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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이야기

학력주의 파괴 확산을 기대하며

은행권 학력파괴, 전 업종으로 확산돼야

 

  부모들이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대학을 보내도 졸업 후 51% 밖에 취업을 못하고 사실상 '백수'로

전락하는 현실에서 진정 대학교육이 필요한가에 대한 논란이 비등하다.

최근에는 '돈 값'도 제대로 못하는 대학 등록금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온 나라 안이 시끌벅적 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은행들이 앞으로 신규채용부터 고졸자 채용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뉴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마치 가뭄속의 단비와 같은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먼저 산업은행이 2012년도 채용 신입행원 150명 중 3분의 1을 고졸 출신으로 채우겠다고 했다.

이미 올 초부터 신규로 고졸자를 채용했던 기업은행도 그 규모를 두 배로 늘려 40명을 충원하겠

다고 했다. 이외에도 국민은행 등 일부 은행들이 올 해부터 10명 내외의 고졸자를 채용하고 있지만

아직도 은행권 전체의 고졸자 채용비율은 채용인원의 6%수준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올 해 상반기부터 2013년까지 18개 은행이 고졸자 채용규모를 전체 채용

인원의 12%수준까지, 즉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은행연합회가 밝혔다. 실천 여부는

지켜 볼 일이다.

  
산은과 기업은행의 경우 고졸자 채용이 거의 14년 만에 이뤄진 것이라고 하므로 이를 거꾸로

추적해 보면 결국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고졸자 채용을 중단한 셈이다. 사실 40대 이상의 연령층

에서는 60년대에서부터 90년대 외환위기 이전까지 은행 창구에 가면 어린 여직원들을 창구에서

흔히 볼 수 있었음을 기억한다. 도대체 외환위기의 극복과 창구직원을 고졸에서 대졸로 바꾼 게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뒤늦게나마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다행한 일이다.

 

  은행 일이란 게 단순반복적인 입출금 업무에서부터 외환, 대출, 국제금융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으나 역시 주력은 일선 창구에서 이뤄지는 일이 상당하다. 업무 또한 과거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고졸자의 능력이라면 대부분 소화할 수 있는 성질의 일들이다. 말하자면 영어 실력이

별로이고 각종 금융, 경영 지식을 이수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업무는 기본적인 업무 처리능력과

성실성만 수반된다면 가능한 일임에 틀림없다. 실제 서울여상에서 맞춤형 현장모의교육을 통해서

98%의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음을 볼 때 굳이 대학수준의 교육이 모든 분야에, 모든 업무에 필요

한 것인가는 지금이라도 근본적으로 고민해 볼 일이다.

  
고졸자의 취업 증대는 그 긍정적 효과가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3가지 거시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먼저 83%의 고졸자가 대학에 진학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학력 인플레' 문제를

해소하는 지름길이 된다. 나아가 고졸 실업자의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국가

경제 차원에서 가장 바람직 한 것은 경제활동 연령을 낮춤으로써 경제활동 인구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고령화-저출산의 이중고를 한꺼번에 겪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만큼 1거

3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을 왜 이제껏 하지 못했는지를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최근의 바람직한 변화의 바람에도 걱정거리는 남아 있다. 과연 고졸자 채용 증대

추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인가와 금융권이외에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도 그 분위기가 확산돼

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금융권에서 지속적으로 고졸자 채용 증대 분위기가 이어지려면 채용 이후에도 그들의 업무

 능력 제고를 위한 일종의 교육 투자에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야간교육이든, 사이버교육이든 대학

수준의 교육을 이수해 대졸 채용자와의 갭을 줄여 나가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는 은행 스스로의

인력 개발 투자 의지도 필요하지만 고졸자 개개인의 입장에서도 늦게나마 대졸자와 동등한 직무

능력을 보완하겠다는 의지가 선행돼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이치에서 그렇다.

  
사실 의도적이었든, 그렇지 않았든 간에 외환위기 이후 대졸자 채용 우선 분위기가 형성된 데에는

금융권이 앞장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도 많은 서민들이 금융부채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고

그 가운데에서도 많은 은행들이 1조원이상의 이익을 기록하는가 하면 대졸 초임 고액리스트의

상단에는 늘 금융권들이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그 지적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금융권은 이번 고졸자 채용 증대 추세를 반드시 지속적으로 이어가길 바란다.

  
다음으론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도 이와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바란다. 물론 자동차, 전자,

조선, 철강, 석유화학 같은 전통적 제조업에서는 자체 생존을 위해서도 굳이 불필요한 학력 인플레

채용 같은 현상은 적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불필요한 대졸 우선 채용은 없는가, 또는 고졸자를

더 채용해 사내교육 등을 통해 이들의 전문 지식과 업무 능력을 제고해 대졸 채용자와 동등한 수준

으로 업그레이드 시킬 의지가 없는지를 한번쯤 국가적 차원에서 검토해 볼 일이다. 말하자면 늘

준비된 인력만을 활용하기보다는 미완성의 인력을 자체적으로 레벨업(level up) 시켜보겠다는

일종의 사회적 공헌을 생각해 보라는 주문이다.

  
날로 그 산업 규모를 확대해 나가는 유통업 같은 서비스업에서도 과연 고졸자가 충분히 수행

할 수 있는 업무인데도 현재 대졸자 우선으로 충원하고 있지 않은가도 점검해 볼 일이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고졸자 채용을 늘려 나가는 '동참의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업종 전반

적으로는 평균 임금수준이 타 업종에 비해 낮기 때문에 지금도 상대적으로 고졸자의 채용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일부 대기업규모에 해당하는 유통. 서비스 업체에서는 좀 더 고졸자 채용으로

전환 또는 증대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에 하는 말이다.

  
아무쪼록 모처럼의 고졸 채용 증대 분위기가 전체 산업 분야에 긍정적으로 확산돼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부담, 그리고 국가적 근심을 덜어 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이 칼럼은 선사연 강응선 운영위원이 주간 뉴스포스트에 오늘(2011.7.25) 기고한 내용입니다.)
  
  

필자소개

 

   강응선 ( eskang49@hanmail.net )

   (전) 경제기획원 (경제기획 대외경제정책) 근무

   (전) 매일경제신문 논설실장

   (전) 서울사이버대학교 부총장

   (전) 시장경제연구원장

   (현) 경원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현)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 편집위원,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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