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12월 17일(양력으로 2월 4일)
설날이 딱 2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벌써 입춘이란다.
조상들의 날짜 헤아림이 이상하다 싶었는데
입춘이 맞긴 맞는 것 같다.
아침부터 화창한 햇볕이 온누리를 내리 쪼이는가 싶더니
하루 종일 따뜻한 봄기운이 사방 천지에 가득하다.
봄나물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아지랭이 피어오르는 봄이 저 만치 오고 있는
소리가 들린다. 봄이 오는 소리에 이끌려서 교외로 나간다.
양수리에서 대성리로 가는 길가에 50년 전통의 청국장 집(전주집)이 있는데 아침 겸 점심으로
청국장과 고등어 구이 정식을 시켰는데 시골맛 반찬이 깔끔하게 열댓가지가 같이 나오고
갓 구어낸 고등어 구이와 갓 끓인 청국장 맛이 일품이다. 친구 부부가 소개한 곳인데
(1인분에 만원인데 4명이 2인분만 시키고 공기밥을 추가하여 먹어도 반찬이 남아 돈다)
새로운 맛집을 ?O은 셈이다. 식당의 명함을 들고 나왔다.
도시외곽 순환도로가 생긴 덕분에 포천시 일동면에 제일 유황온천까지는
예전에 비해 2분지 1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아내의 학교 개학날이 코 앞인데 길고 긴 방학동안 이렇다 할 여행도 같이 못 갔고 못내 아쉽고
미안하기만 했다.
온천욕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서 이번엔 이동 백운계곡 가는 길에 있는
제일 유황온천에 갔다.
과거 일동사이판이라는 온천은 온천허가가 취소되었고 정식허가를 받은 온천은 제일 유황온천이
유일하다고 한다.
올해는 사과 농사가 잘 되어서 그런지 온천 주차장엔 크고 맛있는 사과를 트럭에서
팔고 있는데 한 조각을 얻어서 먹어보니 단물이 풍부하고 새콤 달콤한 사과가 과연 맛이 있었다.
차례지낼 때 쓸 생각으로 미리 사두어도 좋을 것 같았는데
아내 이야기로는 농협하나로 마트보다 많이 싸고 사과가 크고 좋아서 꼭 사고 싶다고 했다.
사과를 사서 트렁크에 실어두고 작은 것 하나씩 온천탕으로 가지고 들어갔다.
의외로 사람이 붐비지 않아 시설은 오래된 느낌이지만 온천탕은 쾌적하고 물도 깨끗하였다.
지난 주에도 같이 신북온천을 다녀온 초등학교 동창생부부와 편안한 마음으로
같이 나들이를 한 것은 참 잘한 일이다.
온천욕을 하는 동안 무료하지도 않고 서로간의 우정도 온천욕을 통해서 깊어짐을 알 수가 있다.
온탕 냉탕 고온사우나 등을 오가며 뱃살을 좀 빼야겠다고 서로는 느낀다.
그런데 요즘의 온천탕의 풍속도가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노인들이 많이 보였는데 지금은 아이와 젊은 아빠 그리고 중고등 학생 등이 주로
눈에 많이 띄고 연세가 많으신 할아버지들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음이 맘에 걸린다.
허리가 구부러진 백발의 노인들이 아들과 같이 오셔서 탕안에서 중얼중얼 망중한을 즐기시던
그런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음이 이상했다. 그 수 많은 노인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실까?
시간도 많고 몸도 여기 저기 편치않으신 노인들께서 많이 오셔서 피로도 푸시고 쉴 수 있는
곳이지만 이곳에 오시려면 천상 자식들이 모시고 와야 하니 생각처럼 현실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목욕을 하고 나와서 사과를 씻어 껍질째 씹어먹으니 모든 영양분이 남김없이 흡수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바람으로 몸을 조금 식힌 후 만세교쪽으로 방향을 잡고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파주골원조손두부집'을 찾았다.
앞으로는 개천이 흐르고 뒷 편엔 산이 자리잡고 앉아 있는 손두부집은 기와로 올린
매우 큰 식당이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양념간장으로 간을 해서 숟갈로 가득 가득 퍼 먹으면 구수한 맛이 일품인 '숨두부'와
돼지고기로 육수를 낸 담백한 비지, 이름하여 '되비지'
그리고 원조 파주골 주인할머니의 손맛과 정성이 같이 담긴 '무우 동치미' '묵은 김치'
들기름에 부친 고소한 '두부부침'은 묵은 김치에 싸서 먹으면 맛의 조화가 살아나고
느끼하지도 않고 영양도 만점이다. 빠질 수 없는 '동동주'를 곁들여서 허기를 달래고
영양을 보충하였다.
지인으로부터 사전 정보수집을 한 결과,
원조할머니의 직접 담은 된장(큰 통에 만원)과 청국장(큰 봉지에 만원) 그리고
동치미(큰 봉지에 오천원)를 팔고 있는데 맛이 정말 좋다고 해서,
된장 한통과 장모님 드릴 동치미를 샀다.
돌아오는 길에 광릉 수목원 곁에 있는 봉선사에 들러서 약수도 마시고 바람쐬고 돌아온 귀가시간은
6시 3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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