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고의 사치
저는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는 명품이 없습니다.
저에게는 말 그대로 사치일 뿐입니다.
외출할 때 손에 잘 들고 다니는 가방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안 입는 청바지를 잘라서 만든 가방입니다.
지퍼는 뜯어서 가방을 여닫을 수 있게 새로 손바느질을 했습니다.
보잘것없는 초라한 가방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느 친구가 제가 만든 가방을 신기한 듯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저와 동갑이고 꽤 멋을 내는 친구였습니다.
물론 가방은 명품을 들고 있었습니다.
영화를 한 편 보고 저녁을 먹기 위해 시내를 몇 바퀴나 함께 걸은
기억이 납니다.
쇼핑을 좋아하고, 한 가지를 먹더라도 심사숙고해 골라먹는 친구가
솔직히 부담스러웠습니다.
뭐든지 비교되고 10분정도 전철을 타고 올 수 있는 거리를
택시로 30분 이상 걸려 약속시간보다 한참 늦게 나온 친구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남들처럼 갖고 싶은 건 다 가지려고 하는 친구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차마 물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이룬 꿈으로 만족하며 사는 인생 최고의 사치,
혹은 꿈을 꾸며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저는 행복합니다.
- 비꽃(이은숙) 님, '인생 최고의 사치'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