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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예술 이야기

겨울 즐기기


                                                                                   photo by E. K. Nho



어릴 적에 남이섬에서 살 때,

겨울은 혹독하였고 매서운 추위로 아이들이 할 수 있었던 유일한 놀이는

장갑끼고 목도리 두르고 털신 신고 눈 밭을 달리거나

꽁꽁 언 북한강에서 철사로 날을 만들어 댄 나무 썰매를 지치는 것이 유일하였다.

구들방에 장작불을 때지만 아랫목만 뜨겁지 윗목과 벽은 우풍과 성에로 냉골 시베리아였다.

겨우내 구들장 신세를 지고 바깥출입을 삼가며 

어서 봄이 오기를 기다리며 빈둥거리는 일이 고작 겨울을 이기는 방법이었다.



서울 미아리에 이사 온 후에는 집 앞 개천이 얼기를 기다려

동네 친구들과 썰매를 타며 놀 수 있었다.

날씨는 춥지만 친구들과 언 손을 불어가면서 쥐불놀이와 구슬 치기, 딱지 치기, 말타기

말까기, 제기차기, 연놀이, 팽이 돌리기 등 바깥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가 많았다.

날이 추운 겨울에는 연탄아궁이에 불을 때서 아랫목을 뜨끈하게 데우고

방안에는 아버지께서 연탄 난로를 설치하셔서 방안이 훈훈하게 되었고

난로에 보리차 물을 끓이고 가래떡이나 고구마 편을 구워 먹기도 하면서

긴 겨울추위를 녹이고 즐길 수 있었다.

쫀드기와 달고나 떡뽂이 군고구마 군 밤 등 간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옹기종기 난로를 끼고 지낼 수 있었기에 즐거움과 소소한 추억도 쌓일 수 있었다.


결혼 초 시영아파트 시절까지도 연탄보일러를 사용하였기에

5층까지 검은 십구공탄을 조달해가며 연탄을 갈고 어린 큰아들을 키우며

물을 끓여서 목욕도 시키고 했던 시절이 엊그제였다.

1962년 서울로 이사를 와서 1983년까지 21년 동안은 연탄에 의존하며

살아 온 연탄시대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서민들에게는 겨울은 춥고 힘들고 지루한 계절이었다.


1984년에 도시개스를 이용하여 보일러로 난방이 되는 신동아 아파트로 이사를 하면서

우리는 비로소 연탄과 작별을 하고 할 수 있었다.

수도꼭지만 좌 우로 돌리면 냉 온수가 콸콸 나오니 겨울이 힘들지만은 않게 되었다.

날씨도 예전같이 매섭게 춥지도 않고 좋은 옷, 따뜻한 옷들이 많고

회사나 공공건물에는 온풍기와 라디에이터로 따뜻함을 확보하게 되어

겨울이 어렵지 않게 지나가고

스케이트, 롤라스케이트, 썰매, 눈썰매, 스키까지 다양한 겨울즐기기가 우리 생활에

접목되어서 이제는 겨울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올해엔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을 유치하여 

집안에 편안하게 앉아서 각종 경기를 관전할 수 있게 되었는데...

스키, 스케이트는 기본이고 컬링 봅슬레이 아이스하키 스노우보드 등 각종 다양한

겨울스포츠종목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언 강 위에서 나무와 철사로 만든 썰매가 고작 겨울를 즐기던 놀이였던 1960년대였지만

2018년 동계올림픽에서 만난 세계인들은 수많은 과학화 된 장비로 겨울을 즐기는 것을

보며 이제는 긴 겨울이 결코 춥고 힘들고 지루하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 주었다.


게다가 따뜻한 실내에서 친구들과 당구를 칠 수 있어 겨울이 심심하지 않다.


겨울 즐기기에 좋은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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