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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야기

새벽 사람들

태어나서 오늘 같은 날은 꼭 두 번 있었다.

 

그 한번은 내나이 19세 여름휴가 때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가 동해 일출을 보기 위해서

산청군 중산리에 있는 법계사의 문간방을 빌려서 일찍 잠을 자고

그 다음날 새벽 4시에 기상을 하여 후레쉬를 켜고 천왕봉에 올랐던 그 새벽이고

 

그리고 오늘 새벽이 두번째 새벽이다.

 

오늘 새벽 눈이 떠진 것은 3시 경

왜 눈이 떠진 것인지 잘 모르겠으나 아마도 모기에 손이 물려서 가려워져 긁어대다가

잠이 달아난 것 같다.

찬 물 한잔을 마시고 다시 잠을 청하였으나

한 번 달아난 잠이 쉽게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커피우유 한 잔을 타서 크림빵을 씹어 먹었다.

그리고 잠을 자면서 땀을 많이 흘렸기에 새벽 샤워를 하였다.

샤워까지 하고나니 더 이상 잠들 수가 없을 것 같다.

4시면 시내버스가 운행을 할 것이므로 4시에 집을 나서기로 하였다.

 

내 일생에 맑은 정신상태로 새벽을 맞이한 것은 산중에서 그 첫번째였고

두번째는 일상중에서 맞이한 오늘 꼭두새벽이다.

 

새벽 4시 15분 을지병원 앞에서 기다린 172번 버스의 첫손님이 되었다.

기사아저씨가 '어서오세요'하였고 나는 '안녕하세요' 하였다.

그리고 사무실이 있는 창덕궁 정류장까지 두 세명이 버스를 탈 것이라고 예상되어

난 텅 빈 버스 좌석에 넓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일어났다.

월계동 장위동을 버스가 경유하면서 50대 60대 초반의 여성들이 계속 버스에 탄다.

길음동에 다다르니 결국 내 옆에도 아주머니가 앉아야 하는 정도로 많은 승객이 탔다.

이 꼭두새벽에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일을 나가는 것이다.

버스에 탄 남자는 나와 50대 후반 1명 60대 중반 1명 달랑 3명이지만

주부 여성들은 모두 20명이 넘는다. 

어머니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 새벽잠을 포기하고 일을 나가고 있음을 50년 만에 안 사실이다.

창덕궁 정류장에 내릴 때 같이 내린 아주머니가 잰 걸음으로 내 앞서서 

현대그룹 사옥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하고 난 그녀가 빌딩관리 청소요원임을 알게되었다.

결국 새벽 4시부터 버스를 타고 일을 다니는 새벽 사람들이 많은 것을 비로소 알게 된 새벽이었다.

생산직 근로자들과 경비실 경비원들은 8시간 3교대 12시간 2교대 24시간 맞교대를 하고 있는데

보통 6시에 교대를 하는 것은 보았는데 오늘 새벽처럼 일찍 출근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에

사실 좀 놀랐다. 일반사람들은 편안하게 단꿈을 꿀 시간에 이땅의 어버이(특히 어머니)들이 이렇게

꼭두새벽에 일을 많이 나간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마음이 아팠다. 아이들이나 남편들은 각자 알아서

아침밥을 챙겨먹고 나가야 할 것이고 이래저래 생활이 고달플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더욱 열심히 살아야 하겠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