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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운이야기

보나의 추억

 

 

 

도베르만 견의 사진들만 보아도 '보나'가 그립다.

 

 

고등학교 때 집에서 기르던 개 이름이 '보나'(BONA)였다.

 

정통 독일 견 도베르만이었던 '수지'의 새끼인 '보나'를 큰 누나로부터 얻어서  

미아리 우리 집에서 키우기 시작했다.

갓 태어난 도베르만 새끼였던 보나는 꼬리가 길고 귀도 너풀거리고 다리만 길쭉하여

처음엔 멋이 없었고 걸을 때 휘청휘청 했었다.

 

아버지께서 보나의 귀를 삼각형 모양으로 뾰족하게 잘라 주고

꼬리도 짧게 잘라 주셨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자 '보나'도 어미인 '수지'처럼 제법 멋있게 바뀌었다.

 

 

어미 '수지'의 체격과 위용은 대단했었다.

도둑도 물어서 잡았다는 '수지'는 도베르만 순종 명견으로 큰 매형이 매우 아끼던 개로서

큰 누나 집에 놀러 갈 때마다 느꼈지만 참 멋있어 보였다.

 

그러던 중 수지가 새끼를 낳아서 암놈 강아지를 한 마리 얻어서

우리 집에서 키우게 되었는데 점점 잘 먹고 운동을 시켜서 보기 좋게 잘 자라서 

나의 단짝 친구가 되었다.

태어난 지 1년도 채 못되어서 밥도 세숫대야로 한가득 먹을 정도로 식성과 먹성이 좋고

기운이 하도 세어서 내가 돌산 윗동네로 물건 배달을 갈 때면

자전거 앞쪽에 보나를 밧줄로 묶어서 앞에서 자전거를 끌도록 훈련을 시켰더니 

가파른 산비탈을 쉽게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보나가 한 몫을 단단히 했다.

 

털이 짧으면서 검고 반짝거리며, 눈 주위와 입 언저리에만 누런 색 털이 있는 잘 생긴 보나를

줄에 매어서 끌고 동네를 걸어 다니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무서워 피해 갈 정도로

멋있고 위용이 있었다.

이렇게 크고 멋진 보나가 내 말을 잘 듣는 나의 애견이 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던지..

 

학교에 갔다오면 보나의 밥을 챙겨주고 보나를 데리고 동네를 휘젓고 다니는 것이 나의 일과가 되었다.

일요일엔 비누로 보나를 씻겨주고 닦아 주어서 몸에서 냄새가 나지 않도록 정성을 쏟았다.

맛있는 것이 있으면 아꼈다가 보나에게 던져주었다. 자연스럽게 보나는 나를 잘 따랐고

나도 보나를 지극하게 대하였다.

보나가 짖어대면 동네가 떠나갈 정도로 우렁찼다.

감히 보나에게 아무나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보나는 잘 컸고 잘 자랐다

앉아, 일어 서, 누워, 발, 인사해 등 등 보나를 훈련을 시킨답시고 회초리를 들고 내 나름대로

훈련을 시켰었다.

 

그렇게 2년 정도 키우면서 정이 들대로 들었는데....

하루는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와 보니 보나가 보이지 않았다.

깜짝 놀라서 부모님께 여쭈어 보았더니

아뿔사... 낮에 집마당으로 개 도둑이 들어와서 보나를 마취를 시켰는지 소리없이 개 줄을 끊고서

보나를 훔쳐가 버렸다고 말씀을 하신다.

 

그렇게 보나를 잃어버리고 나서 울기도 많이 울었고 난 밥맛도 잃었고 모든 의욕도 잃었었다.

보나를 도둑 맞고나서 나는 열흘 동안이나 보나를 찾겠다고 이동네 저동네를 돌아다녔었다.

어디서 개 소리만 들리면 혹시나 해서 집 밖으로 달려나가 보기도 하고

보나가 나를 찾아서 다시 우리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면서 며칠 몇날을 기다리기도 하였으나

결국 보나를 영영 다시 만날 수 없었다.

너무나 속이 상하고 마음이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동물과 인간의 정이 그렇게 큰 줄은 미처 몰랐었다.

 

지금도 가끔 공원에 큰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어린 시절 보나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나이가 더 들어서

전원에서 마당이 있는 집에 살 때가 되면 큰 개 한 마리 키워보고 싶다.

 

2009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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