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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운이야기

이해의 폭

 

 

 

이해의 폭


내 맘속에

이해라는 낱말이 참 소중한 단어로 다시 자리매김한 것은

12년 전쯤이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둘 때

절친한 후배와 이별주를 마시었다.

후배는 내가 일을 잘 하였기에 계속 조직에 남아서 사장까지 승진하실 분으로 생각하였는데

회사를 그만 두고 나가게 되어 무척 아쉽다면서 내게 술잔을 따라 주었다.

후배에게 난

아쉬울 때가 좋을 때라고 짐짓 여유를 부리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위안을 하며 내가 사회에 나가면 무슨 일이던 내 밥벌이 못하겠는가 하며

여유 있게 후배가 따라준 술잔을 비웠다.

 

나는 후배에게 이야기 했다.

내가 이제 험난한 사회에 나가게 되는 시기이니만큼 

지금까지 조직에서 보아 온 내 삶의 방식이나 성격이나 행동양식 중에서

고쳤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후배가 내게 꼭 도움이 될만한 어드바이스를 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후배는 꼭 고쳤으면 하는 것이 하나가 있다고 하면서 아래와 같이

내게 진지하게 어드바이스를 해주었다.


‘황부장님께서는 그 동안 회사에서 업무위주로 일도 잘 하시고 조직관리 정보관리도

잘 하셔서 속칭 유능한 엘리트 간부로 모두가 생각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황부장님에게 부족한 것, 아쉬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너무 업무위주 성과위주의 일 중심의 조직생활을 해 왔다는 것입니다.

조직의 장으로서 물론 업무와 성과와 일이 위주이겠지만

회사도 다양한 가치를 가지고 여러 층의 직원이 같이 일하는 직장이다 보니

개인적으로 어렵고 힘들어하는 사원도 많이 있습니다.

교육비도 그렇고 노부모를 모시면서 가정의 불화가 있는 집도 있고

별의별 사정이 말 못하게 많은 것이 우리 직장 사람들인데

부장님은 이런저런 사생활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전혀 해 주시지 않는 큰 단점이 있습니다.

직원들이 이런저런 회사에 대한 불평과 불만이 있어도 황부장님께 속내를 드러내어서

상의하거나 표현하는 일이 거의 없었지요. 그것은 황부장님 스스로가 회사에서는 개인적

가정사나 소소한 불만 불평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으셨고 또 용납을 하지 않으실 분이라고

생각하기에 직원들은 속으로만 끙끙 앓으면서 그냥 지나가 버리지요.

앞으로 어떤 조직에 가시게 될지는 모르지만 업무나 성과 그 이면에 깔려있는

인간적인 어려운 면들과 속사정들을 파악하고

상담을 해 주시고 어루만져 주시는 인간미를 보여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난 그 후배의 진심어린 어드바이스에 깊이 공감을 하면서

앞으로 살아가면서 꼭 실천을 해야 할 좋은 지적이라고 답하며

진심으로 그 이야기를 해 주어 고맙다고 이야기 하였다.

난 지나온 내 조직생활의 단편성에 대하여 반성을 하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남을 깊이 폭 넓게 이해하는 자세가 부족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MBTI 검사를 통해 나타난 내 성격유형은 ESTJ형으로

조직에서 보여준 나의 업무처리방식과 성격 행동양식 등이 그대로 일치하였다.

감성보다는 이성, 사소한 감정보다는 대의명분, 창조적 융통성보다는 표준화된 규격화,

인간적 이해보다는 업무의 효율성과 성과 강조 등이 미래지향적인 CEO상은 결코

아니다.

 

난, 빠른 시일 내에 내 스스로 인간적이고 감성적이며 창조적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친구도 자주 만나서 업무와 관계없는 내용의

대화를 하고, 사는 이야기, 자녀, 아내, 노부모 이야기, 사회 이야기, 취미 이야기 등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소설책 역사소설 공상과학소설 순정소설 수필 등 가리지 않고

많은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책 속에는 다양한 인간적인 삶이 모두 녹아 있어서 책을 많이

읽을수록 많은 간접경험의 효과를 가질 수 있어서 주변 많은 사람들의 삶과 애환과

다양한 성격 환경 사고관점을 이해하기 좋은 도구가 되었다.

내가 가진 고정관념과 편향된 사고방식을 버리고 다양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들을 이해하고 사랑하고 존중하는 삶의 태도를 갖추어 가고 있다.

 

내가 젊은 시절 생각하였던 이해의 폭과

이제 조직을 떠나 10년이 지난 지금 생각하며 실천해 가는 이해의 폭은 큰 차이가 있다.

회사에 근무할 당시에도 제법 내 생각으로는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하며 생활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이해의 폭은 너무 작았지 않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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