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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함께

대성산 말고개

     

30년 전에 배치받아 근무한 대성산 말고개 사진과 글을 구하였다.
철원쪽의 통일촌 민촌으로부터 삼거리로 넘어가는 말고개 정상부근이다.

30년 전에 오로지 군인들만이 이 지역을 다닐 수 있었던

민간인 통제구역이었지만 요즘은 시외버스가 이곳을 넘나든다고 한다.

 

◇ 말고개 ⓒ 황윤성

      우리나라 고개는 고개마다 전설도 많고, 사연도 많다. 이름도 여우고개, 쑥고개, 소꼬리재 등 다양하다.

      철원 마현리의 말고개 답사를 계획하면서, 이곳에는 어떤 사연이 기다리고 있을지 내심 설레였다.

      ‘말고개’란 이름은 대체로는 ´말도 힘들어 하는 고개´ 또는 말을 타고 가다가 어찌 되었다는 전설이

      있기도 하는데, 순우리말의 의미로는 ‘큰 고개’라는 뜻이라고 한다. 

      대성산을 조용히 감싸고 도는 말고개의 정상은 해발 690m 라고 하는데, 포장이 잘 되있고

      경사가 완만해서 그런지, 높은 느낌은 나지 않았었다.

      그런데 말고개 정상에서 철원의 평야가 시원스럽게 펼쳐지고 있는 모습을 보니

      예전에는 이 고갯길을 넘는 일이 만만치 않았겠구나 싶다.

      지금은 옛 운치는 많이 느껴지지 않고, 멋스러움도 많이 감해진 느낌이지만, 이 고개에서의 치열한

      전투와 임진왜란 때의 전설들을 듣게 된다면 느낌이 새로울 것이다.

      이 고개는 무슨 연유에서인지 전쟁과 사연이 많다. 전해지는 전설에 의하면, 임진왜란이 한창인 때에

      어느 왜장이 이 고개를 넘어가려 하는데, 안내인이 여기에서는 말에서 내려 걸어가야 한다고

      조언을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왜장은 말을 듣지 않고, 그냥 지나치려하였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말이 꿈적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화가 난 왜장은 자신의 애마를 죽이고 넘어가다, 결국에는 계곡으로

      떨어져 죽었다고 한다.

      또한 이곳은 임진왜란의 전설 뿐만 아니라, 한국전쟁 최고의 격전으로 꼽히는
      금성지구전투(1953년 6월,7월)가 벌어졌던 곳이기도 하다.

한국전쟁의 휴전협상이 한창이던 53년 5월에 지금 이곳 화천과 철원 일대에서는 중공군과 국군의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됐었다고 한다.

예전 어느 한 방송프로에서 50여년이 지나, 당시의 참전용사들이 손자뻘 되는 병사들과 같이 군복을 입고 부대 밥을 먹으며 반세기 전의 추억을 떠올리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말고개의 이러한 사연들을 들으니, 목숨 바쳐 지켜 낸 고인들의 생각에 숙연해지고, 말고개가 큰 아픔을 용케도 참아 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육군 제3사단에서는 금성지구전투전적비를 세워 참전 했던 많은 장병들의 위훈을 기리고 있었다.

말고개의 이런 아픔을 몰랐더라면 잘 포장해놓은 도로로 휙하니 그냥 지나쳐 버렸을 전적비 앞에서 잠시 차를 세워 고인들의 넋을 위로 해 본다.

이 달이 가기 전에 아이들을 데리고 꼭 한번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황윤성 춘천국유림관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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