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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야기

세계적인 가치관

하버드 대학의 텐트촌
 
2001년 4월
하버드 대학생 50명이 총장실로 쳐들어 갔다.
그들은 음식이 가득 든 가방을 메고 휴대전화를 지참한 채
하버드대학에서 일하는 잡역부와 조리사들에게 적절한 '생활임금'이 지급될 때까지
사무실을 점거할 거라고 선언했다.
 
학교 전체는 충격을 받았다.
총장실 앞에서 매일 시위가 벌어졌고,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창문을 통해
점거 농성 학생들에게 피자를 넣어줬다. 몇십 명이 캠퍼스에 텐트를 치고 야영에 들어갔다.
경찰이 점거 농성 학생들을 강제로 해산하려 한다면 언제라도 바로 그 현장을 지켜볼 채비를
한 것이다.
 
하버드의 잘 다듬은 잔디밭은 전례가 없는 인간관계의 공간이 됐다. 교정엔 마하트마 간디와
넬슨 만델라 같은 인물들의 이름을 따 새로 붙인 거리 이름 안내판들이 등장했다.
저녁에 농성 학생들은 종종 전략을 논하거나 항의를 담은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 농성은 3주 동안 계속됐다.
'거액의 퇴직금 보장'이라는 황금 낙하산을 지닌 관리자들과 불운한 잡역부들의 격차를 다룬
기사들을 통해 언론의 조명을 받게 된, 하버드 법인(Havard Corporation)이라고 알려져 있는
대학 권력자들은 점점 당황하게 됐다.
농성 21일째에 법인은, 미래 엘리트 준비학교를 지탱하는 노동자들의 생활임금을 확립할
절차에 동의했다.
노동자, 학생, 교원의 연합세력이 놀라운 승리를 쟁취했다.
 
억만장자들에게 기부를 받는 대학에서
가난한 노동자들이 남의 아이들을 돌보느라 제 아이들을 돌보지 않으며, 다른 집들을 반짝반짝
만드느라 수준 이하의 집에서 살고,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주식 값을 높여주려고 궁핍을 감수한다.
가난한 노동자에 속하는 것 자체가 모든 사람을 위한 익명의 기부자, 이름 없는 후원자가
되는 것이다.
 
이 글은 '오늘의 세계적 가치'(문예출판사) 
부제(세계의 지식인 16인과 하버드대생의 대화)
서문에 소개된 글이다.
 
 
하워드 진(역사가)은 이렇게 하버드대생에게 강의한다.
 
'1960년대에 전형적인 최고경영자는 미국의 보통 노동자보다 40배 정도 수입이 많았습니다.
오늘날은 400배에 달합니다. 웃기는 거죠. 최고경영자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나요?
 
'저는 간호사, 사회사업 노동자, 초등학교나 중등학교 교사를 생각합니다. 아주 유익한 일들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그들이 살아가기에 충분할 만큼 돈을 벌지 못하는 걸 생각합니다.
이 자유시장 사회에서 심한 어려움에 처한 예술가들, 음악가들, 연극인들을 생각합니다.
시장은 이런 사람들이 그저 가까스로 먹고사는 운명에 처하게 합니다.
 
미국의 4000만명은 의료보험 없이 방치되어 있습니다. 미국의 GNP가 비대한 것이 창피합니다.
국민총생산의 상당부분은 군대예산으로 들어가고 상당한 규모의 부는 상위 1%에게 빨려
들어갑니다. 지금까지 미국은 우리가 가진 막대한 자원과 부, 재능으로 우린 진정 이상적인 사회를
건설할 수 있었지만, 지금까진 그렇게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당신이 유복하냐 아니냐는 당신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느냐 또는 당신이 얼마나 명석하냐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명석함을 어떻게 계산하죠? 아이큐테스트로 하나요?
어떤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버는 일에 명석하고 어떤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지 않는 일에 명석합니다.
확실히, 부유하거나 물질적으로 성공하느냐와 당신이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느냐는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독극물이나 핵무기를 만드는 사람들이 얻는 재산만 보면 압니다.
 
 
하버드대생들은 역시 좋은 환경에서 좋은 강의를 듣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세계적인 엘리트들이 이제 세계적 가치관을 주장하는 각계의 지식인들을 존경하며 강의를 듣기 위해
몰려드는 현상 역시 인상이 깊다.
전쟁, 핵무기, 기업의 광고전략, 기업의 구조조정, 정치, 극빈층, 과소비하는 미국인 등
사회 정치 국가의 잘못된 현상과 고착화 된 가치관에 신선한 반성이 시작되고 있어 반갑기도 하다.
 
같이 함께 읽어 볼 만한 가치가 큰 책을 오랜만에 찾았기에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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