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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야기

금극목(金剋木)

이외수씨의 괴물을 읽고 있다.

사기꾼, 강간범, 살인범들이 등장하고

범죄심리학자, 경찰, 기타 많은 주변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범죄사건이 발생하고

그들의 심리를 깊이있게 잘 묘사하고 있다.

배금주의와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어두운 우리 사회를 소설 속에

담아서 작가는 독자들에게 메세지를 강하게 던져주고 있다.

기인 소설가 이외수, 사회와 동떨어져 살아가고 있는 듯한 그의 사회적 고찰의 깊이에 새삼 놀란다.

 

등장인물 중, 범죄심리학자 이필우를 통해서

인간사 범죄를 음양오행설에 근거한다는 이론으로 연구할 가치가 있음에 의미를 부여한다.

 

우주와 인간은 모두 음양(陰陽)의 소장(消長)에 의해서 생멸(生滅)하며 오행(五行)의 변전(變轉)에

의해서 천변만화(千變萬化) 한다고 하는 것이 음양오행설이다.

오행은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의 성질을 가진 원기(元氣)로서 상생(相生)하거나 상극(相剋)하는

상호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목생화(木生火)  - 나무는 불을 생존케 하고

화생토(火生土)  - 불은 흙을 생존케 하고

토생금(土生金)  - 흙은 쇠를 생존케 하며

금생수(金生水)  - 쇠는 물을 생존케 하고

수생목(水生木)  - 물은 나무를 생존케 한다

서로 다른 것을 발전시키며 평화적이고 합법적이며 전진적 순리적 상태를 만들어내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목극토(木剋土)  - 나무는 흙을 멸망케 하고

토극수(土剋水)  - 흙은 물을 멸망케 하며

수극화(水剋火)  - 물은 불을 멸망케 하고

화극금(火剋金)  - 불은 쇠를 멸망케 하며

금극목(金剋木)  - 쇠는 나무를 멸망케 한다

서로 다른 것을 저지시키며 지배적, 억압적, 쇠퇴적, 파행적 상태를 만들어 내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인간만사는 당연히 상극적 소인을 가지고 있는데 상극적 소인에 기인하여 발현한 범죄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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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은 날씨도 궂은데 출근길은 더욱 우울하기만 하다.

읽고 있던 책의 내용도 일조를 하였을 터이지만

맞고 사는 남자를 대로에서 목도한 것이 주 요인이 될 것이다.

말로만 듣던 맞고 사는 남자...

 

30대 초반의 신혼 부부처럼 보이는 남녀가 24시간 영업하는 곰탕집 앞에서 언쟁을 하다가

갑자기 부인이 남편의 뺨을 때린다.

남편은 무방비(손을 아래로 내리고 맞아 주겠다는 자세)로 왼쪽 오른쪽 뺨을 내어주며

일그러진 표정을 지으며 부인의 힘찬 손바닥의 마찰음과 아픔과 무기력함을 마치

즐기기라도 하는 듯이 묵묵히 뺨을 맞고 있는 것이다.

'그래 때려 때려' 하면서 약간 겁에 질린 표정으로 수없이 반복되는 부인의 좌우 휘둘러 대는

뺨세레를 남편은 한 마디 대꾸도 못하고 맞고 서 있다.

지나 가면서 보고 있는 내 몸에 전율이 느껴진다.

 

남자는 약해 보이거나 바보같거나 착하게 보이지도 않았다.

여자는 비교적 예쁘고 키도 크고 몸매도 멋진 젊은 부인이었다.

부인은 남편에게

'내가 제일 싫어한다고 말했지 !  넌 맞아야 돼' 하면서 양팔을 곧게 펴서

말없이 겁에 질린 남편의 뺨을 오른쪽 왼쪽 번갈아 계속 철썩 철썩 소리가 요란하게 계속 때리고

남편은 '그래 때려 때려, 하지만 내가 오늘 맞은 것 기억하겠어' 하면서

무기력하게 뺨을 내어주고 서 있는 것이다.

여자는 한 두 번 때려본 솜씨가 아니고 남자는 한 두 번 맞아 본 솜씨가 아니다.

남자의 양쪽 뺨은 벌써 벌겋게 색이 변하였고 여자는 신들린 듯이 때리고 있다.

이른 아침이라 행인이 없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

왜 남자는 무방비로 맞고 서 있을까

여자는 왜 저다지도 포악스럽게 계속 남자를 때리는 것일까

도저히 풀지 못할 답답함을 안고 그들과 멀어지면서 난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고

그들은 계속 그러고 있었다.

남자는 여자를 무서워 하고 있다?

남자가 못할 짓을 해서 속죄하는 중이다?

여자는 폭행가정에서 자랐고 어릴 적 어머니나 아버지로부터 저와 같이 맞고 자랐다?

여자가 어느 순간부터 남자를 때리기 시작하였고 남자는 참고 맞아 주다보니 이미 습관이 되었다? 

 

 

차 속에서도 내내 머리속이 어지럽고 속이 답답하다.

금극목(金剋木) ---- 쇠는 나무를 멸망케 한다.....

과연 저들의 부부의 연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언제 끝이 나려나?

저 생활이 얼마나 지속될까?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일까?

 

읽고 있는 소설 속에 나오는 소설 같은 현실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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