출대금을 받고도 달러를 쌓아놓기만 하고 풀지 않는다는 비난성 기사가 보입니다. 그런데 이는 현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쓰여진 잘못된 기사입니다. 

 

물론 일부 기업들의 경우 시장이 불안하니 쌓아놓고 풀지 않는 경우도 있긴 하겠지만, 그보다는 풀고 싶어도 풀 달러가 수중에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미리 선물환 매도를 해놓았기 때문에 수출대금을 받자마자 은행으로 가져가야 하고 은행은 해외로 상환해야 합니다. 즉 현재의 외환시장은 공급 측면에서 달러의 공급이 씨가 마른 상태입니다.  

 

최근 우리 외환시장의 거래량은 극도로 줄어들었습니다. 원래 하루 80억 달러 이상은 되던 거래량이 20억 달러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시장의 거래량은 가격보다 정직합니다. 외환시장의 거래량은 현재의 환율상승이 투기세력 때문이 아니라 공급이 극심하게 부족하기 때문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면 이렇게 거래량이 줄어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달러를 사들이는 투기세력이 있다고 했었는데, 최근 시점에 부합한 얘기가 아닙니다. 사실 국내 기업들이 달러를 미리 사놓은 정황들이 좀 보이긴 합니다만, 이게 투기목적이라 해도 벌써 옛날에 다 사들였지 최근의 환율급등이 투기세력 때문은 아닙니다. 

 

사실 현재 우리 외환시장의 거래량이라면 투기세력이 마음먹고 개입하면 얼마든지 환율을 더 폭등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불안합니다.  

하여튼 다시 현재의 외환시장 상황으로 돌아가보면, 공급 측면은 이렇게 비정상적인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이 부분을 정확히 인식치 못하면 이제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섰으니 앞으로 환율이 진정될 것이라는 잘못된 낙관론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정부 당국과 국내 언론의 동향을 보면 초기에는 이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로 인해 정부당국에서는 지난 3월에 크나큰 실책을 저질렀습니다. 반면 외국의 투기세력과 언론들은 상황을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었습니다.  

한국경제에 대한 진단을 하는 데 국내와 해외의 시각이 서로 극과 극을 달렸던 것은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의 차이가 작용했다고 봅니다. 2008년 9월, 10월에 한국경제의 위기 가능성을 일축하던 정부 당국과 국내 언론이 이제는 해외 언론을 뒤따르는 형국이 되었지요. 

외환시장의 공급 측면에 공백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앞으로 2년 내내 영향을 미칠 요소라는 점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순매수를 보인다면 달러의 공급이 이루어져서 일시적으로 환율이 안정세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외환시장의 공급 측면에 2년 내내 존재하게 될 공백은 끊임없이 환율상승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본 칼럼은  아고라 경방 고수 세일러의 <흐름을 꿰뚫어보는 경제독해>의 내용의 일부를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