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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김장

 

 

 

 

요즘의 우리네 생활에서 김장은 힘든 집안의 행사가 된다.

재료의 준비, 김장을 담는 일, 저장하는 일이 모두 생소하면서도 번거로운 일이다.

비록 30포기의 김치를 담는 일이지만 힘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과거 다가족 가정생활 속에서 많은 식구들이 한데 어우러져 힘을 모아

겨울 먹거리 중에 가장 기본이 되는 김치의 월동준비인 김장을 하는 일은

이맘 때의 가정의 일상사이자 어찌 생각하면 재미있는 연례행사였었다.

보통 집집마다 30포기 50포기 심지어 100포기의 김장을 담는 집도 종종 있었다. 

김장을 하는 날, 돼지고기를 삶고, 갓 담은 겉절이 김치와 함께 먹으며

뜨끈한 배추된장국을 나눠 먹는 즐거운 가족 모임이 되었었다.

 

그러나 요즘 부모님들께서 모두 돌아가시고 김장하는 방법을 충분히 익히지 못한 중년 부부들은

김장을 집에서 직접 한다는 일이 낯설고 부담이 되며 특히 노동이 많이 들어가는 큰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큰 처남 형님께서 친구분들과 함께 덕소에서 기르신 무공해 유기농 배추와 무, 갓, 대파, 쪽파, 달랑무 등

충분한 김장재료를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셔서 아내와 주말에 서울에 온 막내아들과 함께

덕소농장으로가서 승용차 한 가득 실어왔다.

 

농수산물시장에 가서 김장에 필요한 재료 중에서 멸치젓, 멸치액젓, 갈치새끼 생물, 생새우, 청각, 마늘, 미나리, 천일염, 고추가루를 구입하였고, 집에 보관하고 있는 생강과 배, 그리고 생굴, 찹쌀풀을 준비...

구입하는 종류도 다양하고 금액도 만만치 않았다.

 

평소에 크게 힘쓸 일이 없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김장이 새삼 힘든 점은

배추와 무를 옮기고 다듬고 씻고 자르고 절이고 다시 씻고, 옮기고 채를 썰고 배추 속에 버무려 넣을 양념을

만들고 양념을 버무려서 치대고 정성스럽게 싸서 저장고에 담아서 옮기고 저장하는 기나긴 과정과 매 과정마다 투입되는 육체적 노동은 가히 중노동이라 할 수 있다.

 

도저히 아내와 내가 둘이서 짧은 시간에 집에서 쉽게 끝낼 수 없는 일이라서 모든 재료를 차에 다시 싣고

양평의 누나의 전원주택에서 누나와 매형의 도움을 얻어서 함께 준비하고 협력하여 1박 2일에 김장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배추김치, 달랑무 김치, 갓김치, 겉절이 김치 를 만들어 용기에 차곡차곡 담아 마무리를 하고 나니 온 몸이 쑤신다.

 

김치 하나를 만들기 위하여 투입되는 재료들과 노동력 그리고 숙성을 위한 저장용기와 시간

그 다양하고 복잡한 요소들이 함께 어우러져 익어야 맛있는 김장김치를 얻을 수 있으니

김장은 종합예술과 다르지 않다.

 

이번 김장을 통해 다시 한 번 전통의 김장김치 담는 일의 의미를 새겨보았다.

 

맛있는 김치를 먹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면서... 힘들지만 보람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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