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는 패배자가 없습니다
격전의 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했습니다. 당선인께 우선 뜨거운 축하를 드립니다. 선거를 통해 국민의 열망을 모아 선택받은 당선인으로서, 모든 국민의 축하를 함께 받아 마땅합니다. 그런데 양측 모두 당선의 기대가 컸던 때문인지 결과를 놓고 ‘멘붕상태에 빠졌다’거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상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몇 사람에게서는 직접 듣기도 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국민 통합의 필요성이 절실하기에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두 분께 건의 말씀 드립니다.
먼저 문재인 후보께서 선거 결과에 겸허히 승복하고, 박근혜 당선자께 축하하면서 국민들께 “당선인을 성원해 주시라.”고 당부하신 데 크게 감동을 받았습니다. 다만, 실패자로서 국민께 사과하신다는 말씀은 영 마음에 걸렸습니다. 낙선자는 절대 실패자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이집트의 콥트기독교에서는 교황을 뽑을 때, 세 명의 후보자를 먼저 투표로 정한 후 세 명의 이름을 통 속에 넣고 어린이가 추첨하여 결정한다고 합니다. 추첨되어 교황이 된 사람은 승리자가 아니라 ‘선택된 사람’이 됩니다. 뽑히지 않은 사람은 선택되지 않았을 뿐 패배자가 아닙니다.
선거란 그 말뜻대로 택함을 받는 제도입니다. 우리 선거가 싸움판처럼 되었습니다만, 싸움을 통해서 쟁취하는 과정이 아니라, 주인인 구성원들이 선택하는 행위인 것입니다. 대통령 선거도 국민들의 투표를 통해 더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로 정한 절차일 뿐입니다. 그래서 낙선자는 패배자도 아니지만, 자신이 얻은 표의 대표성을 가지는 것도 아닙니다. 선거가 끝나면 획득했던 표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문 후보님은 새 정치를 바라는 열망에 보답하지 못했거나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 시점에서 선택받지 못한 것뿐입니다. 부시 대통령과의 경쟁에서 낙선한 존 케리 후보에게 소감을 묻자 “이제 우리에게는 미국만이 있다.”고 했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이제 우리에게는 대한민국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후보님을 지지했던 분들을 아울러서 “이제 새로운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잘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합시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라고 더욱 마음을 모아 주셨으면 합니다. 후보님께서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루어 달라는 말씀은 안 하셨으면 합니다. 그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시대정신은 변합니다. 다음 선거에는 그때 필요한 새로운 정신들이 필요하고, 그때 국민들이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에 후보님께 투표하고 결과에 당황하는 수많은 국민들을 미련에서 풀어주어 출구를 마련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것이 지지자들을 진정 위로하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출발입니다.
당선인께서는 이 시대의 과제로 국민의 통합과 행복을 강조하셨습니다. 특히 행복의 새로운 의미를 깨닫게 하셨습니다. 대한민국은 건국 과정,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이념갈등, 계층갈등, 지역갈등을 비롯해 수없이 많은 갈등이 싹터 자라 왔습니다. 그늘진 분야, 낙오되고 피해받은 사람들, 억울해하고 불행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외양은 선진국인데 불행한 마음은 세계적입니다.
우리가 미래에 존경받는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갈등과 소외를 해소시킬 틀을 갖추어야 합니다. 억울한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해주고, 쓰러진 사람들을 일으켜 세워줘야 합니다. 빈부의 차이는 있더라도 따뜻한 사회, 만족은 하지 못하더라도 이해하는 사회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당선인의 행복의 의미라 짐작합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낙망한 사람들의 아픈 가슴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선인께서는 ‘여성대통령’을 넘어 말씀하신 대로 ‘어머니대통령’이 되셔야 합니다. 어머니와 같이 이들의 얘기를 듣고, 품고, 편이 되어 주십시오. 그래서 신바람 내며 발전하는 ‘하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십시오. 새 정부의 멋진 구성과 ‘성공 대통령’을 기원합니다.
장태평
(전) 농림부 농업정책국장, 농업구조정책국장
(전) 기획재정부 정책홍보관리실장,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
(전) 제58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현) (재)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
(현) 한국마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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