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이 시작되었다.
아내와 난 우이동 도선사를 찾았다.
올라가는 길에 예전에도 있었던 길거리 악사가 전자기타로
구슬픈 옛가요들을 연주하고 있다. 아내는 천원을 악사의 돈 바구니에 떨구어 주었다.
어린 태호 용호와 약 20년 전에 도선사를 찾았을 때
막내 용호가 사천왕상을 보고 무서워서 울던 기억이 떠올라서 둘은 웃었다.
옛날이다. 벌써 20년이 훌쩍 흘렀다니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다.
그리고 오늘 우리 둘이 건강하게 이 산길을 걸어 올라올 수 있음을 감사한다.
우이동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약 2km를 올라갔다.
집에서 싸 가져간 찐 고구마, 요구르트, 사과를 먹고
봄기운을 느끼고 돌아왔다.
산을 올라가는 우이동 계곡에서 야생 멧돼지를 만났다.
먹을 것을 찾아 등산객이 많이 오고 가는 개울가까지 녀석이 겁도 없이
진출한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사진을 찍느라고 야단들이었다.
예전에 계곡에서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하였던 시절에나 개울가에 흘린 음식이라고 남아있지
요즘은 깨끗한 계곡에서 멧돼지가 먹을만한 것은 좀처럼 없다.
손에 먹을 것이라도 있다면 던져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이동 계곡과 인간과 멧돼지는 같이 자연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서로는 서로를 인정하고 지켜주면서....
대성산 자락 승리사단 근무시절에
XX 연대 지원을 나갔을 때 대성산 교통호에 들어와 돌아다니다가 사병의 대검에 찔려 잡힌
멧돼지도 이 녀석 만하였다. 연대장은 짚차에 멧돼지를 싣고 사단으로 향하고
멧돼지를 잡아 공을 세운 사병은 특별휴가를 갔다.
하지만 어제 멧돼지가 배가 고파 민가까지 내려와 먹이를 찾는 모습을 보고 ㅉㅉㅉ 얼마나 배고프면
저럴까 하며 연민의 정을 보낸다.
개울가에 높은 돌담이 세워져 있고 난간이 있어서 난 운좋게도 난간 밖 도로에서
멧돼지를 근접촬영 할 수 있었음은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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