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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이야기

한국의 장래(10대 강대국에 들어갈까?)

 

<칼럼> 한국은 세계 10대 강대국으로 갈 것인가?
작성일 : 2008-10-01   조회 : 3919   추천 : 2  
 
이영권 / 경제학 박사
많은 경제기사와 분석 자료들 가운데 가장 이슈가 되는 내용들을 정리하여 소개합니다. 보다 쉽고, 보다 빠르게 경제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데 도움을 드리겠습니다.(www.bestgsi.com)      

2008년 희망찬 새해가 시작되면서 새 정부가 출범하였지만 경제적인 측면은 매우 무거워 보인다. 지난해보다 불경기의 골이 더 깊어진다고 해서만이 아니다. 10년 전 외환위기 이후의 '잃어버린 10년', 그 상실과 갈등의 악몽에서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앞이 캄캄하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연평균 8%에 이르던 경제성장률은 위기를 극복했다는데도 아직 5% 아래서 헤매고 있다.

무엇보다도 투자부진이 가장 큰 문제이다. 외환위기 이후 1999년까지 연평균 12%에 육박하던 투자는 2000년 이후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외환위기에 의해 강요된 구조개혁의 거센 바람 앞에 기업 경영이 안정 위주로 변해서이다.

기업이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인식되는 반기업 정서는 기업가 정신을 잠재워 버리고 말았다. 소비 위축도 성장세 감소에 한몫 했다. 외환위기를 겪은 뒤 수많은 가계가 일자리. 노후. 교육 등 온갖 민생 불안에 휩싸인 채 남아 있다. 무리한 경기 부양 때문에 떠안게 된 카드 부채, 시장과 어긋난 부동산 정책 때문에 지게 된 주택대출 부채까지. 소비심리는 움츠릴 대로 움츠렸다.

과거 세계가 부러워하던 역동적인 한국 경제가 10년 사이에, 저성장의 늪에서 헤매 온 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들조차 걱정하는 경제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의 활력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입장이 돼 버렸다. 10년간 지속된 저성장은 한국 경제.사회를 두 개로 갈라놓았다.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수출은 승승장구하는데 좁은 시장에만 의존하는 내수 부문은 지지부진하다. 대기업은 날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인력.기술.자금, 그 모든 것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갈수록 뒤처지고 있다. 부유층과 빈곤층 간의 간격은 해를 거듭할수록 벌어지고 있다.

경제.사회의 총체적 2중 구조 심화는 더 나은 내일을 향한 사회적 일체감, 수십 년 공유해 온 선진국을 향한 비전마저 무너뜨렸다. 경제의 활력 상실과 그에 따른 사회 갈등은 세계 속의 한국의 입지를 크게 떨어뜨렸다. 세계 11위였던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국내총생산 기준)는 외환위기로 15위까지 추락했다가 2005년에야 겨우 지금의 12위 자리로 돌아왔다.

오늘 한국 경제가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바탕에는 경제 주체와 부문 간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연계, 바로 시스템 경쟁력의 취약성이 자리 잡고 있다. 장기간의 저성장이 부채질하는 마찰과 갈등 속에 경제.사회 주체 상호 간에 신뢰 기반(사회적 자본)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기업은 일관성 없고 반시장적이라고 정부 정책을 불신하고, 근로자는 '노동시장을 과도하게 유연화시켰다.'며 정부를 성토하고 있다. 시장의 자율 기능을 믿지 못하는 정부는 기업을 규제의 대상으로 보고 있고, 근로자는 '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부패했다'며 사측을 경원시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서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런 시스템으로 지금의 수준까지 올 수 있었는지는 모르나 앞으로 더 나아가기 힘들다는 얘기다.

게다가 향후 10년 한국은 중대한 세 가지 도전을 맞게 될 것이다. 중국 경제의 부상으로 한국의 입지가 갈수록 취약해지고, 너무 급한 고령화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고 성장세가 둔화되며, 언젠가 현실로 다가올 통일이 엄청난 부담을 안겨 주는 것이 그 도전들이다.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삶을 결정짓는 법이다. 경제의 총체적 시스템에 관한 지금의 선택이 내일부터 도태, 정체, 재도약 중 어느 길을 걷게 되느냐를 결정짓는다.

오늘의 흐트러진 시스템, 소위 'IMF 체제'에 머물러 활력(연평균 성장률 4.1%)과 생산성이 게걸음을 하게 되면 10년이 흐른 뒤에도 경제 규모로는 세계 12위, 1인당 국민총생산(GDP.2만9000달러)으로는 세계 31위의 자리에 남아 있게 될 것이다.

만의 하나 각 부문의 경쟁력에 진전이 없고 부문 간.계층 간 갈등이 더욱 심해지면 경제활력(연평균 성장률 2.6%)이 더욱 떨어져 경제 규모로는 세계 15위, 1인당 GDP(2만3000달러)로는 세계 45위로 추락하게 될 것이다.

다행히 우리가 상실과 갈등의 악몽에서 깨어나 시장경제를 활성화하고 부문들이 혁신에 매진하면서 시스템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그래서 경제 주체들이 신뢰를 밑천으로 상호작용에 조화를 이루게 되면 얘기는 크게 달라진다. 경제가 역동성(연평균 성장률 6.3%)을 되찾아 10년 뒤 한국은 세계 10대 강국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1인당 GDP도 2013년이면 3만 달러 장벽을 돌파하고 2015년에는 3만7000달러에 이르러 세계 26위의 삶의 질을 누리게 될 것이다.

어디로 가느냐는 완전한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긍정적인 시나리오가 펼쳐져서 10대 경제강국에 들어가리라고 생각한다, 한국 국민의 저력을 믿기 때문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도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회를 정치권이 놓치지 않도록 국가를 잘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기업이나 국민은 이미 다시 도약할 저력과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영권 명지대학교 겸임교수 및 세계화전략연구소(www.bestmentorclub.org)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